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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포커스]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에게 듣는다 파이낼셜뉴스 2010-09-09

dd100 2011. 3. 1. 15:42


■“‘강점’ 예술분야에 인문·IT 융합..창조적 리더 키울 것”

"동덕여대는 '배움'이 특별한 대학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용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걸맞게 실력과 품성을 골고루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소위 말하는 '스펙'만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개성과 전문성을 두루 겸비한 우수한 학생들을 길러내고자 합니다"

'매니페스토 총장'을 자임하는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64)은 실용을 바탕으로 동덕여대를 국내 3대 여자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동덕여대 제7대 총장에 부임한 그는 그동안의 학내 분규로 학교 곳곳에 투쟁구호가 나붙어 있었고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총학생회 등이 연합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에서 텐트 농성을 벌였지만 취임 4일 만에 깨끗이 학내 문제를 정리했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화합경영, 정도경영, 지표경영을 내걸었습니다. 지난 수년간 야기된 분규로 인해 학내에 깊은 갈등이 존재하고 이것이 대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에게 무엇보다 대화하고 화합하며 소통하자고 강조했습니다. 그것이 적중한 것이지요."

김 총장은 오랫동안 이익집단에 관한 연구와 함께 사회운동을 전개해 왔다. 다양한 이해들을 조정하고 발전시키는 데는 일가견 있는 '선수'로 그의 역량이 학내 분규를 학내 화합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는 "생동하는 21세기형 전문 여성인력을 양성하자는 목표 아래 동덕여대의 거버넌스 체제를 민주적인 협의체제로 구축해 운영할 것입니다. 대학도 이제는 민주적이며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상생의 협력체제를 가져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김 총장은 이를 위해 대학평의회를 구성, 소통을 강화하고 교무위원회를 통해 투명한 의사결정 관행을 정착시키고 법인과 대학의 상생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실제 그는 부임 직후 열린 첫 교무회의의 발언을 가감없이 대학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처럼 투명하고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학사운영 하에 소통을 강화하자 학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김 총장은 창학 100년을 맞은 동덕의 미래를 담은 '동덕 비전 2020'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동덕 다이내믹 리더십 프로그램(DDLP·Dongduk Dynamic Leadership Program)은 동덕인들이 제4의 물결을 주도하고 새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 리더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된다.

"제4의 물결은 지식혁명과 감성혁명, 정보기술(IT) 혁명이 융합하는 물결입니다. 동덕인들이 제4의 물결을 주도하고 글로벌 여성 리더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르면 겨울방학, 늦어도 내년부터 시행할 DDLP는 국제학부의 신설, 연계전공의 확충, 복합전공제와 석사과정 병행이수제 도입, 국제교류의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동덕 다이내믹 리더를 배출하는 프로그램이지요."

김 총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생들도 변하고 교육시스템과 서비스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대에 부응하는 커리큘럼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유능한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그는 획일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다양한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앞으로의 사회는 감성의 시대이자 융합의 시대입니다. 여성과 감성, 그리고 예술분야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덕여대는 회화, 공예, 무용, 패션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예술분야가 인문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과 융합하게 되면 새로운 창조적 분야가 개발될 것으로 봅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지난 7년 동안 미래를 향해가는 시간이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업률·교수확보율·1인당 교육비 등 모든 부문에서 다른 대학에 비해 뒤졌다. 7년간 벌어진 학내 분규의 후유증이다.

"동덕여대의 취업률이 매우 저조하고 교수 확보율과 1인당 교육비도 그렇습니다. 이런 지표들이 동덕여대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지표경영을 통해 교수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환원율, 취업률, 외국인 학생비율, 교지 확보율 등을 꾸준히 높여나갈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 동덕여대인이 글로벌 여성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국제 교류나 학생들의 해외연수도 대폭 지원할 작정입니다."

김 총장은 단기간에 다른 대학을 따라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경영은 자칫 외화내빈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도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교육 효과를 최우선시하는 원칙을 견지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혜국에서 타국에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바뀌었다. 한국이 이처럼 사실상 선진국으로 진입한 것은 왕성한 교육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교육열에 의한 국가발전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김 총장의 소신이다.

"교육은 기능적이 아닌 인간 본성의 내면을 다지고 공동체의 삶을 제고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교육이 돼야 합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인간 본질의 구현을 위한 인성교육을 중요시했습니다. 특히 앞으로 여성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또한 사회 참여가 증가되는 시대적 추세를 감안하면 인성교육은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교육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참다운 인간을 기르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김 총장은 이를 동덕여대 교육의 기본으로 삼을 생각이다. 대학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능이 아니라 인성과 올바른 자세 그리고 사람을 향한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머리만 좋은 약삭빠른 기능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열정과 희생정신을 가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대학과 교육자의 사명입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동덕여대 재학생들에게 '꿈'을 놓치지 말라고 주문했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인생에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살 것인가라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확립해 대학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대학에서 동아리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무엇보다 젊은이로서 꿈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꿈이 있으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고 더 열심히 하고자 도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 총장이 생각하는 좋은 대학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대학도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 대학이 학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본적인 것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듯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며 다양한 길을 열어주는 것이 대학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김 총장은 기본에 충실한 대학,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대학, 희생과 봉사정신을 함양하는 대학 그리고 실사구시의 교육을 중시하는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꼽았다.

민간자본으로 이룩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사학이자 여성교육의 선구적인 학교의 총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김 총장. 그는 "동덕여대생이 자긍심을 가지고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김영래 총장은…

연세대 정외과와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그는 오랜 시민운동 경험을 가진 학자 출신의 총장이다. 경남대와 아주대 교수를 거치면서 한국정치학회장과 한국NGO학회장을 지냈으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와 국민권익위원회 투명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교수로서의 삶과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산 그는 지나친 보수도, 지나친 진보도 안 된다며 중용의 도가 통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사진=김범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