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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명예교수로 돌아오는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

dd100 2014. 8. 20. 09:50

[경기인터뷰] 아주대 명예교수로 돌아오는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대학의 생명은 자율과 창조… 정부 눈치만 보다간 가치 무너져”
박수철 기자  |  scp@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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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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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간의 동덕여대 총작직을 퇴임하고 제2의 고향이라 여기는 수원 아주대 명예교수로 돌아오는 김영래 총장. 그는 한국의 성장 배경은 교육의 힘이며 그 가운데 사학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말한다.
한국 정치학사에 한 획을 그은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68)이 제2의 고향인 수원으로 복귀한다.

장장 33년 6개월간 대학에서 정치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한국정치학회 회장, 한국NGO학회 회장, (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동대표, 국민권익위 투명신뢰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 의장 등 활발한 활동으로 젊음을 불태운 그가 아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데 남은 열정을 쏟기로 한 것이다. 수원으로 돌아오는 한국 대학교육의 거장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활동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22일 총장직을 퇴임하고 아주대 명예교수로 돌아오는데 동덕여대 총장 시절을 회고한다면.
학내갈등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던 관선이사 체제의 동덕여대에 총장으로 부임해 민주성ㆍ투명성ㆍ공정성에 입각해 학교를 경영하고 학내 질서 안정을 위해 구성원과 소통을 통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정이사 체제가 되었으며, 학내질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고 떠나게 되어 대단히 기쁘다.

지난 4년 동안 현대식 강의시설을 갖춘 예지관과 기숙사를 완공했으며, 동덕여대의 랜드마크가 될 다목적종합관이 현재 건설 중이다.

또 제2기숙사도 곧 기공하게 될 것이며, 훌륭한 교수님도 40여분이나 초빙하여 학습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대학구조조정과 반값등록금 문제로 대학재정이 점차 열악해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동덕여대가 위기를 잘 극복해 명문 대학으로 거듭 나기를 퇴임하는 총장으로 간절히 기원한다.

-한국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대안이 있다면.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결국 교육을 통하여 유능한 인재를 육성했기 때문으로, 특히 사학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 본다. 하지만 사립대는 주 수입원이 등록금인데, 최근 소위 반값등록금 문제로 재정상황이 아주 열악해지고 있다. 이에 학령인구까지 감소하고 있어 사립대, 특히 지방대는 아주 심각한 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재정이 충분하지 못하면 훌륭한 교수를 초빙할 수 없고 또한 학습환경 개선에 투자하지 못하게 되며, 그 피해는 결국 학생, 나아가서 국가가 보게 된다. 연구와 교육, 자율과 창조는 대학의 생명과 같은 것인데, 오늘의 대학이 지금과 같이 열악한 환경이 지속되고 지표경영에만 익숙하게 되어 정부의 눈치만 보면 결국 대학의 가치는 무너지고 그 피해는 전국민이 입게 된다.

정부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OECD 수준정도로 늘리고 일반인도 선진국과 같이 대학에 대한 기부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 중학교 3학년인 1961년 1월1일부터 53년째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는 김 총장이 아주 오래된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 총장은 “일기는 자신의 생활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역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한국 초·중등 교육에 대한 소견이 있다면.
초·중등교육에서 공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한 반 학생수는 30명 전후이고, 컴퓨터와 같은 외적인 교육환경은 향상됐으나 교육의 질, 그리고 교사들이 교육자적 사명의식은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고 본다.

사교육이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에서 공교육을 되살려야 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 문제에 대처할 때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룩될 것이다. 최근 교사들 사이에 이념적인 갈등이 과거보다 심화되고 있으며, 이런 것이 학생들의 일선 교육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어 염려가 된다.

-정치학의 거장으로서 작금의 한국 정치를 평가한다면.
지금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가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국회가 선진화하겠다고 국회선진화법까지 제정했지만 오히려 국회는 매일 같이 정쟁만하는 후진 국회가 되어 해양안전에 관한 각종 법안이 제출되었음에도 통과시키지 못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미리 예방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으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어 정치 자체가 몰락할 수 있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정치는 올바른 것(政者正也)’과 ‘백성에 대한 믿음(民信)’이라고 했다. 정치가 바르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잃게 된다. 정치가 정치인들 자신만을 위한 정치로부터 국민을 위한 정치로 속히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의 창시자로써 한국매니페스토운동의 실정과 과제가 있다면.
2004년 8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일본 게이오대학에 방문교수로 가 있는 동안 일본에서 적용되고 있는 매니페스토를 연구해 귀국 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를 조직, 2006년 지방선거에 적용함으로써 매니페스토가 한국에 보급됐다. 매니페스토 운동에 있어 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지방선거나 최근 재보선에서 매니페스토가 오히려 퇴조하고 있는 것 같아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으로부터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선거 때 헛공약이나 인기영합적인 공약이 아닌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 유권자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인데, 아직도 제대로 정착이 되지 않아 아쉽다. 각종 선거가 매니페스토에 의한 정책경쟁이 정착되기를 정치권에 강력히 요망한다. 선거문화의 선진화는 한국사회가 선진화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 아주대 교수 시절 특히 보람된 일은?
수원은 저의 제2의 고향과 같다. 1991년 3월 수원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24년동안 우만동 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우선 아주대가 가까워 학생들과 언제든지 접촉할 수 있고 아파트에 나무가 많아 어느 곳보다도 공기가 좋아 한 곳에서 오래 살고 있다.

아주대에서 1991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19년 6개월 교수로서 아주대 학보사 주간, 학생처장, 사회과학대학장, 사회과학연구소장, 교수협의회 의장 등 주요 보직을 수행했다.

특히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상호 발전 모색에 심혈을 기울여 수원시정책자문위원회 의장, 수원경실련 상임공동대표,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상임공동대표, 수원발전연구센터장 등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지역과 대학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노력했다.

수원발전연구센터(현재 수원시정연구원) 개원의 산파역을 담당했고, 아주대 교수들과 공동으로 아주대 사회과학연구소 내에 수원지역연구센터를 두어, <수원지역의 현황과 발전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일기를 50여년 이상 쓰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개인이든 단체든 매일매일의 생활은 하나의 귀중한 역사이고 또한 자료라고 본다.

최근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중학교 3학년인 1961년(단기 4294년) 1월1일부터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따라서 무려 53년간 일기를 쓰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매년 1월1일에는 그 해의 목표를 일기장에 적고 있는데, 1961년1월1일 일기장에 ‘義에 살고 義에 죽는다, 誠實하게 살자, 몸을 健康하게 하자’라고 쓰면서 ‘義·誠·體’를 쓴 것을 보고 제 자신이 웃기도 했다.

물론 ROTC 장교로서의 최전방 GP소대장 시절, 미국 유학 시절, 2008년 한나라당 공천심사부위원장 시 18대 국회의원후보자 공천 일지, 아주대 교수와 동덕여대 총장 시절의 학교 생활 및 활동 내용 등등이 모두 일기에 기록되어 있다.

일기는 자신의 생활과 행동을 매일매일 성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기는 자신의 생활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역사가 될 수도 있다.

-수원시정연구원의 전신인 수원발전연구센터장을 지내셨는데 수원시의 가장 큰 현안과 이의 해결을 위한 대안은.
수원시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다. 수원도 다른 대도시와 같은 교육, 환경, 교통, 산업구조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여야 될 것이다.

특히 경제문제에 있어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이 있어서 재정자립도가 우수해 다른 도시에 비하여 큰 어려움이 없지만 과연 삼성이 언제까지 성장할 것이며, 또한 수원에만 있을 것이냐를 고민해야 될 것이다.

경제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제4의 물결(Fourth Wave)시대에 수원이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느냐는 수원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다.

휴먼시티인 수원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떤 형태로 도시기획을 하여 발전시키느냐의 과제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6월 발족한 시민사회발전위원회는 16개 단체의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보수와 진보 단체 모두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무현 정부 시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이명박 정부 시 특임장관실의 시민사회발전위원회, 그리고 현 정부의 시민사회발전위원회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위원이다.

그러나 과거 위원회가 이념적인 면에서 다소 편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면 이번 위원회는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바른사회시민회의, YMCA, 흥사단과 같은 이념 스팩트럼이 다양한 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기대된다.

현대사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통제와 지시만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다양한 영역을 대표하는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를 통해 국가를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하여 자문을 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또한 시민사회 발전에 관련된 정부와의 협력문제도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우리사회가 부정부패, 이념갈등,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너무 혼란스럽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희망을 갖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다워야’ 가 되면 우리 사회는 발전할 수 있고 또한 개개인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교수는 교수다워야 되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다워야 되며, 여객선 선장은 선장다워야 된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지위에서 자시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한다면 최근에 일어나 세월호 참사, 윤일병 사망사건 같은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박수철기자
사진=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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