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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캠페인 유감 - 경기일보 2016-10-17

dd100 2016. 10. 18. 15:23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선거가 앞으로 3주 후에 실시된다. 내달 8일 미국의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나가 앞으로 4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기 위해 투표장을 찾게 된다. 

 

매 4년마다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선거이지만 이는 항상 지구촌 곳곳으로부터 최대의 이목이 집중된 선거였으며, 선거 결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지난 2월1일 실시된 아이오와주 코커스부터 전개된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은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매일 중계되다시피 하여 우리는 때로는 국내정치보다도 더욱 구체적인 내용까지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금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비하여 첨예한 정책 대결보다는 섹스 스캔들, 이메일 파동 같은 부정적 이미지의 선거운동이 난무하고 있어 미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 각국도 흥미진진하게 선거 결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진흙탕과 같은 싸움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민주정치 선진국인 미국정치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비호감도 후보 경쟁과 같은 선거

최초의 여성대통령에다 부부대통령의 기록까지 가질 수 있는 힐러리 클리턴이 민주당 후보로, 비록 막말은 해도 백인 소외층을 대변하고 기존의 워싱톤 중심의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에 도전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유수 후보들을 물리치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을 당시만 해도, 기대 속에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 간의 TV토론이 두 차례 끝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을 지켜보는 세계의 시선은 실망 그 자체이다. 특히 지난 9일 있었던 제2차 TV토론은 세계를 이끌어 갈 미국 대통령 후보 간의 토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치졸한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만 난무했다. 

심지어 권위주의 체제에서 볼 수 있는 상대방 후보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막말까지 나왔을 정도의 토론이었으니, 미국 유권자들이 대선 때문에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비호감도는 각각 59%, 54%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호감도에 따른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즉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으로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후보를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희한한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이들 두 후보는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으니, 유권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양당제도의 문제점 부각
미국은 전통적으로 양당제도를 근간으로 정치체제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는 정치자금 모금 등 절대적 우위 하에 선거과정을 독점하게 되며, 또한 유권자는 양당제도의 틀 속에서 형성된 선거과정에 강제적으로 편입, 주어진 양당 후보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양당제도는 변화된 다문화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킬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때문에 금번 대선이 끝나면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사회는 심각한 정치사회적 갈등의 후유증을 앓게 될 것 같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특히 히스패닉, 아시아인, 무슬림과 같은 소수민족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 같다. 클린턴 역시 이메일 파동, 고액강연료 등으로 인한 신뢰성, 부유층과의 유착 등으로 리더십 발휘에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19일(한국시간 20일 오전)에 마지막 TV토론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허허벌판 사막에서 미국 최대의 유락지로 변모, 기회의 땅이 된 라스베이거스에서 탈진상태에 빠진 미국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TV토론이 될지 또는 절망의 토론이 반복될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