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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의 정치이야기] 구태의연한 국정감사, 이제는 변해야 된다

dd100 2022. 10. 5. 10:35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니스트 = 국회는 오늘(4일)부터 오는 24일까지 20일간의 일정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는 대통령실 등을 비롯한 감사기관이 783곳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38곳이 많다. 이번 국정감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실시하는 국정감사다. 지난해와 달리 여야가 서로 바뀐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실시되어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어느 때보다 정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국회가 가지고 있는 국정감사권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권한이다. 국정감사권은 국회의 독립적 기능으로 헌법 제61조에 의거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국정감사 및 조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법으로는 ‘국정 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가지는 중요한 권한이다. 제헌헌법부터 제3공화국까지는 헌법상에서 의회의 국정감사권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제4공화국 때 국정감사권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이후 제5공화국 헌법에서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해서 조사할 수 있는 국정조사권으로 변경되었다가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업인, 단골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

국정감사를 받는 대상 기관은 ‘정부조직법’ 등에 의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기타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기관 등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국회가 국정감사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또한 정부 등 대상기관을 상대로 올바른 정책중심의 국정감사를 실시한다면 잘못된 국정을 바로 잡을 수 있음은 물론 추락된 국회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그러나 매년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아직도 국회의원들은 구태의연한 국정감사 행태를 나타내고 있어 국회의원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공무원들은 하반기만 되면 국정감사 준비와 국회 출석으로 대부분 시간을 빼앗겨 정상적인 공무 수행이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요구 자료 작성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함은 물론 오랜 기간 준비한 자료에 대한 질문 한번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도 있고, 심지어 질문한 의원은 이미 회의장을 떠나고 없는 상황에서 허공에 대고 답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을 국회의원 자신들의 홍보수단이나 또는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국민들의 실망이 컸다. 또한 재벌 총수 등 기업인들을 불러 국회의원의 권위주의적 위세를 과시하는 장소로 착각하고 있는 구태의연한 잘못된 국정감사 행태가 반복되고 있었다.

기업 실무자를 불러도 되는데 굳이 기업 총수를 고집하고 있어 기업 경영에 바쁜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참석, 의원들로부터 질문 하나 받지도 못하고 또는 여야가 국정감사 운영방식을 놓고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국감장 광경이나 구경하다가 돌아가는 씁쓸한 모습도 있었다. 매년 국감에 증인으로 불려간 기업인은 연평균 17대 국회에서 52명이었던 숫자가 18대 국회에서 77명, 19대 국회에서 124명, 20대 국회에서 159명으로 급증하는 경향이다. 국회는 국감 때마다 흥행과 인지도 상승을 목적으로 대기업 경영인을 국감 증인으로 경쟁적으로 불러왔던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기업인에 대한 증인 신청이 무더기로 호출될 것 같다. 기업인 증인 채택이 이미 1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여야 합의에 의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증인 채택에서 제외 되었지만, 이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국토교통위 등은 포스코 그룹회장 등 대기업 임원진 등을 증인으로 채택, 구태의연한 국감행태가 재연될 것 같다.

 

‘국정' 의미 되새기는 정책감사 되어야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국정' 전반에 대하여 감사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며 기능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정부와 관련기관에 대한 잘못을 질책함은 물론 정책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올바른 국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감사가 국회의원의 홍보수단으로 악용되어서도 안 된다.

국정감사가 정책 경쟁이 아닌 여야의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 등으로 전개되는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 회의 광경을 보면 ‘국정' 보다는 정쟁에 더욱 몰입하고 있어 이번 국감도 역시 ‘맹탕국감’, ‘정쟁국감’, 또는 ‘호통국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 힘은 최근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박진 외교부 장관의 불신임 가결, 이준석 전 대표 가처분 신청 등으로 국정감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여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지적, 여론의 이목을 받을지 의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 ‘김건희 국감’ 등으로 치를 태세다. 이미 지난 23일 교육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과 관련하여 국민대 총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금 우리는 달러화의 급등과 원화가치 하락,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상당히 어려운 국내외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수출부진 등으로 한국경제는 ‘제2의 IMF사태’에 대한 우려도 있을 정도의 위급한 상황이다. 때문에 민생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여야가 협치를 통해 민생을 보살펴도 해결책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정쟁만 하면 과연 민생은 어떻게 되는가.

이번 국정감사는 민생을 살피는 정책감사가 되어야 한다. 국정감사도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변해야 된다.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외환경을 감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정쟁만하지 말고 민생을 우선 챙기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를 정책 경쟁을 하는 감사로 변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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