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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의 정치이야기] 대통령 기념관과 국가역사 기록

dd100 2022. 8. 1. 13:59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니스트 = 매년 8월이 되면 8·15광복절이 되새겨진다. 1945년 8월15일은 일제의 36년 압제로부터 해방된 날이다. 비록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승리로 주어진 해방이기에 우리는 바로 독립국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3년 동안 미군정 통치하에 있다가 1948년 8월15일 비로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8·15가 되면 해방일 못지 않게 대한민국정부 수립 기념일은 생각하게 된다. 올해는 대한민국정부 수립 74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 우리는 6·25한국전쟁이라는 민족 상잔의 쓰라린 전흔을 겪으면서 산업근대화, 정치민주화를 거쳐 자랑스러운 오늘의 대한민국 공동체를 이룩했다.

 

초대 대통령 기념관 없는 한국

현재 한국은 제4의 물결(The Fourth Wave)시대를 맞이하여 선진복지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제1의 물결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의한 신생국가의 건설, 제2의 물결은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적 산업국가의 건설, 제3의 물결은 ‘87년 민주항쟁 이후 민주국가의 건설이라는 3단계의 국가발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 오늘의 한국정치사회에 이룩했다.

제1의 물결 시대의 주역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신생국가의 초석을 다지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물론 12년간의 장기집권을 통해 부산정치파동, 사사오입개헌 등 독재정치를 행함으로서 4·19학생혁명에 의하여 하야, 1965년 7월19일 망명지 하와이에서 일생을 마쳤지만, 건국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른 전직 대통령과 같이 엇갈리고 있다. 초대 대통령으로서 건국 초기 국가의 초석을 다졌을 뿐만 아니라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자유대한민국의 수호의 화신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4·19학생혁명에 의해 하야한 독재정치인으로 폄하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이 4·19학생혁명에 의해 하야는 하였지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담은 기념관이 없다는 것은 세계 경제권 10위 이내의 있는 국가의 위상을 고려할 때 성찰해 볼 문제이다.

현재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은 이 대통령이 8·15 해방 후 귀국, 거소였던 종로구 소재 이화장이 유일하지만 전시물 등은 아주 빈약한 수준이다. 이화장 이외에도 충북 청주시 소재 청남대 대통령관,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고성 소재 화진포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등에 일부 기념물, 기록물 등 자료가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곳 역시 빈약하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연구기관으로는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이 고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 개인 독지가의 출연으로 설립되었으며,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박사로부터 소장 자료를 기증 받아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승만연구소, 이승만학당, 광화문이승만연구소 등이 있지만 이들 기관의 활동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서강대 총장·KBS이사장·전경련 부회장 등을 역임한 손병두 전 호암재단 이사장이 ‘이승만 건국 대통령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기념관’ 추진단장을 맡아 오는 광복절 개관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이달 29일 오픈 기념식도 개최할 예정이다. 상기 VR기념관 추진단은 앞으로 VR기념관을 발전시켜 제대로 된 ‘이승만 건국대통령기념관’을 서울시내에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여 건립, 이승만 대통령과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를 후세에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대통령 기념관 건립해 역사 기록 보존

미국은 건국 이후 현재 바이든 대통령까지 46명의 대통령을 거쳐 오늘의 세계 최강 미국을 건설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은 39대 대통령인 지미 카터를 비롯하여 클린턴, 부시, 오바마, 트럼프 대통령 등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 또는 도서관을 가지고 있어 이들 대통령에 대한 연구와 역사적 내지 정치적 평가는 물론 역사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

필자는 수년전 미국 여행 시 일부 대통령의 기념관 또는 도서관을 방문하였다. 수도 워싱톤D.C.에 있는 제퍼슨(3대), 링컨(16대) 기념관은 물론 보스톤의 케네디(35대), 캘리포니아 요바린다의 닉슨(37대),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의 레이건(40대)기념관 등을 방문하였다.

특히 지난 달 미국 여행 시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지미 카터 센터을 방문했다. 지미 카터는 재직 시 대통령으로서의 평가는 후한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퇴임 후 하비타트 운동, 평화 운동을 주도하여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퇴임 후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상을 세계인들에 각인시켜준 인물이다. 조지아 주지사를 지낸 카터 대통령 도서관은 센터 내에 있다.

미국의 대통령 기념관에는 대통령 재직 시 있었던 업적에 대한 후세의 평가와 기록을 위하여 사실대로 전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닉슨 대통령 기념관에는 당시 문제가 되었던 워터게이트(Watergate) 사건에 대한 녹음테이프를 사실대로 전시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기념관이 역사 기록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대통령 기념관 내지 도서관은 아이오와 웨스트 브랜치의 후버(31대), 뉴욕 하이드파크의 루즈벨트(32대), 미주리 인디펜던스의 트루만(33대), 캔자스 애빌린의 아이젠하워(34대), 텍사스 오스틴의 존슨(36대), 미시간 앤아버의 포드(38대), 텍사스 컬리지 스테이션의 부시(41대), 아칸사스 리틀락의 클린톤(42대), 텍사스 달라스의 부시 2세(43대)도서관 등이 있다. 오바마(44대) 대통령도서관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오바마재단에 기부한 1억달러 등으로 시카고 잭슨파크에 건립 중이다.

 

보수·진보 이념 초월, 대통령 기념관 설립 필요

현재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 중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념관 내지 도서관이 다양한 형태로 건립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대통령 기념관 중 일부는 전시물이 체계적이지도 못하고 또한 재정 문제 등으로 지자체에 기부되어 일반 도서관과 같이 운영되는 등 대통령기념관 또는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H. Carr)의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직 대통령들의 기념물과 기록물은 우리가 보존해야 될 귀중한 국가자산이다. 이승만건국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보수나 진보라는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그들의 모든 행적을 객관적인 한국역사로 기록, 보존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와 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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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공감신문(https://www.g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