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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체제의 한계와 헌법 개정 - 경기일보 6.27 -

dd100 2016. 6. 28. 10:12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약 70% 정도가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정치학회가 지난 주 발표한 20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의원 217명 중 93.5%인 203명이 개헌에 대하여 찬성한 것으로 답했다. 이는 개헌 의결정족수 200명을 넘은 수치이다.

이런 개헌에 대한 여론은 2년 전의 조사와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2014년 10월 하순 실시한 개헌의 필요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가 개헌에 부정적 의견을, 42%는 긍정적으로 나타날 정도로 의견이 갈려 있었다. 따라서 최근 여론은 2년 전의 비하여 무려 30% 정도 개헌 찬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지난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이미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1987년 정치체제의 문제점을 지적, 국회 구조를 거대 양당체제에서 3당체제로 변화시켰고 또한 정치세력 간의 이전투구가 아닌 협치를 요구하였다.

5년 단임 대통령제, 시대에 역행
올해가 87년 6월 시민항쟁이 일어난 지 29년이 된다. 6월 시민항쟁의 결과로 5년 단임 직선제 대통령제를 택한 제9차 개헌이 되었으므로 현행 헌법이 적용된 지 29년이 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6명의 대통령을 선출하였으며, 또한 8차례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6명의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제왕과 같은 절대권력만 향유하였지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였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는 레임덕 현상을 맞아 효율적인 국정 운영은 하지 못하였으며, 심지어 일부 대통령은 집권당으로부터 탈당을 강요받아 탈당한 사례도 있다.

그러면 지난 29년간 국회운영은 어떠했는가. 의회정치의 본질은 토론과 타협이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거대 양당 구조에 의하여 갈등과 대치가 의정활동에 주류를 이루었으며,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오명까지 받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현행 헌법은 지난 29년간 시행을 통하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으므로 이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이다. 제9차 개헌은 기본적인 헌법 틀의 변경 없이 3김의 집권을 우선시하는 직선의 5년 단임제에 초점을 둔 것이기 때문에 현행 헌법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정치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전개되는 개헌 논의는 역대 정권에 따라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항상 거론되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 개헌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 취임 후 경제문제 등을 이유로 개헌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였지만, 지난 4월 총선으로 정치지형이 변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개헌에 대한 입장이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대선 후보 부각 전에 개헌 논의 매듭을
20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개헌론이 봇물같이 터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 개원식에서 ‘개헌은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역설하면서 개헌에 불을 지폈으며, 각 정당 대표들은 물론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개헌 논의에 동참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개헌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것이 요망된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다. 따라서 헌법을 자주 변경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시대가 변했음에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더욱 문제이다. 지금은 4월 총선 결과로 여야 정당도, 그리고 청와대도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내년 대선 후보도 아직은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봄까지 개헌문제를 매듭질 수 있는 적기이다. 대선이 본격화되면 개헌논의는 또 어려워진다. 민생문제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조기에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여 매듭짓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