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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듀! 19대 국회 - 경기일보 5.16. -

dd100 2016. 5. 18. 17:31

19대 국회가 이달 29일을 끝으로 파란만장한 임기를 마친다. 4·13 총선을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경고를 받은 정치권이 마지못해 마지막까지 일을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임시국회를 지난 달 21일 개회, 오는 19일까지 열기로 했지만 상당수의 현역 의원이 낙선하여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4·13 총선 결과에 의하면 19대 국회의원 292명(4월14일 현재 기준)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의 숫자는 148명(50.7%)이다. 따라서 144명(49.3%)은 20대 국회에서 볼 수 없다. 물론 이중 일부 의원들은 스스로 출마를 포기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천에서 낙천, 또는 낙선했다. 이는 그만큼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아주 나빴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역대 의정 사상 최하위의 평가를 받고 있는 19대 국회도 출발은 심히 장대하고 국회에 대한 개혁 약속도 많았다. 지난 2012년 4월11일 실시된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제한을 포함해 의원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 적용, 의원 연금 폐지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심지어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이를 즉각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당시 여야당의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각각 기자회견에서 약속까지 했으나, 선거 후에는 꿀 먹은 벙어리 같이 묵묵부답이다. 세비 삭감에 관한 개정안이 제출되었으나 논의조차 되지 않아 19대 국회가 끝나면 제출 법안은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국민들의 지적에 의원수를 줄이겠다고 했다. 또한 각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월 600만∼7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영수증도 필요없는 돈이라 의원 부인이 생활비로 사용해서 문제가 되어 국민적 지탄을 받았음에도 역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공약을 실천할 의지도 없으면서 당선만을 위한 헛공약만 남발한 것이며, 문제가 되면 임기응변식으로 적당하게 얼버무리다가 시간만 지나면 도루아미타불이 되는 것이 19대 국회의원들의 행태였다. 민초들은 거짓말쟁이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들로부터 부여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신뢰의 국회의원을 원했지만, 이는 국회의원들에게는 마이동풍이며 우이독경이었다.

가장 큰 국회의 특권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비록 뇌물수수 혐의와 같은 부정부패가 있어도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하지 못한다. 국회 동의도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불체포 특권은 말 그대로 특권 중의 특권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제주의 국가의 제왕이 갖는 특권과 다름이 없는 것인데, 이것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또 불발이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연간 세비는 약 1억3천800만 원, 보좌관들이 받는 총 연봉은 4억 원에 육박한다.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두 명씩, 6·7·9급 비서 한 명씩, 유급 인턴 2명 등 총 9명의 유급 보좌관을 둘 수 있다. 이외에도 의원회관 운영비와 차량 유지비 등으로 연간 약 9천만 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같이 저버린 19대 국회였지만, 국회의원들은 세비 삭감은 고사하고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금년도 세비는 오히려 3% 인상하였다. 국회의원 스스로 세비 인상을 합의하면 아무도 제재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국회이기 때문이다. 실로 국회의원들의 몰염치는 극치에 달하고 있다.

이런 후안무치, 책임회피, 조삼모사의 국회가 곧 ‘아듀(adieu)’를 고한다. 아듀는 안녕이란 뜻의 프랑스어이다. 세모를 보내면서 작별의 아쉬운 감정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이번 19대 국회를 보내는 ‘아듀’는 아쉬운 작별이 아니고 다시는 오지 말고 빨리 가기를 바라는 ‘아듀’가 아닌가.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