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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바뀌어야 한다 - 세계일보 2011. 04.18 -

dd100 2011. 4. 18. 15:05

오는 27일 실시되는 재보선 열기가 뜨겁다.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분당을, 김해을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일부 재보선이 실시됨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총선거,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성남 분당을에서는 전·현직 여야 대표가 정치생명을 건 격돌을 하고 있어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특히 내년 4월과 12월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여야 정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4·27 재보선에 대한 이런 언론과 여야 정당에 의한 지대한 관심과는 달리 아직도 한국의 선거문화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 선거문화의 변화가 요망된다. 선거는 민주정치의 가장 중요한 정치과정이며, 따라서 민주주의는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선거는 단순히 정례적이고 평화적으로 실시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며, 선거를 통해 비전 있는 정책과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1945년 5월10일 실시된 제헌국회의원 선거 이후 2010년 6월2일 실시된 제5회 전국 동시지방선거까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수십 차례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각종 선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아직도 불법·탈법 선거운동이 자행되고 있으며, 유권자들도 금권·지연·학연·혈연에 얽매여 투표하는 사례가 많아 올바른 선거문화의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구시대적인 선거문화를 변화시켜 민주정치 발전을 도모하고자 전개된 것이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이다. ‘참공약 선택하기’는 기존의 선거에서 후보자나 정당이 제시한 일반 공약과 달리 선거공약의 내용을 체계적이고 확실하게 내세워 공약 실현을 위한 재정적 근거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선거공약에 목표, 공정, 재원, 우선순위, 그리고 이행기간까지 구체적 계약을 명시해 유권자로부터 신뢰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참공약 운동이 한국에서 2006년 지방선거에 도입된 이후 2007년 대통령 선거, 2008년 국회의원 선거, 2010년 지방선거에 적용돼 한국의 선거문화 형성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각종 선거가 정책경쟁보다는 이미지 선거, 이념적 대립, 또는 왜곡된 지역주의로 인한 편향적 투표행태 등에 좌우됨으로써 선거공약에 의한 정책중심의 선거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과학비즈니스벨트,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등과 관련돼 선거공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이런 선거공약들은 지난 선거 시 정당과 후보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내건 공약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같이 선거 공약 이행 여부를 가지고 문제가 되는 것은 공약의 실천 가능성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인기영합식의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나 정당도 문제이지만 과연 유권자들이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투표를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 있어 최종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다. 유권자가 선거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또한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를 면밀하게 관찰, 투표에 임했다면 한국의 민주정치는 지금보다 더욱 발전했을 것이다.

최근과 같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약에 의한 선거를 통해 정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더욱 요원하게 될 것이다. 선거문화의 변화를 통한 선진화된 한국정치의 구현은 모든 국민의 염원이며, 이를 위해 공약을 통한 선거문화의 변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이번 4·27재보선에서부터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선거공약을 꼼꼼하게 살펴 투표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기 바란다.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