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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제3의 길 - 경기일보 2016.04.26 -

dd100 2016. 4. 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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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의 승자는 안철수의 국민의당이다. 국회의석수로 계산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여 원내 제1당이 되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불과 1석 차이로 제2당이 되었다. 그리고 불과 2개월 전에 창당된 국민의당은 38석을 차지하여 원내 제3당의 위치를 확보, 사실상 승자가 된 것이다.

이를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지지율로 보면 새누리당이 총투표수의 33.50%. 국민의당이 26.74%, 더불어민주당이 25.54%를 획득하였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국민의 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지지율 차이는 불과 1.20%이지만, 그러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지지율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국민의당이 약 3%의 격차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제헌 국회의원 선거 이래 창당된 지 불과 2개월 정도 밖에 안 된 신생정당이 원내 제3당의 위치는 물론 전국적인 차원에서 20%중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영남과 강원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20%이상의 고른 지지를 받아 전국정당의 이미지도 갖추게 되었다.

물론 과거 김종필의 자민련과 같은 제3당이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제3당이 되어 여소야대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소위 3김의 한 측인 김종필이라는 산전수전을 겪은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연륜에서 보면 국민의당의 안철수는 2011년 9월 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등장하면서 정치에 입문하였으니, 김종필에 비할 수는 없다.

때문에 우리는 당시 안철수의 혜성과 같은 등장을 일종의 ‘안철수 현상’이라는 이름 까지 명명하면서 각종 정치분석을 하였다. ‘안철수 현상’은 기득권을 가지고 서민들과 유리된 상태에서 정치인들 자신만의 리그전을 펼치는 기존의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토크 콘서트를 통하여 젊은이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신선한 정치행태에 국민들이 열광한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2012년 대선 전 민주당과 합당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이름 하에 기성 정치인과 같이 정치생활을 하면서 대선에서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물론 그 후 실시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의원 배지는 달았지만 역시 정치인 안철수는 ‘현상’을 ‘실체’로 입증하지 못해 심지어 ‘안철수 현상’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정치는 역시 생물과 같아 이번 4·13총선에서 종말되었다고 본 ‘안철수 현상’은 소위 ‘강철수 현상’이 되어 실체로 다시 등장하였다. 과거의 안철수와는 달리 ‘죽어도 국민의당에서 죽겠다’라고 했는가 하면, 심지어 선거연설에서 독설까지 뿜어내면서 선거를 지휘, 이번에는 단순한 ‘현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 국민 앞에 등장하였고 유권자들은 표로 이를 증명하여 주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새로운 정치의 균형추로서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남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기회 개회를 요청, 성사시켰다. 19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민생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어 역대 최악의 국회의 오명을 벗을지는 두고 보아야하겠지만 새로운 정치인 ‘제3의 길’로 가는 국민의당의 출발은 일단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제3의 길’은 영국의 전 총리 토니 블레어(Tony Blair)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한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논문 에서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이념 모델로 제시하면서 출발한 것이다. 앤서니 기든스는 이란 저서에서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반대하고 ‘제3의 길’로 불리는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주창했다.

‘제3의 길’은 영국 토니 블레어, 프랑스의 조스팽, 독일의 슈뢰더 등 유럽의 새로운 정치를 편 중도파 정권의 밑거름이자 버팀목이 되었는데,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과연 기존 여야당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3의 길’을 이끌 새로운 정치사회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