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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공화국' 불명예 벗어나야 - 세계일보 컬럼 2011.3.13. -

dd100 2011. 3. 14. 08:44

호찌민도 정약용을 멘토로 본받아
‘ROTC 공화국’ 불명예 벗어나야
  • 지난해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 호찌민 생가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베트남의 국부로 칭송되고 있는 호찌민의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당일 호찌민의 생애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를 설명하던 안내원이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고 소개하니 호찌민에 대해 뜻밖의 부연설명을 했다.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호찌민은 일생을 자신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 진정한 애국자이며, 특히 호찌민의 공직관은 한국의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배웠다는 것이다. 목민심서가 베트남어로 번역된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역만리 하노이에서, 그것도 베트남인이 민족 영웅으로 받들고 있는 호찌민이 조선시대의 정약용을 일종의 공직자 멘토로 삼아 목민심서를 읽고 공직관을 더욱 투철하게 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외국지도자까지 공직자의 멘토로 삼았던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다시 보면서 최근 발생한 공직자의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부도덕한 행태에 대한 상념이 되새겨진다. 연일 보도되는 공직자의 각종 비리를 보면 과연 이 나라의 공직자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국리민복을 위해 일해야 할 공직자의 공직윤리와 국가관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문제와 관련해 소위 ‘함바 비리’로 전 치안책임자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되는가 하면, 급기야 외교관이 국익을 위한 외교는 등한시한 채 주재국의 여성과 부적절한 외도관계를 맺고 중요한 국가 기밀까지 유출시키는 행위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급격히 추락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최고 권부 소속 감찰팀장도 ‘함바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의원면직됐고, 검찰 고위인사도 소위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면직했다. 또한 최근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가 부적절한 법정관리인 선임문제로 인사조치를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공직자의 계속되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로 인해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다. 지난해 발표한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 의하면 201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가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78개국 중 39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하락의 주요 요인의 하나는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라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총체적 부패공화국을 지칭하는 소위 ROTC공화국(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이로 인해 국가 위기상황을 나타내는 또 다른 ROTC공화국(Republic Of Total Crisis)이라는 불명예까지 감수해야 될지 모른다. 국가안보의 큰 역할을 하는 50년 전통에 빛나는 학훈사관(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도 총체적 부정부패를 상징하는 불명예스러운 ROTC공화국은 조속히 탈피해야 될 것이다.

    다산의 목민심서는 공직자가 애민정신에 입각해 공직의 정도를 걷도록 도움을 주는 지침서이다. 이 책에서 다산은 공직자가 임명되는 그 순간부터 부임지에 도착해 그 임무를 마칠 때까지 몸가짐을 올바르게 가지도록 아주 상세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다산은 공직자의 청렴과 준법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다산은 공직자는 법으로 금지한 것과 형법에 실린 것은 매우 두려워해야 하며, 특히 자기의 몸을 단속해 자기 자신을 바르게 관리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다산이 목민심서에 썼던 말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외국에서까지 공직자의 멘토가 된 다산이 강조한 공직자의 몸가짐을 새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