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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대학의 비전을 말한다> 김영래 동덕여대 총장 - 문화일보 2010-09 -

dd100 2011. 3. 1. 23:25

■ 지식 + 감성 + IT 융합, ‘다이내믹 리더’양성… 국내 '3大여대' 도약
거구에 투박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라 생각했다.

전혀 만난 일이 없는 데다 비타협적인 시민운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전력 때문이었으리라.

김영래(64) 동덕여대 총장은 그러나 나의 상상력을 순식간에 허물어 버렸다.


“따뜻해 보인다고요? 고맙습니다.”

작은 체구에 맑은 웃음을 지닌 김 총장은 “동덕인들이 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참 좋을 텐데…”라며 목젖이 보이도록 웃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새하얀 머리결이 빛났다.


[인터뷰=허민 사회부장]

김 총장은 ‘동덕여대를 국내 3대 여자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적인 비전을 내놓으면서 다른 26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동덕여대 제7대 총장에 선임됐다. 8월26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하월곡2동 캠퍼스 집무실에서 ‘동덕여대 비전 2020’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총장으로 부임한 지 4일 만이다.


“막상 와 보니 정말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분규를 겪어 온 학교가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재단 비리 문제를 둘러싸고 동덕여대가 분규를 벌이기 시작한 게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김 총장이 부임한 그 순간에도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총학생회 등 3자가 연합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부임 4일 만에 농성이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인터뷰를 한 바로 그날부터 학내는 거의 정상화됐다. 그 짧은 기간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김 총장은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며 웃음 지었다.


―어떻게 농성을 끝내게 했습니까.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대학 거버넌스의 가장 큰 기제는 ‘화합’입니다. 대학은 정말 특수한 조직이죠. 기관 하나하나마다, 교수 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성향과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조화를 이루는 게 말이 쉽지….”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습니까.


“전 오랫동안 갈등과 이익집단에 관한 연구와 함께 사회운동을 해 왔습니다. 다양한 이해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발전시키느냐 하는 데는 제가 선수 아닙니까. 대학은 다양성을 가진 민주사회의 표본이고, 대학을 잘 경영하는 건 결국 총장의 리더십에 달렸습니다.”

교과서 같은 원론적인 얘기가 계속됐다. 다시 물었다. 7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끌어 온 학내 분규에 종지부를 찍도록 한 ‘비결’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그제야 ‘소통’이란 답이 돌아왔다. “대학 경영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입니다. 소통이 돼야 투명하고 민주적이고 공정한 학교 운영이 됩니다.”

김 총장의 소통에 대한 신념은 그의 두터운 시민운동 이력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1990년대 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고 아주대 교수를 지내면서 30년 가까이 연구활동과 시민사회운동을 병행했던 그였다. 정치인들이 선거공약을 지키도록 촉구하고 감시하는 ‘매니페스토(Manifesto)운동’을 주도한 이도 바로 그다.


정치학 교수로서 또 시민운동가로서 그가 깨달은 한 가지의 교훈은 ‘소통 없이는 신뢰받지 못하고 신뢰 없이는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화의 공유, 정보의 공유를 통해 신뢰를 만들어 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부임 직후 첫 교무회의를 열고 그날 있었던 발언을 가감 없이 대학 홈페이지에 올렸죠. 학내 분위기가 금방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수 배운 뒤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동덕여대는 오는 9일 학단 창학 100주년을 맞는다. 새로운 100년을 내딛는 출발점에 선 그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창학 100년을 맞는 대학의 총장으로서 각오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강산이 열 번은 변할 시간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동덕여대가 ‘뉴 밀레니엄’을 맞는 시점에서 영광이기도 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동덕여대의 미래상은 한마디로 뭡니까.


“제4의 물결을 준비하는 동덕여대라고 할까요. 제4의 물결은 ‘지식혁명과 감성혁명, 정보기술(IT)혁명이 융합하는 물결’입니다. 제가 구상 중인 ‘비전 2020’은 동덕인들이 제4의 물결을 주도하고 새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 리더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DDLP(동덕 다이내믹 리더십 프로그램)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겨울방학, 늦어도 내년부터는 시행될 겁니다.”

―DDLP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국제학부의 신설, 연계 전공의 확충, 복합전공제와 석사과정 병행이수제의 도입, 국제교류의 강화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동덕 다이내믹 리더’를 배출하는 프로그램이죠.”

―동덕여대의 최근 지표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정도(正道)경영도 중요하지만 지표(指標)경영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현재 동덕의 취업률은 매우 저조합니다. 교수 확보율과 1인당 교육비도 그렇고…. 이런 것들이 동덕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 교수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을 꾸준히 높여 나가고 국제교류나 학생들의 해외연수도 대폭 지원할 작정입니다. 정도경영과 지표경영 모두에 성과를 내겠습니다.”

김 총장은 동덕여대가 오랜 기간 정체기를 겪었지만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4년 뒤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동덕이 가진 잠재력으로 1세기에 걸친 역사와 전통, 안정적이고 건전한 재정 운영, 무려 2500억원에 이르는 학교 기금의 확보 등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의 시작을 알리겠습니다. 2020년에 대한민국 3대 여자대학이 된다는 비전을 갖고 생동하는 21세기형 전문 여성 인력 양성이란 목표를 설정해 구체적인 과제들을 수행해 나갈 겁니다. 학교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식에 의해 소통하고 상생하는 거버넌스 체제로 운영될 것입니다.”

김 총장은 지난 세월 수많은 정치인들의 매니페스토를 검증해 왔다. 그는 스스로 ‘매니페스토 총장’으로 불리길 원한다. 그러면 김 총장 자신의 매니페스토는 누가 검증할까.

“임기가 끝날 때쯤 학생과 교수, 직원, 동문회 등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4년간의 총장 직책 수행에 대한 평가를 받겠습니다.” 김 총장이 다부지게 각오를 밝혔다.

minski@munhwa.com
김영래 총장은 누구? 연구 + 시민운동 병행 ‘매니페스토’ 첫
김영래 동덕여대 신임 총장은 오랜 시민운동 경험을 가진 학자 출신이다. 경남대와 아주대 교수를 거치면서 한국정치학회장과 한국NGO학회장을 지낸 것은 교수로서의 삶을, 경실련 활동이나 매니페스토 운동가 이력은 시민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말해 준다.


연구와 시민운동의 병행적 삶은 김 총장이 한국 사회에 처음 도입한 매니페스토 운동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2004년 8월부터 1년간 일본 게이오(慶應)대에서 이 운동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귀국 후 매니페스토실천본부를 조직했고 지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 이 운동을 벌였습니다. 시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우리 사회의 약속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총장은 오는 15일 취임식 때 밝힐 동덕여대의 미래 구상을 ‘김영래 매니페스토’로 이름 붙였다. 평생 교육자로서 또 시민운동가로서 쌓아 온 경험을 동덕여대, 나아가 한국 여성 교육의 발전에 쏟아붓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좌우명은 과유불급. 사회운동을 할 때부터 비타협적인 원칙을 지키면서도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김 총장은 “지나친 보수도, 지나친 진보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꿈꾸는 사회는 ‘중용의 도가 통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집약된다. 대학 운영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도록 모든 의사 통로를 열어 놓겠다는 각오를 재차 다졌다. 이제 막 트위터를 시작한 김 총장은 “많은 동덕인들이 관심을 갖고 들어와 달라”고 밝혔다.


▲1946년 출생 ▲연세대 정외과 졸(학사·박사) ▲미 서던 캘리포니아대 졸(석사)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상임공동대표 ▲한국정치학회장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국민권익위원회 투명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 의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