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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분단 73년, 평화로 패러다임 대전환 필요 - 경기일보 2018, 08. 07 -

dd100 2018. 8. 8. 14:59

연일 계속되는 폭염만큼이나 8월은 한민족(韓民族)에게 환희와 동시에 굴욕과 회한의 고통을 준 달이다. 1910년 8월22일 한일합방조약이 일본제국의 강압으로 조인, 8월29일 발효되어 일제에 의한 식민통치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우리는 3·1독립운동과 세계 제2차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 1945년 8월15일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동시에 독립을 맞이하여 한반도는 환희의 태극기 물결로 넘쳤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남쪽에는 미군정이, 북쪽에는 소련의 군정이 실시, 국토분단의 아픔을 겪는 고통이 시작되었다. 금년은 광복과 분단의 73년이 되는 해이다. 8월15일을 대한민국은 ‘광복절’로, 북한은 ‘조국해방일’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명명하여 기념하고 있다. 비록 명칭은 다르지만 일제로부터의 독립의 의미는 같이 되새기고 있으나, 남북한 모두 분단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해마다 8월이 되면 통일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가 주요 화두로 등장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 4월27일과 5월26일 판문점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관심이 크다.

통일은 민족주의적 열망 반영
남북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난 7월3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동 조사에 따르면 국민 83.5%가 ‘장기적으로 또는 이른 시일 내’ 남북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며, 통일세를 낼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47.1%로 절반을 차지해 통일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30.6%의 응답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식변화는 지난해 실시된 남북관계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통일관련 여론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를 알 수 있다. 2017년 7월 실시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에 관한 여론조사와 비교해도 최근 통일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그동안 남북통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청년층도 통일 인식에 대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5천년의 장구한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또한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소원은 꿈에도 통일’이라는 노래는 남북한 모두가 중요한 민족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서로 부르며 때로는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통일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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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우선해야 미래 통일도 가능
민족의 소원인 통일이 되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한반도가 해양과 대륙을 잇는 반도국가가 되며, 5천만 인구가 약 8천만 명에 달해 영국과 프랑스를 넘어 세계 20위, OECD 국가 중에서는 5위의 인구 대국이 된다. 더구나 한반도 북쪽 땅에 매장되어 있는 다양하고 엄청난 지하자원은 자원수입국인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 활로를 열어줄 것이니 이 얼마나 희망적인 미래인가.

그러나 통일을 위한 현실적 조건은 지난하다.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북한의 절대왕조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분단 73년 동안 각각 고착된 상태로 유지되어 있어 어느 한쪽이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한 통일이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북한은 핵보유국이 된 현실에서 흡수 통일도, 상호 합의에 의한 연방제를 통한 점진적 통일도 현실성이 있는 방안인가.

평화는 인류 공동의 목표이다. 서로 다른 민족도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 보편주의적 관점을 상정한다면 같은 민족인 우리는 우선 남북한 관계개선을 통한 평화문제부터 접근해야 미래의 통일도 이룩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외형으로 통일을 외치면서 내면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전쟁없는 평화를 바라고 있다. 오는 8·15 기념식을 통해 남북한 모두 평화의 메시지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해방둥이 필자만의 소망일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