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가고 앞으로 6개월 있으면 2012년이 된다. 어느 해든 정치적으로 의미가 없는 해는 없겠지만 특히 내년인 2012년은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이다. 즉 내년에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는 대통령 선거, 당대표 대회 등 각종 중요 정치 일정이 잡혀 있어 우리도 이에 대비해 새 흐름에 부응하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한국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같은 해 실시되기에 각 정당은 사활을 건 정치투쟁을 벌써부터 전개하고 있다. 20년 전인 1992년 선거로 문민정부가 탄생,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와 같은 민주정치를 행하고 있어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새로운 국가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다.
한국과 바로 인접한 중국은 내년 10월 제18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개최, 후진타오의 제4세대가 물러가고 제5세대인 시진핑이 최고지도자로 부상할 것이며 정치국 상무위원도 대폭 교체될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선거캠페인이 시작됐으며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뿐 아니다. 러시아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총리인 푸틴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으며 프랑스도 4월 대통령 선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총리의 재임기간이 비교적 오래된 영국과 독일도 총선거의 가능성은 상존하며, 일본은 간 나오토 총리의 사임이 이미 예정됐기에 새 지도자가 등장할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년째인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부르고 있고 김정은 후계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돌발적인 사태 전개의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을 에워싸고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들에 내년에 상당한 정치변화가 예상돼 우리 정치권도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추구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야기된 각종 정치행태를 보면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을 주고 있다.
여당은 지난 4월 재보선 패배로 당 대표가 사퇴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변화를 모색해 내년 선거에서 재집권하겠다는 각오로 내달 4일 개최될 전당대회에서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후보자 간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야당도 지난해 지방선거와 4월 재보선의 여당 패배에 고무돼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맹렬하게 공격, 서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 움직임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은 상당히 냉소적이다. 감세와 같은 경제정책은 물론 반값 등록금 문제와 같은 주요 정책 추진에 여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보여 국민들은 과연 정부의 정책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야당 역시 실현성이 있는 정책 대안 제시가 미흡하거나 인기 영합적인 구호만 남발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정치권은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고 연일 소리만 요란하지 구체적 성과 없이 정파적 이해에 얽매여 있다.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과 같은 선심용 단기 정책에만 매달려 있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계파정치, 이합집산, 합종연횡과 같은 선거전략에만 몰두하고 통일한국, 교육한국, 포스트모던한국에 대한 비전 제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가 정치인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된다. 정파적 이해보다는 국민에게 비전을 주는 희망의 정치를 지금부터 준비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제시하기 바란다.
동덕여대 총장
'미디어(언론기사 및 기고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전으로 밀린 정기국회 - 2011.09.04 - 세계일보 (0) | 2011.09.13 |
---|---|
[김영래 칼럼] ‘8·15 경축사’에 거는 기대 - 2011.07.31 - (0) | 2011.08.01 |
동덕여대 비전2020선포식 동아일보 - 2011. 05. 27 - (0) | 2011.06.22 |
등록금 고통 언제까지 - 세계일보 5월 22일 - (0) | 2011.05.23 |
유권자가 바뀌어야 한다 - 세계일보 2011. 04.18 - (0) | 2011.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