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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불확실성의 시대 - 경기일보 2016-11-16 -

dd100 2016. 11. 18. 09:24

금년도 최대의 뉴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아웃사이더, 막말을 서슴지 않는 부동산 재벌, 인종차별주의자, 심지어 성 추문 등을 거론하면서 비인격자라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동원하여 비판하던 미국의 주류 언론들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트린 고집불통의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여 세계 지도자로서 지구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이외에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는 최소한 앞으로 4년간 트럼프가 과연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이즘(Trumpism)에 의하여 통상은 물론 남북관계와 같은 안보에 지대한 변화가 예상되어 이에 대한 세심한 대처가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상황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하여 최고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과연 한미동맹, 북핵문제, 통상문제 등 중요 국정과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국회가 여야를 초월하여 이 난국을 슬기롭게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역시 의문이다.

유명한 사회사상가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일찍이 현대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고 말하였다, 1977년 발간된 그의 저서가 40년이 지난 오늘의 정치사회를 더욱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선거운동과정이나 앞으로 그의 정치행태가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적 진면목을 더욱 잘 보여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한국과 100% 함께 할 것’이라고 언급하여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미국 국가이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금까지 주장했던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 증가 요구를 수정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삶의 스타일이 정치적 측면 보다는 사업적 측면을 중시, 거대한 부를 이룩한 사업가로서 최고직인 대통령까지 당선되었다. 또한 선거과정에서도 이를 최대한 활용, 저소득층 백인들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았음으로 앞으로 한미관계도 이런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농후하여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에 있어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가장 우려되는 불확실한 분야가 통상문제이다. 한국은 무역으로 살고 있는 국가이다. 미국은 한국의 제2교역상대국이다.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우리는 25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2011년 말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되기 전 흑자 규모 116억 달러에 비하여 대폭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미FTA로 인하여 미국의 일자리가 상당수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FTA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통상문제에 험난한 파고가 예상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사상 가장 비호감도 높은 후보자들 중에서 선택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미국 유권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불평을 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이는 막말을 거침없이 하는 트럼프, 이메일 스캔들의 힐러리 클린턴 모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였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 미국의 상당수 젊은이들과 소수민족계통의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선거가 끝난 후 대통령 당선자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대도시 전역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이는 아직도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것은 앞으로 4년간 미국은 사업가 출신 트럼프에 의하여 이끌어 진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트럼프가 한국과 이해관계가 가장 깊은 미국을 이끈다는 확실성에 의한 실체에 접근, 한미동맹의 새로운 관계설정에 깊이 고민해야 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