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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고통 언제까지 - 세계일보 5월 22일 -

dd100 2011. 5. 23. 08:02

등록금 인하투쟁에 우울한 캠퍼스
소액기부금 공제로 부담 줄여줘야
  • 계절의 여왕인 5월의 대학 캠퍼스는 녹음이 우거지고 각종 축제가 개최돼 어느 때보다 젊음의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런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와는 달리 아직도 일부 대학에는 캠퍼스 곳곳에 ‘반값 등록금 쟁취’,‘등록금 동결’ 등과 같은 구호의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 있는가 하면, 총장실과 같은 대학 행정본부가 등록금 문제로 학생들에게 점령돼 대학가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나타내고 있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 오늘과 같이 성장, 발전한 것은 고도교육열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특히 발전 과정에서 고급인력을 배출한 대학교육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대학 중에서도 고등교육의 80% 이상은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립대학은 젊은이에 대한 민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교육에 열중함으로써 오늘날 한국 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사립대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가에 의한 사학의 투자는 극히 빈약한 편이다. 현재 대학의 재정수입에서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국립대학이 47%인데 사립대학은 겨우 12%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립대학은 평균적으로 재정수입의 52%를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사립대학은 매년 등록금 책정 시 학생들과 갈등을 빚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 보조는 우리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분야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892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만2907달러의 69%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와 같이 빈약한 공교육비 중에서도 민간 부담은 1.9%로 OECD 평균인 0.5%에 비해 아주 높은 편이기 때문에 결국 국가적 책무를 사립대학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재정수입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등록금 인상밖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립대학 재정수입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대학에 대한 소액 기부금 세액공제 제도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도입이 추진된 제도이고,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각종 간담회와 세미나에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정부안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제도는 정치자금 소액기부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처럼 대학 기부금에 대해서도 연간 1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자에게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정치자금 소액기부 공제 제도 같이 대학에 대한 10만원까지의 기부금을 전액 세액 공제한다면 대학을 위한 간접적인 재정지원이 될 수 있다.

    이 제도를 실시하면 한국 사회의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서구에서 대학은 동문은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상당한 기부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교육을 통해 사회에 인재를 배출 하고 있다. 소액 기부금 세액공제 제도가 활성화되면 이를 통해 국가의 귀중한 공교육의 기부문화 인식이 활성화될 수 있다.

    치솟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학 당국의 고뇌를 우선 정부와 정치권이 이해해 이를 조속히 입법화하기 바란다. 교육과 연구에 몰두해야 할 대학에서 매년 등록금 문제로 학생과 갈등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액 기부금 세액공제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 대한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학의 열악한 재정수입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