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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총장은 떠나지 않았다. 중부일보 사설 <2010.10.1.>

dd100 2012. 4. 9. 11:15

김영래 총장은 떠나지 않았다

김영래 동덕여대 신임 총장이, 직전 재직했던 아주대에 학교발전기금을 기부했대서 화제다. 물론 5천만원이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흔치 않은 교수세계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 같아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20년 재직이면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김영래 교수에게 그보다 더한 아주대에 진한 남모른 사랑은 그의 몸속에 깔려 있었다. 김 교수가 경기도 출신이란 데서도 그렇지만 그보다 아주대학교 사랑은 정말 각별했다. 제대로 된 종합대학이 없었던 시절, 수원에 아주대가 들어설 때 김 교수는 누구보다 반겼다. 그래선지 20년 재직하는 동안 그가 아주대학교 교수로서 남긴 교육애, 향토애는 보이지 않는 거울이 됐다. 대학의 지역화, 향토교육을 아끼는 솜씨는 그래서 추종을 불허했다. 그래선지 평생교육을 맡아 일하기를 즐겼고, 수원발전연구센터도 심혈을 기울였다. 심지어 그의 지역언론에까지 참여함으로써 경기시대상을 평론한 그의 열정은 한때 독자의 큰 주목거리가 됐다.

우리는 김영래 교수의 기부 모습에서 새삼 오늘날 보기 드문 교수상을 보게 했다. 교수도 분명한 생활인임에 틀림없다. 또 직업인으로의 보수 지향성에서 공통된 샐러리맨과 하나도 다를 것도 없다. 아주대 박종구 총장직무대행의 떠나면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해줬다는 간단한 말 속에는 오늘의 교수세계를 함축하는 대목처럼 풍겼다. 사실 정년퇴직을 하면서 기부금을 내는 사례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김영래 총장처럼 다른 학교로 적을 옮기면서 전 학교에 기부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 현상이다. 그만큼 오늘날 교수세계도 세속화 하면서 교육자적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삶의 언저리에 보통 직업인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생활인이 된 지 오래다.

경기도가 특히 서울에 있는 대학들의 분교화 지대로 바뀌면서 본적지(대학본부)로 하는 대학이 거의 없어, 늘 대학의 향토애가 갈증으로 떠올랐다. 전국 시·도마다 지니고 있는 국립대학이 유독 경기도에만 없었던 것도 도민의 우리대학사랑의 애절함이 싹트게 된 원인이었다. 수원의 아주대학교는 그러나 사립이었지만 개교부터 이 땅에 경기인정신을 불어넣은 건학이념이 투철했다. 김영래 총장이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아주대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는 떠나면서도 지난 20년간 교수, 학생, 직원 등 아주대 가족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울렁했다. 짤막한 인사였지만 그 속에 담긴 아주대 사랑이 절절이 흐르고 있음은 김 교수의 눈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김 총장이 돌아보고, 또 돌아본그의 아주대 사랑에서 현재보다 더 우람한 아주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그리고 이런 나의 학교주인의식이 교수사회에 보다 더 많이, 넓게 그리고 크게 퍼지기를 기대하고 싶다. 현재 아주대학교는 젊은 경기인들의 마음의 고향, 배움의 산실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김영래 총장은 그 점서 분명 아주대를 떠나지 않았다.

 게재일 : 201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