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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을 말하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 경기일보 2017. 01.01 -

dd100 2017. 1. 2. 15:34

 

▲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가 그 어느 때보다 어지러운 정유년 새해 정국을 전망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가져야 할 덕목과 우리 정치가 풀어가야 할 숙제 등을 날카롭고도 단호하게 풀어 나갔다. 오승현기자

 

대한민국이 유례없는 정치적 혼돈기에 빠졌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를 떨치고 일어난 1천만 시민들의 ‘촛불’이 광장을 밝혔다. 현역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됐고,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혼란의 시대 속에 우리 정치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갈까. 해답을 얻고자 이 시대의 석학이자 스승인 김영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와 만났다. 

 

탄핵 정국과 여당의 분열, 개헌 문제, 조기 대선 등 갖가지 이슈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날카롭고도 단호했다. 특히 김교수는 대통령의 덕목으로 ‘선공후사’와 ‘민주정치 가치 실현’, ‘소통과 나눔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먼저 탄핵 정국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촛불의 힘’이라 진단한 바 있다. 촛불의 역할과 한계를 평가하자면.
촛불집회에 의한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실증한 사례다. 최순실 게이트 초기만 해도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오히려 국민이 촛불을 통해 강한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민의를 수렴, 탄핵소추를 가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화적으로 진행된 촛불집회는 주권자에게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 자유권에 의한 정당한 표현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민주적 정치과정의 하나다. 다만 촛불 시위는 정치의사의 투입과정이지 산출은 아니다. 

즉 행정부나 입법부같이 최종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집회와 표현의 자유로서의 제한된 역할하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SNS 등 정보매체의 발달로 인해 발현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로서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여당이 분당의 길에 돌입했다. 보수를 표방한 정당이 분열된 것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향후 여권의 행보를 전망하면.
새누리당은 집권당으로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뿐만 아니라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특히 박 대통령의 불통의 정치에 대해 주요 지도자들이 직언하지 못하고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하위기구로 전락,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친박과 비박으로 당내 권력투쟁에만 몰두한 새누리당의 분당은 필연적이라고 본다.

특히 특정 개인의 이름으로 계파정치를 하는 것은 아주 후진적인 정당구조다. 새누리당은 이미 불임선고를 받았다.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이든, 비박의 탈당파가 만든 새로운 정당이든 완전히 탈바꿈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본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정립, 국민에게 지지를 받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야당은 차기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잠룡들의 견제가 벌써부터 아주 치열하다. 이럴 때일수록 야당은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하나.
현재와 같은 탄핵 정국에서는 야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 집권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87년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된 경험도 있고, 세계 각국도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희구하고 있는 것도 정권 교체 가능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탄핵 정국을 통해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게 되면, 19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촛불의 힘에만 기대든가, 또는 인기영합적인 정치구호에 의존해 대권에만 연연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야권은 특정 정치세력 중심이 아닌 경제정책, 안보문제 등 국정 현안은 물론 개헌문제 등에 대한 치열한 정책 경쟁을 통해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국내 정치권에 있지 않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이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반 총장은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본다. 보수진영의 경우, 유력한 대권 후보가 없어서 반 총장을 자신들의 대권 후보로 영입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정치지도자, 특히 도덕성과 참신성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는 차원에서 대두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혼탁하기 그지없는 선거판에서 특별한 지지세력도 없이 외교관 생활이 전부인 반 총장이 이를 얼마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보 검증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23만 달러 금품수수설’ 같은 언론보도가 나오는 것이 이런 과정이 아닌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이 진행될 경우를 전망한다면.
먼저 조속한 정국 안정을 위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유력 대선후보자들은 물론 정치세력들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를 나름대로 예측하면서 대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대선 정국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기존의 정치일정보다 짧은 기간으로 인해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의 검증기간이 축소될 수 있어 소위 ‘바람(風)’에 의해 유권자의 선택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수행한다. 그의 역할과 국정 운영의 과제는.
지난 12월23일 총리공관에서 보수ㆍ진보ㆍ중도를 망라한 시민사회대표 14명이 황 권한대행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 참석해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졌다. 황 권한대행은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과는 물론 국회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국정안정을 추구하고 올바른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시민사회 대표들도 정부가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를 강화함은 물론 오히려 지금이 정책집행, 인사문제 등에 있어 공정한 원칙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국민은 물론 정치권도 황 권한대행이 중립성ㆍ공정성의 원칙 아래에 안정적인 국정을 운영하도록 협력하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개헌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87년 체제가 30년 동안 유지되면서 변화된 시대 양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내각책임제가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현재의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는 특별한 잘못이 있지 않은 이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반면 내각제에서는 총리불신임이 가능하고, 정당 간 연대 등을 통해 여론이 반영돼 책임 정치의 확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국민정서상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만큼 이원집정제 등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현재 시점에서의 개헌은 어렵다고 본다. 대권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후보자가 개헌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는 대선의 해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격과 덕목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포스트모던사회에서 성공한 대통령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공동체 구성원의 요구가 얼마나 다양한가. 또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도 국가 각 부문에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 했지만, 이는 현대정치에서 하나의 이상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구성원과 같이 소통하고 눈물을 같이 나누는 것이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치라고 본다. 대통령이 국가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도덕성과 청렴성을 지녀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민주정치의 가치를 존중하고 선공후사의 봉사하는 덕목을 가진 리더십, 시민사회와 협치하는 ‘포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김영래 교수는…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대한민국 ROTC 통일정신문화원장
△전 동덕여대 총장
△전 한국정치학회장
△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이관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