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모음

한국NGO학회 20주년 기념 공동학술회의 _ 축사

dd100 2020. 12. 9. 13:50

 

한국NGO학회 창립과 나의 단상(斷想)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전 동덕여대 총장)

1. 21세기와 NGO의 시대

21세기를 맞이하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와 더불어 한국사회도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로 통칭되는 시민사회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와 신군부의 전두환 정권에 의하여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과 같은 각종 기본권이 억압받던 시대가 19876월 민주항쟁에 의하여 정치사회 질서가 민주화됨으로서 각종 사익이익집단(Private Interest Group)은 물론 경제정의, 정치개혁, 환경보호 등을 주창하는 각종 공익집단(Public Interest Group)이 폭발적으로 조직,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사회 환경 하에서 198978일 창립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탄생은 한국에서 본격적인 시민운동이 태동, 활동하는 전기가 되었다. 이어 설립된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소비자보호를 위한 시민모임 등과 같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국민들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크게 조명을 받게 되었다.

특히 21세기 밀레니엄 시대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한국시민사회는 2회에 걸친 시민사회활동으로 인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언론과 시민사회로부터 한국 시민사회 활동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았다. 첫째는 19991011일 경희대 밝은사회클럽운동본부의 주도로 개최된 서울NGO세계대회이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 유엔공보처 NGO집행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된 서울NGO세계대회는 약 8000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회의에 참석하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환경, 소비자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하여 열띤 토론하였으며, 이런 과정에서 한국 NGO의 활동은 지구촌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둘째는 ‘2000년 총선낙천·낙선운동이다. 이 운동은 20001월 전국 412개 단체들로 구성된 '총선시민연대'가 발족하여 200413일 실시되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부적절한 후보자에 대한 공천반대와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을 천명하고 43일 공천 반대자 64명과 반인권 전력 및 납세 비리, 저질 언행 관련자 22명 등 모두 86명의 낙선 대상자 명단을 발표한 것이다.

이 운동에 대하여 정치권에서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불법이라고 비판했지만, 총선연대는 낙선운동을 강행,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총선낙천ㆍ낙선운동 결과 86명의 낙선 대상자 가운데 59(68.6%)이 떨어졌고, 22명의 집중 낙선 대상자 중 낙선자는 15(68.2%)이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20명의 낙선 대상자 중 19명이 무더기로 떨어져 시민사회단체가 전개한 낙선운동은 유권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2. NGO연구 필요성과 학회 창립준비위원회 활동

 

NGO는 한국정치사회가 21세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동력으로 등장하였다. 앞에서 고찰된 바와 같이 한국 정치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NGO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중요한 국가적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언론은 정부에 대한 견해와 더불어 시민사회로부터 대안 요구를 추구하였으며, 시민사회가 제시한 정책 대안은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NGO에 대한 점증하는 활동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NGO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 않았다. ‘NGO이란 용어 자체도 아주 생경하였으며, 대부분 집단접근(Group Approach) 차원의 연구에 불과하였다. 시민사회운동으로서 NGO 활동은 상당히 활발하였으나,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학문적 연구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NGO는 단일 학문분야에 관련된 것이 아니고,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경영학 등 여러 학문분야를 포함한 학제적 접근( Interdisciplinary Approach)이 필요한 학문이었기 때문에 각 분야 학자들 간의 소통이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실련과 같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집행위원 또는 정책위원 등으로 활동하던 대학교수들은 NGO를 학문적 관점에서 연구,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에 2000년 여름부터 이를 학문적 차원에서 연구코자 하는 논의가 그동안 사회과학계에서 수차례 제기되었음을 상호 인식하고, 이들 학계인사들을 중심으로 한국NGO연구()창립을 준비하게 되었다.

1차 창립 준비위원회 회의는 2000922() (15:30-17:00) 서초동 소재 서울빌딩 207호에서 개최되었다. 상기 서울빌딩 207는 사단법인 내나라연구소의 사무국이 있는 곳으로 당시 필자가 연구소 부소장으로 있었다. 1차 창립준비위 회의 참석자는 필자를 비롯하여 이정희(한국외대), 정영국(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원웅(관동대), 강명구(아주대), 김혁래(연세대), 윤주명(순천향대), 김정호(인하대) 8명이며, 준비위원으로 참여키로 동의한 학자는 김용호(한림대), 손혁재(정당정치연구소), 문태훈(중앙대), 정수복(사회운동연구센터), 김 녕(서강대), 조대엽(고려대), 김정훈(서경대), 조효제(성공회대), 문순흥(이화여대) 등이다.

1차 학회준비위 회의에서 창립취지문 채택(유첨 자료(1) 참조), 학회명칭을 한국NGO연구()(Korean Association of NGO Studies: KANGOS)’로 하기로 결정하였으며, 1년 정도 연구모임 성격으로 운영하다가 2002년 초에 학회로 확대 개편하는 일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NGO()회는 연구 활동 주제 중심을 비영리단체(NPO)보다는 시민사회론 및 시민운동론에 초점을 맞춘 NGO연구에 집중키로 하였다.

한국NGO()회 회원은 본()회가 그 성격상 학제간 구성이라는 특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선은 연구 구심점 역할을 해줄 연구그룹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했다. 따라서, 당분간 (1년 정도)은 소규모 세미나 또는 학술활동을 가능케 하는 회원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의했다. 또한 한국NGO연구()회원의 자격은 학문전공에 관련 없이 NGO연구에 깊은 관심과 연구 활동을 기울이고 있는 전문학자(박사학위 소지자)로만 구성하기로 하였다. NGO연구()회 회원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경영학, 행정학, 사회복지학, 여성학, 환경공학 등등 다양한 전공으로 구성하였다.

한편 한국NGO연구()회 대표 및 사무실 관련하여 한국NGO연구()회 대표는 일단 공동대표 형식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따라서 관련학계에서 NGO 연구에 관심을 지니고, 명망과 권위를 갖춘 분 약간명을 추대하기로 하였으며, 공동대표 추대를 위한 섭외는 김영래(아주대, 2001년도 한국정치학회장)) 교수가, 창립준비위원회 간사 역할은 정영국(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가 하기로 하였다. 또한 학회 사무실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31532-7 서울빌딩 207호 소재 ()내나라연구소 사무실의 일부를 사용키로 하였다.

 

3. 창립총회 개최와 학회 공식 출범

 

2000922일에 개최된 제1NGO학회 창립준비위 개최 시 필자가 가졌던 학회 창립 구상은 필자의 일기장에도 여실히 나와 있다. 필자는 중학교 3학년인 1961년부터 일기를 지금까지 쓰고 있어 지금도 과거에 중요한 일이 생각나면 일기장을 살펴보고 있다. 필자의 일기 중 1961-63년 동안 작성된 일기장은 대한민국 국립역사박물관에 기증하여 2016년 다른 기증품과 전시되었다가 지금은 보관되어 있다. 2000922일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 2000922일 금요일, 맑음

---- 내나라연구소에서 한국NGO학회 창립 총회를 위한 준비 모임이 개최되었다. 연세대

경영학과 정구현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NPO학회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시민운동을 중심으

로 하는 NGO학회가 있는 것이 적당하다고 하여 새로 모임을 만들었다. 정영국 교수 등이

참석하였다. 내달 10월말을 중심으로 기념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차 창립준비위원회 회의는 20001021일 토요일 역시 내나라연구소 사무실이 있는 서초동 서울빌딩 207호에서 개최되었다. 참석자는 필자를 비롯하여 강철규, 김영래, 박상필, 이정희, 정영국, 이원웅, 김혁래, 손혁재, 조대엽, 차명제, 김정호 등이 참석하였다.

2차 준비위 회의 결과, 1차 회의 시 결정된 사항을 그대로 받아 드리기로 하였다. 회원은 정회원, 준회원, 특별회원으로 규정하되, 정회원은 NGO 연구관련 박사학위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준회원은 박사과정 및 그에 준하는 자로 하고, 특별회원은 학회발전에 공헌한 자 또는 기관이나 단체로 했다.

학회 운영체제는 정식학회로 출범 (2002년도 예정)하기까지는 학제간 학회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3-5인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기로 하였으며, 학회창립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를 강철규(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김석준(이화여대 행정학과), 김영래(아주대 정외과), 이필상(고려대 경영학과),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맡기로 했다. 또한 창립기념학술대회를 개최키로 하였다. 이들 5인의 공동대표는 초창기 경실련에서 상집위원 내지 정책위원으로 같이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학회 창립은 물론 활동에 대하여 상호 간의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창립준비모임 과정을 거쳐 한국NGO연구()회는 20001117() 오후 13:45-18:30에 숭실대학교 경상대학 세미나실에서 창립총회 및 창립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필자의 일기장에 의하면 당시 회원 105명 중 4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정영국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창립총회에서는 개회사(강철규), 학회창립취지(임현진), 학회창립경과 보고(김영래) 순으로 진행되어 창립취지문, 정관 등이 채택되었다. (유첨자료(2) 참조). 한국NGO연구()회는 창립총회에서 공동대표 5인 중 임현진 교수를 상임공동대표 선출, 2001년 학회가 공식 출범 시까지 학회운영을 상임공동대표 체제롤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어 창립총회 후 한국NGO연구()회 창립기념학술회의를 다음과 같이 개최하였다. 학술회의는 임현진 상임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발제는 박상필(경희대 NGO대학원)“NGO 개념적 논의,” 이원웅(관동대 북한학과)한국의 NGO 연구동향: 이론적 쟁점과 과제,” 차명제(배달환경연구소장)“21세기의 도전과 한국의 환경운동.” 등이다. 동 학술회의 토론에는 강명구(아주대 행정학과), 이홍균(이화여대 사회교육과), 이정희(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등이 참여했다.

 

4. 한국NGO학회 공식 출범과 단일운영체제로의 변경

 

한국NGO연구()회는 창립총회 개최를 계기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전개하였다.

2001116일 제1차 상임이사회를 한국NGO연구()회 사무실에서 개최, 2001년도 학회운영방안을 확정하였다. 상임이사회를 6개 분과위원회 (총무, 연구, 편집, 섭외, 교육, 국제) 이사로 구성키로 하였으며, 홈페이지(www.kangos.or.kr)를 개설하고 뉴스레타, 학회지 발간, 회비납부 문제 등을 논의하였다.

학회가 비록 한국NGO연구()란 이름 하에 활동함으로서 공식적인 '한국NGO학회'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학회와 같이 활동하였다. 주로 공동대표들 중심으로 회원 가입 운동을 전개하여 2001년에 많은 연구자들이 학회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2001518() 오전 10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대학교 호암관 컨벤션 홀에서 춘계학술심포지움을 개최하였다. 동 심포지움은 임현진 상임공동대표의 개회사에 이어 ‘NGO와 사회정책: 사례별 평가와 과제'란 주제로 가지고 3부로 나누어 개최하였다. 1부는 강철규 공동대표의 사회 하에 의료정책과 재벌정책에 대하여 조병희(서울대), 홍종학(경원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2부는 이필상 공동대표의 사회로 사회보장정책과 교육정책에 대하여 문진영(서강대), 최현섭(강원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3부는 이정희 총무이사 사회로 여성정책과 환경정책에 대하여 김경희 (한국여성개발원), 이시재(카톨릭대) 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또한 제1차 및 제2차 한국NGO포럼을 개최, NGO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정치사회문제를 학문적으로 다루어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매스미디어로부터 한국NGO연구()회 연구활동은 큰 관심이 대상이 되었다. 당시 한국NGO연구()회 창립과 비슷한 시기에 경영학과 교수들과 기업인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비영리(NPO)학회도 발족되어 이들 2개 학회는 상호 경쟁과 협력 하여 시민사회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물론 활동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는데 주요 역할을 하였다.

한국NGO연구()회 활동이 학계를 비롯한 언론이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회운영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200111235인 공동대표회의를 개최, 학회정관을 단일운영체제로 개정키로 하였다. 즉 임기 2년의 학회장 체제로 변경키로 하였으며, 이를 2001년 정기총회에서 확정키로 하였다.

한국NGO연구()회는 2001128일 이화여대 대학교회 회의실에서 정기총회 및 겨울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정관을 개정, 회장 단일운영체제로 변경하였으며, 이어 개최된 임원선출에서 공동대표의 추천에 의해 김영래(아주대) 교수를 회장, 김경희(중앙대) 교수를 감사로 선출하였다. 2001년 정기총회를 계기로 공식출범하였기 때문에 현재 ‘2001128이 한국NGO학회의 창립일로 기록되고 있다.

다음은 한국NGO학회 공식 출범을 한 2001년 정기총회 시 필자의 일기장에 기록된 글이다.

 

2001128() 맑음

----- 한국NGO학회가 개최되었다. 지난 해 내가 주도하여 설립된 것이다. 그동안

共同代表體制로 있다가 이번부터 單一會長 體制로 변경키로 하였다. 共同代表들이

나를 會長으로 추천하여 會長을 맡게 되었다.

韓國政治學會長이 어제로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초창기 學會운영이 쉬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초창기 학회설립을 주도

한 나로서는 NGO학회 발전에 있어 부담을 가져야 되는 것 아닌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무려 6시간 NGO와 관련된 문제를 진지하게 토의하였다.----

 

2001년 정기총회를 거쳐 한국NGO연구()한국NGO학회란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 2001년부터 한국NPO학회, 경실련, 시민의 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 내나라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학술회의, 세미나,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NGO과 시민사회 활동에 활력을 제공하였다.

2001년 정기총회 이후 윤영진(계명대), 조은(동국대)을 부회장, 총무이사(이정희:한국외대), 연구이사(김상준:경희대, 문태훈:중앙대, 윤태범:한국방통대), 편집이사(강명구:아주대, 조대엽:고려대), 섭외이사(김호기:연세대, 문형구:고려대, 이홍종:부경대), 교육이사(박상필:경희대, 조효제:성공회대, 주성수:한양대), 국제이사(김의영:경희대, 임승빈:명지대, 최한우:한동대), 총무간사(김정호:인하대) 등으로 임원진을 구성, 본격적으로 학회 활동을 전개하였다.

2001년 봄부터 춘계 및 추계 학술회의’, 한국NGO포럼‘ “연례학술회의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였으며, 또한 한국NGO학회소식을 발간, 회원 간의 소통을 강화하였다. 한국NGO학회의 학술지 ’NGO연구2003년 제11호를 발간,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NGO학회는 지난 20년간 각종 학술회의, 정책토론회, 한국NGO포럼 등을 통하여 ‘NGO의 발전과 시민운동의 활성화와 시대적 흐름에 따른 방향 제시, 한국사회 발전과 개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한국NGO학회가 학제간 연구를 통해 축적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AC(After COVID-19) 시대와 제4의 물결 시대를 리드하는 학회가 되기를 창립회원을 한 사람으로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