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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칼럼] 설 민심과 소통의 정치<세계일보> 2011.02.06 (일)

dd100 2011. 3. 1. 23:10

美선 레이건의 소통리더십 부활
이념의 굴레벗고 민생위한 정치를

  • 민족의 대이동이 전개된 설 명절이 끝났다. 구제역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단체장이 명절 때 고향을 방문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까지 했지만, 조상과 부모를 그리는 전례의 관습을 중요시하는 우리의 전통문화로 인해 무려 3000여만명이 설 연휴에 고향을 찾아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 같은 명절은 그동안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던 부모형제와 같은 가족은 물론 많은 고향 방문객이 모이는 기간이기에 민심의 흐름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기도 된다. 과거에 있었던 각종 중요 정치 일정이 명절의 민심에 따라 변화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정치권은 항상 명절 민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명절도 예외는 아니다. 여야 정당의 대표들은 설 민심을 자기 정당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설날 전에 귀성객이 붐비는 서울역 광장을 찾아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명절 인사를 했다. 자당의 정책을 알리는 홍보책자까지 배부하면서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했다. 매번 명절 때마다 정치인들이 행하는 이벤트이기에 결코 새로울 것은 없다.

    명절에 지역구 민심을 챙긴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인에 대한 질타가 심했다고 하면서 정치인 자신의 자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벌어진 난장판 예산국회, 천정부지의 물가고, 청년실업자 대책 등을 예로 들면서 정치인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지 의심이 된다는 유권자의 원성에 지역구 가기가 겁난다는 국회의원도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직업군으로 정치인을 응답하고 있다. 매일같이 신문, TV 등 매스미디어에 노출되고 있어 일반 국민과 가장 친숙해야 할 정치인이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응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엇보다도 정치인이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대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욕망만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위대한 소통자’로 불리는 로널드 레이건(1911∼2004) 미국 대통령이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미국시간 6일) 레이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된 날로 미국민이 열광하는 슈퍼볼이 열린다. 슈퍼볼 경기 시작 전 대형스크린을 통해 레이건 전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방영될 정도로 레이건이 부활하고 있다.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 때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기를 읽고 데이비드 거겐 등 당시 참모진을 만났을 정도로 그의 역할 모델을 레이건으로부터 찾고 있다고 한다.

    보수주의의 대표였던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전형적인 진보주의자 오바마 대통령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비록 이념상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언제든지 이념이 다른 정치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25일 오바마는 국정연설에서 자신이 레이건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한국 정치인들은 정치에 있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는 등한시하고 있다. 교조주의적 이념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통 부재의 정치를 하고 있어 산적한 국정 현안이 여야 간의 대화와 타협 없이 표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남북한의 관계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복지문제 등 각종 중요 국정과제에 대한 여야 간의 의견 차이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설 민심은 정치인에게 공동체 발전을 위해 틀에 박힌 이념의 굴레에서 탈피하여 여야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소통의 정치를 요망하고 있다. 여야는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상대 당에 대한 큰 선심이나 베푸는 것같이 생각하지 말고 조속히 2월 국회를 정상화해 물가, 구제역 문제 등 각종 민생현안을 챙기기 바란다. 이것이 설 명절에 국민이 정치인에게 보내는 민심이다.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