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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베트남의 천지개벽 - 경기일보 2015. 11. 30 -

dd100 2015. 12. 1. 14:47

지난 달 초 대한민국ROTC동남아총연합회 총회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개최되어 해외ROTC동문들에게 최근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특강 차 방문하였다. 3년 전 대학 총장으로 재직 시 학생들의 해외봉사 활동을 격려하기 위하여 하노이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방문에서 필자는 하노이를 비롯하여 베트남이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이 변화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3년의 세월이 지나기는 하였지만 베트남은 그 동안 천지개벽을 하였다. 당시 하노이에는 경남기업에서 건축한 72층의 ‘하노이 경남빌딩’ 2동이 랜드마크로 상징적인 건물이었고 오래전 세운 대우호텔이 그나마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층건물과 아파트가 즐비하고 신시가지에는 롯데호텔, 그랜드플라자호텔 등 5성급의 한국계 호텔이 곳곳에 세워졌는가 하면 시내에는 고급 자동차들이 출퇴근 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뿐 아니다. 하노이 근교에 있는 핸드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근로자 약 5만명을 고용하는 초대형 제조업체로서 베트남 전체 수출의 무려 18%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며,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업이 약 4천5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베트남은 한국의 투자 순위 1위로서 금년 한국의 수출 대상국가 순위에서 지난 해에 비하여 약 46%가 증가, 중국, 미국, 홍콩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제4위를 점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베트남은 내년에는 홍콩을 넘어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공화국이기는 하지만 1986년 ‘도이머이’의 개혁을 통하여 이미 시장경제체제를 가진 자본주의 국가와 비슷하다. 북쪽으로는 중화인민공화국, 서쪽으로는 라오스 및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남중국해에 면해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로 2014년 7월 말 기준으로 약 9천341만명으로 세계 13번째이다. 면적은 약 33만㎢로 한반도의 1.5배이며, 연 7~8%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국민소득은 현재 1인당 2천100달러로 동남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국가이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난제인데 베트남은 20~30대의 인구가 무려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풍부한 젊은 노동력은 대단한 발전 잠재력의 지표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우수한 두뇌를 소유한 베트남은 쌀농사를 3모작까지 할 수 있는 세계1위의 쌀 수출 국가이다. 오랜 전쟁에 시달려 고통을 받았지만 강한 민족성으로 오늘의 베트남을 이룩하였다. 프랑스에 대항하여 식민지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또한 미국,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베트남전에 참여한 한국에 대한 감정은 국가발전이란 대국적인 차원에서 구원(舊怨)을 벗고 가장 협력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 하노이 국립대학을 비롯한 10여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 가장 인기 있는 학과로 되어 있으며, 이곳 졸업생들은 졸업 전에 한국기업 등에 취업이 보장되고 있다고 한다. K-pop과 한국드라마 등의 한류열풍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은 베트남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이상국이 되고 있다.

베트남 국민은 말한다.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등 과거 베트남과 전쟁을 했던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과거의 죄는 용서하지만 결코 잊지 않겠다’라는 응축적인 표현으로 대외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기간에도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과 이태리 대통령 등이 방문했는가하면, 하노이 시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기회의 땅, 베트남의 놀라운 발전상을 우리는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전쟁의 한맺힌 구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잘못은 용서하되 결코 잊지 않겠다는 베트남의 강인한 민족성과 국가발전에 대한 열망을 새삼 되새겨 본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