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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와 국가이익의 추구 - 겅기일보 2015. 09. 07. -

dd100 2015. 9. 9. 09:24

지난달 14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은 물론 세계가 실망하고 있다. 일본의 전 총리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등 양심적인 정치인과 지식인들도 아베의 담화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비판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주요 지도자들도 아베의 담화는 물론 지금까지 행한 아베의 역사인식과 언행에 대하여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베에 잘못된 역사관에 인식한 담화에도 불구하고 유독 미국은 아베의 담화를 환영하고 있어 오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태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아베 총리가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야기한 고통에 깊은 참회를 표하고 역대 일본 내각이 취해온 역사적 담화를 계승한다고 약속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일본은 전후 70년간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변함없이 헌신해왔으며 이는 세계적 모범이 되고 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으니, 이는 아베 총리가 담화를 통해 밝힌 일본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과 일본의 밀월시대는 이것뿐만 아니다. 지난 4월29일 일본 총리로서는 전후 최초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아베는 연설에서 진정한 사죄보다는 ‘아시아 국가에 고통을 주었다’라는 말로 일본의 침략 과거사를 적당히 덮었음에도 무려 10여 차례의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미국의 주요 도시를 방문, 미국민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활발한 외교활동을 한 것을 생각하면 우리로서는 이런 미국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아베의 대미외교 성공은 결코 우연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는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오랫동안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를 펼쳐온 결과이다.

지금 세계는 외교 전쟁 중이며, 특히 한·중·일간의 외교전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거 국가 간의 외교관계가 주로 주재 공관의 외교관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이뤄졌다고 하면 작금의 외교는 이런 공식적인 채널보다도 민간차원의 공공외교가 더욱 효과적인 외교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공공외교란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자국의 역사, 문화, 예술, 가치,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상호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데, 일본은 이런 공공외교를 미국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행하여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공공외교는 정부 간 소통과 협상 과정을 일컫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 예술, 원조, 홍보 등 다양한 소프트 파워( Soft Power) 기재를 활용하여 외국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의 마음을 사고, 감동을 주어 해당 국가 지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현대 외교는 군사력, 경제력 등을 주 무기로 하는 ‘하드 파워’의 개념에서 민간차원의 공공외교를 통해 상대방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 파워’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공공외교는 일본과 비교하면 너무도 큰 차이가 난다. 2015년 예산 기준으로 미국 싱크탱크 및 연구소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0원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 직접 지원액은 700억 원이며, 정부 산하기관과 민간재단을 모두 합하면 약 906억 원으로 한국의 37억 5천만 원에 비하여 무려 24배나 많다. 양국의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불과 3.4배이지만, 공공외교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일본의 미국 컬럼비아대 등에 연간 수천만 달러를 기부, 일본전문가를 키우고 있으나, 우리는 액수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이 아닌 단발성 기부가 많아 한국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외교는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여 민간분야에서 공공외교가 활성화 되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