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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과 정치공학 - 2016. 02.15 경기일보 -

dd100 2016. 2. 17. 15:55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두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선거구 획정이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획정 기준인 3대1의 편차가 심하여 이를 지난해 12월31일까지 2대1로 조정해야 된다는 결정을 하였으나,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무시하면서 현재까지 선거구 획정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국회는 선거구 획정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이런 여론을 의식, 선거구획정위원회라는 독립기구까지 설치, 이 기구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는 파격적인 조치까지 하였지만, 그 결과는 과거와 모양만 다르지 결정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에 대하여 ‘혹시나’ 했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시나’로 끝나고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선거구획정위원회 회의,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정당 대표까지 포함된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지만, 매번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최종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선거구획정은 총선 후보자의 당락과 직결된 사항이기에 정당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야 현직 국회의원들의 상호 공동의 암묵적인 이해도 일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직 국회의원들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상호 담합(?)이 선거구 획정 결정을 미루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서 과연 여야정당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선거구획정 지연과 관련된 정치공학은 다음과 같은 요인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첫째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획정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를 설치해도 여야정당의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번 설치된 선거구획정위는 외관상으로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여야정당이 동수로 추천하는 각각 4인과 단순히 사회만 보는 중앙선관위 추천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획정위 안건 결정에 있어 표결은 3/2의 찬성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 어떤 민주적인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말로만 독립성을 강조했지 실제로는 여야정당의 대리전과 같은 획정위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독립성을 기대한 것이 무리이며, 공연히 죄 없는 획정위원들만 고생 시키고 있는 것 아닌지.

둘째 역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결정된 기간을 살펴보면 아무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해도 현직 국회의원들은 스스로의 기득권을 최대한 누리기 위하여 총선 임박하여 선거구를 최종 획정하였다. 지난 2000년 이후 선거구 획정이 결정된 최종일을 살펴보면 이번도 과거와 비슷한 기일에 결정될 것 같다.

 

즉 2000년 제16대 경우 선거일 65일 전에, 2004년 17대는 37일, 2008년 제18대는 47일, 2012년 제19대는 44일 전에 최종 확정되었다. 즉 최근 4회의 총선에서 평균 48일전에 선거구가 확정되었다. 이를 금번 선거에 산술적 계산을 적용한다면 이달 20일 전후에 선거구가 획정될 것 같다.

셋째 인구편차 조정에 의한 선거구 획정에 대한 합의가 여야 간에 이뤄진다고 해도 시·군·구간의 세부적인 지역 통폐합 또는 분할에 대한 선거구 획정은 역시 기득권 위주로 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유리한 소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식에 의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게 된다면, 이는 유권자의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만 유지하려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시한까지 무시하는 후진적 정치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정치인들만을 위한 허울좋은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정치인의 행태가 지속되는 한, 한국정치는 선진화되기 어렵다. 

과연 우리는 언제나 현직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배제된 공정하고 독립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설치되어 올바른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문화가 제도화될 수 있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