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언론기사 및 기고문)

[김영래 칼럼] 소용돌이 한국 정당정치- 경기일보 7. 20 -

dd100 2015. 7. 21. 11:03

최근 정치권이 크게 요동을 치고 있다. 정치는 생물과 같아 변화하는 환경에 지배를 받을 뿐만 아니라 정치 그 자체가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서의 변화는 바람직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발생하는 변화 움직임은 이런 긍정적 요소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더욱 많아 국민들로부터 정치 불신만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집단인 정당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문제로 청와대와 당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의원 스스로 선출한 유승민 여당 원내대표가 임기 도중 의원총회의 사퇴권고안을 받아들여 물러났다.

새로운 원내대표를 투표가 아닌 합의 추대하고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회동하여 외견상으로 당청관계가 복원된 것 같아 보이지만 과연 이런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이 행정부와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하고 갈등만 야기한 것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 모두의 책임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문재인 대표는 리더십 부재와 더불어 비노(非盧)세력으로부터 친노(親盧)중심의 당을 운영한다고 연일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은 그동안 당 대표가 너무 자주 교체되어 당 중진들은 거의 당 대표를 한 번씩은 했을 정도이니 리더십이 안정될 리 없다.

당을 혁신하겠다고 외부인사들로 혁신위를 구성, 활동하고 있지만 개혁안에 불만을 가진 상당수의 당 중진들은 분당 변수가 상수(常數)라고 하고 있으니, 이제 분당시기만 남은 것 같다. 이미 전 당직자 상당수가 탈당을 하였으며,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의 창당 신호탄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정당들의 요란스러운 행태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념적·정책적 갈등에서 야기되고 있다면 국민을 위해 고뇌에 찬 행동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갈등의 내면은 이념이나 정책적 갈등보다는 당권 장악을 위한, 더 나아가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싸움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국회의원들과 정치지망생들에게 오직 관심은 내년 4월13일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어느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출마, 당선되느냐에 대한 생각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5년 8·15 광복 이후 70년 동안 한국정치사에 등장한 정당의 수는 무려 5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1964년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이후 정치학을 공부하고 또한 대학 강단에서 34년 한국정치를 가르친 것까지 합치면 무려 50여년 동안을 정치학과 같이 한 필자도 그 동안 명멸된 정당의 명칭과 수를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으로 많은 정당들이 한국정치에 등장하였다.

지난 2008년 제18대 선거에는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등 20개 정당이 후보자를 입후보 시켰으나, 이중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당은 거의 없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통합진보당, 창조한국당, 국민생각, 친박연합 등 19개 정당이 후보자를 등록시켰으나, 이중 상당 수 정당은 이미 다른 정당에 합병, 또는 해산되었다.

앞으로 9개월 있으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얼마나 많은 선거용 정당이 또 생길지 모르겠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당’ 이 아닌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의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설립될 것이다. 정당제도가 도입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당정치가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한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 언제나 신뢰받는 정당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까.

김영래 아주대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