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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칼럼] 제왕적 국회론

dd100 2014. 9. 23. 09:25

[김영래 칼럼] 제왕적 국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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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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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제왕적’이란 용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제왕적이란 용어는 굳이 사전적 정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거 전제주의 시대의 황제와 같이 무소불위의 특권과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정치 체제 운영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정치용어나 정치인들의 행태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국회가 운영되는 과정이나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제왕적이란 비난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추석 때 나타난 민심을 보도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대다수는 현재와 같은 국회는 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여전히 민심에 오불관언하며 일은 하지 않으면서 황제와 같은 특권만 누리고 있으니 국민의 분노는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 이후 5개월여 동안 국회는 단 한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입법 제로’라는 한국 헌정사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의 관계법규를 준수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매달 월급과 입법비 명목으로 약 1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고 있다.

물론 추석 때 상여금으로 387만8천원씩 모두 11억원 정도나 되는 국민의 혈세도 지급되었다. 경영자총협회에서 집계한 기업 평균 추석 상여금 93만2천원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많은 액수라고 하니 이는 제왕적 국회의원에 대한 대우가 아닌가. 현재 정기국회가 개회되어 의사일정도 정하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입법 실적이 없어도 회기만 열면 매일 3만1천360원의 특별활동비도 받는다고 하니 매일매일 하루살기가 힘든 국민들은 국회 이야기만 하면 분통이 터진다.

추석 때 국민들로부터 그렇게 무서운 눈총을 받고도 추석상여금을 반납한 국회의원은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 밖에 없다고 한다. 연일 국회의원의 의무 불이행에 대한 국민적 질책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지난 19일 지급된 9월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말한 의원은 지금까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분노한 시민들이 현재 인터넷과 거리에서 국회의원 세비 반납서명운동까지 전개하는 것이 아닌가.

국회의원에 주어진 특권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은 원활한 의정 활동을 위해 9명의 직원을 둘 수 있으며, 사무실 운영비는 물론 9명의 인건비도 전액 국가에서 지원된다. 차량 주유비 및 유지비로 매달 110만원과 35만원씩 총 145만여원이 지급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우편료, 철도 이용 등등 각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세비도 다른 기관의 눈치 볼 필요없이 여야가 합의만 하면 매년 인상할 수 있다.
가장 큰 특권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비록 뇌물수수 혐의와 같은 부정부패가 있어도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하지 못한다. 국회 동의도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다양한 특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불체포 특권은 말 그대로 특권 중의 특권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제주의 국가의 제왕이 갖는 특권과 다름이 없는 것 아닌가.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불체포 특권을 포함해 의원 세비 30% 삭감, 의원 연금 폐지 등을 공약으로 발표하였으나, 선거 후에는 꿀 먹은 벙어리 같이 묵묵부답이다. 실천할 의지도 없으면서 당선만을 위한 헛공약만 남발한 것이다. 국회는 제왕적 특권만 가질 생각만 말고 일하는 생산적인 국회상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민초들은 제왕적 국회가 아닌 국민들로부터 부여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서민적 국회를 원한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