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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한국정치의 변화 - 경기일보 9. 19 -

dd100 2016. 9. 20. 08:48

추석 연휴 때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사람은 정치인일 것이다. 특히 내년 12월에 있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가 예상되는 정치인들에게 추석은 그야말로 대목이다. 추석은 민족대이동 기간으로 여론 형성에 최적기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하여 전국을 누비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활용, 자신을 알리기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이번 주 유력 정치인들은 연휴 기간 중 각가지 방법을 동원한 자신의 정치활동이 여론조사에 있어 과연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에 손익을 계산하느라 역시 바쁠 것이다. 민족대이동 기간인 음력 설날과 추석 명절 연휴를 통하여 형성되는 국민 여론은 여야정당은 물론 정치인의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강국이다. 2015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은 83.0%로 세계 4위, 인터넷 이용률은 무려 85.1%에 달하고 있다. 이런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하여 선거를 비롯한 각종 정치과정에 지대한 변화를 주고 있다.

SNS,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

2002년 12월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불과 1년 전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숫자의 지지 밖에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부동의 위치에 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SNS(social network service) 덕분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투표 당일 오전 중에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투표율이 앞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특히 투표 마감시간대에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음으로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때 노무현 후보의 팬클럽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노무현 후보가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젊은이들에게 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 이에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호응함으로써 전세가 역전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4월 실시된 제20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와 같은 SNS를 적극 활용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후보자의 약 71.4%가 이용하였으며, 특히 당선자들의 SNS 이용률은 낙선 후보자들보다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트위터 이용률은 73.1%로 새누리당의 52%보다 무려 20%이상 높았다는 것은 총선 선거결과와 더불어 흥미있는 분석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SNS를 통한 선거캠페인은 주요 전략이 되었다. 특히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무명의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 승리한 것은 SNS 활용 덕분이었다.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SNS를 중요한 정치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약 5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인 팬클럽, 폭발적으로 증가
정치인의 SNS의 이용은 뉴미디어 시대에 저비용·고효율 정치를 할 수 있어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여의도 광장에 수천대의 차량을 동원, 수십만명의 유권자들이 운집한 대규모 선거 유세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치인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를 통하여 자신의 지지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정책과 정치활동을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유력 정치인들은 자신의 팬클럽과 SNS를 통하여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으며, 또한 정치이벤트에 동원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를 비롯하여 김무성의 ‘김사모’, 문재인의 ‘문팬’, 안철수의 ‘해피스’ , 반기문의 ‘반딧불이’, 남경필의 ‘남사모’, 박원순의 ‘원순친구들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팬클럽에는 SNS를 통해 접속하는 팔로워들이 수천명에서부터 수만명에 달하고 있다.

팬클럽은 해당 정치인과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참여를 활성화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정치 세력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추석 연휴 때 정치인들의 SNS를 통한 정치활동이 앞으로 한국정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자.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