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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시대와 포용의 리더십 - 경기일보 2016. 8.8 -

dd100 2016. 8. 9. 15:49

여풍시대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욱 일찍 도래하는 것 같다. 지난 6월 사망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제자들이 스승의 명저인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의 출간 40주년을 기념하여 2010년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미국토플러협회 소속 미래학자들이 ‘40년의 40가지 예측’이란 이름하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50년경에 가장 큰 정치변화는 세계 각국에서 여성 대통령 또는 수상과 같은 여성 정치지도자가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지구촌 곳곳에서 거센 여풍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은 여성정치시대를 본격적으로 예고하는 세 가지의 상징적인 정치변화가 있었다. 우선 지난 7월 25일 개최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오는 11월 8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되었다.

힐러리 후보는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주요 정당의 후보로서 여성이 선출된 것은 처음이며, 더구나 오는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처음으로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미국은 8년 전 흑인 출신의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후 여성대통령까지 선출, 새로운 미국 민주정치를 실험하게 될 것이다.

유럽 정치, 여성지도자가 장악
둘째 변화는 영국에서 일어났다.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이라는 ‘브렉시트’로 야기된 난제의 해결사로 등장한 사람은 보수당의 차세대 리더로 거론되었던 테레사 메이 전 내무장관이다. 메이 수상은 마가렛 대처의 뒤를 이어 26년 만에 여성으로 수상직에 오른 것이다. 

메이 수상은 브렉시트의 찬성론자인 전 런던시장 존슨과 반대론자인 수상 캐머런 등 남성정치인들이 저질러 놓은 ‘불확실성의 영국’의 뒤처리를 맡게 되었다. 메이 수상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EU 탈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인데 그의 협상 상대는 역시 여성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셋째 변화는 이웃 일본에서 일어났다. 지난 7월 31일 실시된 일본의 수도 도쿄도(東京都)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고이케 유리코(池百合子) 전 방위상이 여·야당 후보를 큰 표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되었다. 1947년 도쿄도지사 선거가 시작된 이래 69년 만에 여성정치인이 인도네시아의 한해 예산과 맞먹는 13조엔(한화 141조원)을 관리하는 도지사가 된 것이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37세 변호사 출신 비르지니아 라지가 최초 여성 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2014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안 이달고가 첫 여성시장으로 당선됐다.

물론 한국에서도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였으며, 미얀마에서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 사실상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5월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 취임하였으며 야당인 국민당 주석에는 훙슈주(洪秀柱) 전 입법원 부의장이 선출, 취임하였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에서도 여풍은 유럽 못지않다.

여성 정치지도자, 포용리더십 돋보여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이 정치무대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 동안 정치가 남성위주의 게임이었다면 변화된 정치사회환경에 따라 여성 정치인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본다. 특히 여성이 지니고 있는 모성애에 기반을 둔 포용력 있는 정치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여풍시대가 확대되고 있는 주요 요인이다.

메르켈 독일 수상은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 벌써 10년 이상 집권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도 8년 전 대통령 선거 시 경쟁 관계에 있던 오바마 대통령 정부 하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하였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의 정책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메이 영국 수상은 브렉시트 찬성자인 존슨을 외무장관에 임명, 역시 반대편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정치시대를 맞아 한국정치에서도 여성 정치지도자들로부터 서구와 같은 포용의 정치리더십을 보고 싶다.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