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언론기사 및 기고문)

대선에 반(半) 기운 반기문 총장 - 경기일보 2016. 06.06 -

dd100 2016. 6. 7. 08:55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5월 말 방한을 계기로 한국정치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25일부터 5월30일까지 5박6일의 반기문 총장 방한은 유엔과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 참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관훈클럽 기자회견, JP를 비롯한 원로 정치인들과의 만남, 안동 하회마을의 방문 등을 통하여 남긴 각종 대화 내용과 행동을 보면, 반 총장은 내년 12월 실시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의 유력한 상수(常數)로 등장한 것 같다.

이번 한국방문에서 반 총장은 외교관이기보다는 내년 대선에 반(半)은 발을 담군 정치인으로서 행동한 것 같다. 필자도 이런 현상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 제66차 유엔NGO(비정부기구)컨퍼런스에 국무총리 자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따라서 29일 저녁 만찬, 30일 개회식에서 반 총장의 연설과 행동을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관훈클럽 기자회견으로 이미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를 내딛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된 반 총장은 경주에서도 거침없는 정치인으로서 행동을 하였다고 본다. 반 총장은 비록 만찬 주최자인 경북 도지사의 권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만찬이 끝난 후 참석자 모두와 일일이 악수하는 장면은 UN사무총장이라기보다는 대권을 겨냥한 정치인 반기문의 인상이 더욱 풍겼다.

UN NGO컨퍼런스 개회식 기조연설에서도 시민사회와 유엔과의 강한 유대감은 물론, 어린 시절 한국 교육의 덕분으로 꿈을 갖고 유엔사무총장까지 성장한 배경을 강조함으로써 참석한 한국 시민사회인사들에게 자랑스러운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오는 12월31일 유엔사무총장으로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내년 1월1일부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시민으로 돌아오게 된다. 10년간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돌아 올 반 총장의 금의환향은 6·25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개발도상국에게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변한 대한민국의 발전상만큼이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10년 전인 2006년 10월 14일 한반도의 조그마한 도시인 충주 출신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최종 선출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웠는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제2의 반기문이 되겠다는 장대한 포부를 가지고 세계의 문을 두드리면서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우고 있으며, 실제로 그 후 상당수 대한의 건아들이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기문이란 이름은 한국의 귀중한 자산이자 동시에 세계적 자산이다. 은퇴 후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로서 강연 또는 저술을 통하여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이번 경주컨퍼런스에서 한국시민사회는 UN NGO센터의 한국 유치, 건립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반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국가발전에 있어 NGO 역할을 강조하였는바, 임기 중에 유엔NGO센터를 한국유치, 건립하여 센터 내에 가칭 ‘반기문 세계평화재단’을 만들어 활동한다면, 제2의 반기문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꿈을 주는 것이 아닌지.

이미 대선에 반(半)은 기운 반 총장이지만, 대권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 않을까. 한국의 대선 레이스가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는 반 총장이 더욱 잘 알 것이다. 혹시라도 대선 레이스에서 상처투성이의 후보자가 된다면, 제2의 반기문을 꿈꾸던 젊은이들은 얼마나 실망할까. 필자는 그때도 학생들에게 제2의 반기문을 꿈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