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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리더십 표류 …대학 지식인이 나서 해결해야” - 대학신문 2016. 11.06 -

dd100 2016. 11. 7. 10:16

- 학계 원로 초청 긴급 좌담회 “국정농단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대 위기”

비선실세 진상규명 위한 노력과 국가 등대로서의 모습 보여야

   
▲ 본지는 지난 1일 학계 원로들을 초빙해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석준 본지 발행인,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최상혁 기자] ‘최순실 국정개입’으로 대한민국이 진통을 앓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 오점으로 남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사태가 한국 정치의 미래를 어둡게 덮고 있으며, 현 사태로 인해 국정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러나 좀처럼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당과 야당 역시 공방전을 펼칠 뿐 연일 합의 없는 모습을 보이며 시간만 허비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시민 사회단체 등은 서울 시청,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대학가 역시 마찬가지다. 교수들과 학생들은 연일 시국선언을 하며 정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고등교육 전문지로서 학계 원로들을 초청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학 사회가 어떤 역할과 자세를 가져야 할지 논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대학가에서 교수, 학장 및 총장 등으로 재직하며 고등교육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이들은 현 시국에 대해 가감 없는 진단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다. 좌담회는 지난 1일 서울 시청 인근 식당에서 진행됐다. 

김석준 본지 발행인(이하 사회) : 사상 초유의 비선실세로 인해 국가가 혼돈에 빠져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40년 이상의 인연을 유지해온 최태민 씨로부터 시작한 비선실세는 최순실 씨까지 이어졌다. 그들은 국정전반에 관여하며 국가 인사에도 참여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나.

   
▲ 김영래 교수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이하 김영래) : 오랜 기간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저 허탈한 심정이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14% 수준이었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가에서도 연일 교수와 학생들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참담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 시국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단순히 최태민과 최순실이라는 인물에 의해 국가가 비정상적인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현 국가는 정상적이지 못하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 생각한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이하 이필상) : 우리나라가 한 명의 비선실세에 의해 국가체제가 붕괴될 정도로 약했다고 생각하니 참담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국중립내각과 탄핵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바로 잡힐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단순히 국회 차원이 아니라 국가체제의 붕괴가 온 상황에서 손 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이하 임현진) :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비정상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비공식 라인이 국정의 주최가 되고 도리어 청와대 수석이나 장·차관이 그들을 보조하는 상황이 됐다. 주객전도다. 하지만 묘안이 없다. 탄핵하자니 정국이 혼란스러워지고 하야하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데 마땅한 대선후보자가 없다. 거국중립내각 얘기가 나오지만,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뚜렷한 묘안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 현재 대두되고 있는 거국중립내각제를 두고 여·야 간 트집잡기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지금, 조속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김영래 : 지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인 상황에서 사실상 식물정부에 가깝다.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해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거국중립내각’이다. 국가의 존망 사건이 다수 얽혀있는 지금 박 대통령은 모든 역할을 내려두고 권한을 거국중립내각에 위임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 역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 합의된 모습을 보여 신뢰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이필상 교수
이필상 :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신뢰회복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현 상황에 중심에 있는 만큼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권은 없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모든 진상을 규명하고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신뢰가 회복된 상황에서 ‘비상시국회의’가 구성돼야 한다. 여·야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구성된 비상시국회의를 중심으로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국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현진 :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국가 리더십의 부재다.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다. 이로 인한 여파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오는 12월에 있을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국가 리더십을 하루빨리 다시 세워야 한다. 이필상 교수가 말한 비상시국회의는 자칫하면 압력단체로 치부될 수 있다. 차라리 비상시국회의에 포함될 원로 지식인들을 거국중립내각의 인사로 임명해 정부의 권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사회 : 여당과 야당은 현재 어느 한 부분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되고 있다. 심지어는 최순실 게이트 관계자들에 대한 청문회마저도 개회 여부를 두고 대립 중이다. 여당과 야당이 연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시국회의 구성원들 간 합의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이필상 : 비상시국회의 내에서 의견을 통일해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뽑은 대표를 비상시국회의 구성원으로 포함시켜 그 안에서 국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나오면 취합해 다시 한 번 국민에게 검토를 받는 시스템이다. 결국 그들은 지혜를 모아 의견을 내놓을 뿐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사회 : 지식인이 나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불을 일으킨 것은 이화여대 특혜 의혹이 컸다. 이대는 입학부터 시작해 학사, 성적 관리 등 모든 부분에서 비리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누구도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 정유라 씨가 입학했을 때, 지도교수를 교체했을 때, 학칙을 바꿨을 때, 대학 구성원 중 한 명만이라도 호루라기를 불었으면 현 사태가 미연에 방지됐을 것이다. 대학의 전통 학문 영역을 지켜야 할 사람은 대학 구성원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인들은 권력 줄서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학인들이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래 : 맞는 말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대학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 또는 총장이라면 대학 입학문제 및 학사에서는 공평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대 사태만 보더라도 대학인의 사명감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 대학인들은 정부재정지원사업, 연구비 수주, 정치권 입성 등에 관심이 쏠려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의 정신을 스스로 보존하기 위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필상 : 현 대학인들은 지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식을 권력을 얻고 행세하기 위해 사용하고, 심지어 비선실세한테 까지 매달리는 상황은 지식인들의 타락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사태는 대학이 돈에 얽매여 있기에 발생한 사태이기도 하다. 대학들은 정부재정지원사업 및 지원을 유치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있다. 그저 교육부에 종속된 상황이다. 교육부 과장급 인사가 학교를 방문해도 총장이 뛰어나가는 형국이다. 다시 한 번 대학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권력 또는 돈을 바라보는 대학인의 모습이 아닌 지식을 통해 국정을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임현진 교수
임현진 :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 대학인들을 보면 지식을 ‘판매’하고 있다. 대학에 학문정책은 없고 재정정책만 있는 상황이다. 교수와 학생이 지식인을 대표했던 시대는 그저 과거에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대학교수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불의는 참을 수 있어도 불이익은 못 참는 사람이라고 한다. 과거 비판적인 의견을 내세우며 국가의 등불이었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

 

사회 : 최순실 게이트가 더 이상 대학계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 상황으로 미뤄 봤을 때 불가능해 보인다. 비선실세 중심에 대학이 있는 만큼 대학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계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김영래 : 전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대학은 차분함을 유지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이 더 연루돼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이 정도 수준에서 밝혀진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시간을 더 끌었으면 국가의 존립 위기가 됐을 것이다. 대학은 이 문제를 진상규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과거 국민의 등불이었던 지식인의 모습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

이필상 :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우리 지식인들의 잘못으로 인해 빚어진 문제다. 지식인들이 한때 권력에 눈이 멀어 국민께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식인들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기고백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어야 한다. 그 뒤 대학 지식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진상규명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대학 지식인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가 그간 실추됐던 대학 지식인들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 돼야 한다.

   
▲ 김석준 본지 발행인
임현진 : 대한민국의 현 상황은 배가 운항하다 어느 섬에 충돌한 상황이다. 침몰할지 안 할지는 배 안에 있는 선장과 선원들의 몫이다. 하지만 이미 선장은 무능력함을 보여주고 숨을 장소만 찾고 있다. 선원들이 나서야 할 때다. 선원은 대학 지식인들이다. 대학 지식인들이 직접 몸으로 나서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안보·외교·국제 경제 등 여러 위기 속에 갇혀 있다.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뜻을 모으고 행동으로 옮겨 국민을 도와줘야 한다. 건국 이래 그 어느 시기보다 지식인들이 앞장서야 할 상황이다.

 

사회 : 현재 국란은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대한민국에 가져왔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쌓여만 가고 있고 더 나아가 국민은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새로운 지도부로 대학인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대학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인들은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정부와 소통하고 때로는 질책하면서 현 사태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밝혀지도록 대학사회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원로들의 말씀을 정리하며 좌담회를 마무리 하겠다.

최상혁 기자 csh@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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