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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독서법 / 김영래(전 동덕여대 총장, 현 아주대 명예교수) - 감사나눔 - 2020. 11.16.

dd100 2020. 11. 17. 09:29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 진로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요인은 가정환경, 교육, 친우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며, 또한 인생의 진로는 당시의 시대적 환경과 성장과정에서 수차례 변화된 과정을 겪게 된다.

특히 중·고등 시절에 읽은 독서가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중·고등 시절, 고향인 여주의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에서 유학하는 동안 소설, 위인전, 자서전 등을 읽으면서 대학 전공 선택을 비롯, 인생 진로 결정에 있어 독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필자는 중학교 3학년인 1961년 1월1일부터 지금까지 59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당시에는 연말에 선물로 일기장인 <자유일기> 등이 유행하였으며,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일기을 쓰는 것을 강조하였다. 최근 1961년 일기장을 보니 당시 내가 읽은 책에 관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961년 11월 24일 맑음
---- 심훈의 상록수를 읽었다. 내가 오래전부터 한번 꼭 읽기를 원하던 책이다.
농촌에서 계몽운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애정문제를 소재로 하였다. 이것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의지로 농촌을 개척하는 남녀의 꿈, 더욱이 가난을 무릅쓰고 농촌을 부흥시켜 보겠다는 농촌지도자를 꿈꾸는 그들의 의지에 나는 감명을 받았다 ----

심훈의 『상록수』(常綠樹)는 1930년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한 축으로 삼아, 농촌 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들의 모습과 당시 농촌의 실상을 그린 대표적인 소설이다. 필자는 『상록수』를 읽은 후. 농촌운동을 하겠다고 고향인 여주시 능서면 구양리에 마을문고를 설치하기 위해 학교 동급생들로부터 책을 모았다.

또한, 당시 농촌 계몽운동을 전개하던 건국대 내에 설치된 한국농촌문화연구회에 김일주 (현 한국지도자아카데미 원장) 선생님을 찾아 농촌문고 설치에 대한 조언도 듣고, 또한 그곳에서 책을 기증받아 고향 마을문고에 보냈다. 연세대 재학 중에도 내가 속한 동아리 <한국문제연구회> 회원들이 매년 여름방학 때 내 고향 여주에서 농촌봉사 활동을 하고 또한 추석 명절 때는 주민들을 위한 연극축제로 개최하기도 했던 것은 독서의 영향이었다고 본다.

또한 당시 영향을 받았던 책은 미국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1917-1963)의 『용기있는 사람들』 (Profiles in Courage)이다. 당시 43세의 패기있는 젊은 정치인으로서 ‘뉴 프런티어’(New Frontier) 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당시 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닉슨 후보를 패배시키고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는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이 책은 케네디는 자신을 낮추어가며 자신이 훌륭하다고 판단한 미국의 8명의 정치가의 삶과 업적, 그리고 그 업적을 이루기 위해 '용기있는 결심'을 할 때까지 그들의 내적·외적 갈등을 자세히 정리한 책이다. 존 애덤스와 같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소신을 위하여 지위·명예·돈을 헌신짝처럼 버릴 줄 알았던 용기있는 정치인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도 그들의 길을 따라갈 것을 다짐했다. 지금의 미국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세계 최강국을 건설하는데 이들은 하나의 썩은 밀알이 되었다고 본다.


케네디는 냉전시대 최악의 핵무기 사태였던 소련 공산당 서기장 후르시쵸프를 상대로 한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과감하게 해결함으로써 그 자신 용기있는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1963년 11월 22일 대통령 재선 활동의 일환으로 텍사스주 댈러스시를 방문 도중, 오즈월드가 쏜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필자는 지난 2015년 3월 댈러스를 방문, 현재 박물관으로 되어있는 저격 현장을 찾아보면서 새삼 케네디의 삶을 회상하기도 했다. 필자가 대학 전공으로 정치외교학을 선택한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케네디의 저서가 준 영향이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다독(多讀)이지만 대학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위한 전공 서적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정년 퇴임 후 전공과 관계없이 독서를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최근에는 주로 미래사회 변화와 관계된 책들을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정치사회는 물론 지구촌 환경이 상당히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여 이에 대한 책을 틈틈이 보고 있다.

한국정치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어 지난 2월 필자는 『제4의 물결과 한국정치의 과제』(박영사)를 발간하였는바, 이 책은 미래의 한국정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상기 저서의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또한 현재 아주대를 비롯한 전국 8개 대학에 온라인 교양과목으로 개설된 <한국정치의 쟁점과 과제>의 강의를 위하여 미래정치사회의 변화에 대한 저서를 주로 읽고 있다.

최근 필자가 미래정치사회의 변화 흐름을 보기 위하여 읽은 대표적인 책은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 제래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대변동』 (Upheaval), 카이스트의 <『미래전략』(Future Strategy),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등이다.

출처 : 감사나눔미디어(http://www.gams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