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언론기사 및 기고문)

국가발전과 공직자의 기여도 <경기행정동우회지 제50호 (2021.2)>

dd100 2021. 3. 3. 11:16

국가발전과 공직자의 기여도

김영래(아주대 명예교수, 전 동덕여대 총장)

 

AC시대와 불확실성

 

지구촌은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했다. 20년 전 지구촌은 뉴 밀레니엄 (New Millennium)의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의 중심지인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축포가 터지는 등 희망의 등불을 밝혔다. 이후 지구촌은 지난 20년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발전해 왔다.

그러나 2021년 소의 띠인 신축년을 맞이하는 지구촌은 희망보다는 코로나 19(COVID-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으로 팬데믹 현상에 의해 불안과 절망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지구촌의 일등국가로서 최첨단 의료시설을 자랑하는 미국이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지난해 113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법적 소송을 하면서 당선자인 조 바이든(Joe Biden)에게 대통령직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민주정치의 선진국으로 자부하던 미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조롱 대상이 되었다.

지구촌은 AC(After COVID-19) 시대로 불리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BC(Before COVID-19)시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비록 코로나 19에 대한 백신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에서 새로운 유형의 변종된 다른 유형의 코로나가 등장, 지구촌을 또 다시 팬데믹 상황으로 끌어 드릴 수 있는 불확실성 하에 살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학교는 대면 수업보다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되고, 과거와 같은 대규모 집회는 항상 불안 속에서 개최되고, 장바구니를 들고 마켓에 가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는가 하면, 인간관계는 점차 소원해지고 있어 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는 등 생활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AC시대의 정치경제 환경은 다양한 변화가 많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이기주의에 의하여 때로는 국경까지도 폐지하면서 자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또한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국가 간 무역거래도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변모할 것이다. 따라서 무역에 국가경제를 의존하는 한국 등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4의 물결과 국가발전

 

영국의 유명한 사상가인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The Study of History) 에서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다.’라고 했다. 토인비의 말과 같이 한국은 지금까지 수많은 역경을 딛고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통해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이룩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저서 <부의 혁명>(Revolutionary Wealth)에서 오늘날 지구촌은 '4의 물결(The Fourth Wave)'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뿌리부터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준비하는 국가는 발전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국가는 결국 경쟁에서 뒤떨어져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포스트 모던사회인 현대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시대이며 동시에 제4의 물결시대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은 20161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와 말함으로써 세계적인 화두가 되었다. 슈바프는 1784년 증기, 기계생산으로 대표되는 제1차 산업혁명, 1879년 전기, 노동분업, 대량생산 시대인 제2차 산업혁명, 1969년 전자, 정보기술, 자동생산 등을 의미하는 제3차 산업혁명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서 사이버, 물리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인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들과 비교했을 때 선형적인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지각 변동 수준이라고 보았다. 특히 지난 산업혁명과 달리 새로운 산업혁명은 모든 국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루어지며 결국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영향력이 다르다고 강조함으로써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제4의 물결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바, 정치·경제·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치사회는 시대적인 구분에 따라 보면 해방과 더불어 신생국가의 초석을 마련한 이승만 대통령 집권 기간을 제1의 물결, 근대화를 통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산업화 시대를 이끈 박정희 정권을 제2의 물결,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정치 제도가 뿌리를 내린 제3의 물결 시대를 거쳐 발전하였다.

이제 한국정치사회는 제4의 물결로서 선진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민주정치의 공고화를 통하여 정치제도를 선진화함은 물론 영국, 스웨덴 등과 같은 복지사회를 이룩함으로써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제4의 물결의 시대적 과제이다.

 

‘ 30-50클럽가입과 공직자의 노력

 

한국정치사회의 눈부신 발전을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 현대, SK, LG와 같은 글로벌기업이 세계시장 곳곳을 누리고 있는가 하면, BTS와 같은 아이돌그룹이 비영어권에서는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서 수 주일째 1위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각국이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부리고 있을 정도로 각국에서 한국방역 시스템을 칭송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6·25 한국전쟁을 통하여 폐허가 된 한국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로부터 원조를 받아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1950-60년대를 보냈으며, 매년 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힘든 세월 보냈다. 2차 대전 이후 100여 개 신생국가가 탄생하여 미국 등에서 해외원조를 받던 수원국(受援國)이었으나, 한국은 저개발국가에 원조를 주는 공여국(供與國)으로 바뀐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사례는 ‘30-50클럽의 일원이 된 것이다.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를 가리키는 용어를 말하는 것인데, 한국은 2019년에 가입하였다.

한 국가가 높은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민경제 규모의 기준이 되는 1인당 국민소득과 함께 적정선의 인구경쟁력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실제 인구가 많지만, 국민소득이 적고, 국민소득이 높으면 인구가 적은 경우가 많아서 한 국가가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2020년 현재 ‘30-50클럽에 가입된 국가는 일본(1992), 미국(1996), 영국(2004), 독일(2004), 프랑스(2004), 이탈리아(2005), 한국(2019) 7개국뿐이다. 한국은행은 201935, 20181인당 국민총소득(GNI)31,349달러($)로 전년의 29,745달러($)보다 5.4% 늘었다고 발표함으로써 한국은 1인당 GNI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는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국이 이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근면하는 국민적 자질이다. 1960-70대 근대화를 제창한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면서 국가부흥의 역군이 된 산업전사(産業戰士)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서 이룩된 것이다.

특히 이런 근대산업 국가를 이룩하는 데 있어 산업전사 못지않게 기여를 한 것은 우리도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새마을운동을 지도한 농어촌 면사무소의 9급 공직자부터 경제정책을 입안한 고위공직자들까지 그들이 보인 부단한 노력과 창의성 역시 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뉴 패러다임의 공직자상(公職者像) 정립을

 

한국전쟁이 끝난 뒤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은 이 나라가 재건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 이라고 했다. 또한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을 쓴 역사학자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 이상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5,000년 동안 망하지 않고 이렇게 성장했다는 건 세계사의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언급에서와 같이 외국의 지도자들과 유명인사들은 한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미라클 코리아(Miracle Korea)'라고 부르는데 전혀 인색하지 않다. 하계·동계올림픽을 비롯한 세계4대 스포츠대회를 미국, 중국보다 앞서 개최하였고, 2016년 이후 지구촌에서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한국이다. 또한 유엔(UN)에 가입도 못 하다가 겨우 1991년 북한과 같이 유엔에 가입, 그 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였으며, 해외봉사단원 약 7만여 명이 세계 각국에서 가난과 재해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한국을 세계는 확실히 경이적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미라클 코리아를 이룩하는 데 있어 높은 교육열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특히 공직자들이 외국의 발전된 선진매뉴얼 등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으며, 공직자들 스스로가 주경야독을 하고, 또한 해외연수를 하여 이를 국내 정책수립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그러나 최근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 공직자는 맡은 바 직무에 충실히 하고 있지만, 일부 공직자가 상사의 눈치만 보거나 또는 정치권에 휘둘리면서 복지부동하는 자세를 보여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공직사회가 쌓아 놓은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의 말과 같이 제4의 물결 시대를 맞이하여 공직사회는 끊임없는 개혁과 행정의 창의성을 발휘, 민간분야가 새로운 희망을 품고 국가발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창의성을 가지고 제4의 물결에 부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신뢰받는 공직자상(公職者像)을 정립시킬 때 한국은 또 하나의 기적을 창출, 명실공히 선진복지사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국민의 피로도가 폭증하고 또한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AC(After COVID-19) 시대를 맞이하여 공직자들은 신뢰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목민관상(牧民官像)을 새삼 되새겨 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