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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대와 시민의식 - 경기일보 칼럼 2015년 6월 15일 -

dd100 2015. 6. 17. 09:24

메르스(MERS)의 공포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메르스가 한국에 전파되어 발생, 야기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파장은 일찍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예정된 외국방문까지 연기하는 국가재난 사태가 발생했다.

고등교육 진학률 1위, 경제규모 세계 제14위라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에 대처하는 정부 대책과 시민의식은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는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매체의 발달, 교통수단의 발달 등으로 일일생활권이 된 글로벌시대 (Age of Globalization)가 되었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뉴스를 실시간으로 TV, 스마트폰 등을 통하여 어느 곳에서든지 볼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비록 개별 국가 간에 국경이 있고 민족 단위의 생활 문화권이 있지만 과거와 같은 폐쇄적인 국경의 개념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을 때 선장과 승무원이 승객의 안전보다 자신의 안전보호에만 급급, 먼저 탈출하여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생명을 잃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이번 메르스 발생 시 정부의 대처나 일반 시민의 행태 역시 미숙한 초동 대처와 개인의 이기주의적 사고만 앞세워 행동함으로써 또 다시 후진국형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외국 환자들이 병을 고치려 몰려올 정도로 최고의 의료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의심징후가 있는 의사가 스스로를 격리하지 않고 아파트재건축총회를 참석하였는가 하면, 강남에 거주하는 격리대상자인 주부는 격리기간이 끝나기 전에 지방으로 골프를 치러갔다가 위치 추적으로 발견되어 강제로 호송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뿐 아니다. 화근이 된 최초의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서 의사 진료 시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속였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이를 실토했는가 하면, 격리대상자가 자택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고 마음대로 밖으로 나가 쇼핑도 하고 울릉도까지 여행도 갔다고 한다. 당국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자택에 격리된 것이 귀찮다고 몰래 외출하여 회식을 하는 등 마음대로 행동한 사례가 너무도 많다.

심지어 일부 격리대상자는 홍콩과 중국까지 여행을 하여 해당국으로부터 강제로 격리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 국민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홍콩과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여행객에 대하여 별도의 엄격한 검역을 하는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극도로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려면 글로벌 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을 가져야 된다. 지구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행동 양식을 가져야 된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안전을 무시하고 개개인 혼자만이 살기 위하여 행동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할 때 공동체는 무너지는 것이며, 따라서 그 피해는 결국 개개인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빗나간 개인주의 사고는 글로벌시대에 있어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쟁위주의 교육을 통하여 효율성과 생산성을 강조,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책임감, 인내, 희생, 봉사, 배려 등과 같은 시민의식을 함양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는 개인의 무책임한 이기주의적 사고와 행동이 공동체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있는가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행동이 나 하나만의 행동으로 끝나지 않고 대한민국 공동체는 물론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글로벌 시민의식의 함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인식해야 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전 동덕여대 총장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