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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칼럼] 제4의 물결과 정치구조 변화 - 2011.12.19 세계일보 -

dd100 2011. 12. 19. 08:47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수년 전 발간한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미래사회는 정치·경제·사회 구조와 같은 심층기반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므로 이에 대비하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사회는 ‘제4의 물결’이 지배,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정치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서구사회는 제3의 물결을 넘어 제4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치사회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정당구조는 물론 의회정치가 도식적인 전통적 체계에서 벗어나 대중과 함께하는 시스템으로 변화되고 있는가 하면 정치인들도 권위주의에서 탈피, 대중과 호흡하는 소통과 감동의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치는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만을 연출하고 있어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하고 있다. 특히 내년 선거철을 맞이해 새로운 비전의 제시를 통한 정치문화의 창출보다는 임기응변적인 선거공학에만 치중하고 있어 국민을 극도로 실망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임기 말에 예외없이 집권당으로부터 탈당을 압력 받는 기피 대상자가 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끊임없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으로 정치부 기자조차 급조되는 정당명을 제대로 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고 있다. 특히 20년 만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같은 해에 실시되는 내년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을 너무도 실망시키고 있다.

제4의 물결에 부응하는 정치구조를 변혁시키는 것은 단순한 당명 변경이나 이합집산에 의해 이뤄질 수 없다. 또한 인기영합 위주의 포퓰리즘적인 정책만을 가지고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근본적인 정치구조를 변화시켜야 하며, 이는 정치의 핵심인 정당구조와 선거과정부터 우선 변화돼야 할 것이다.

우선, 정당구조부터 개혁돼야 한다. 종래의 당원 중심 정당구조로는 시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없다. 하드웨어 중심의 정당조직이나 형식상의 당원의 존재로서 정당 의미는 점차 상실되고 있다. 거대한 중앙당사와 인력은 정치비용만 낭비하게 되는 공룡이다. 인물과 특정 정책의 제시를 통한 지지자를 중심으로 정당은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대중을 동원,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 따라서 대중과 호흡하고 감성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소통수단의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둘째, 선거제도, 특히 공천제도의 변화이다. 선거시 후보자의 공천은 가장 기본적인 정당의 자산임에도 위로부터 공천과정이 독점됨으로써 유권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을 위한 예비선거제도의 도입, 젊은 유권자를 대변할 비례대표제의 청년대표할당제의 도입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모바일 투표 방식의 도입과 같은 직접민주주의 형태의 전자민주주의가 선거제도에 적용돼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전자민주주의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셋째, 공동체적 정치의식의 변화이다. 사익 우선의 개인주의 심화로 사회가 점차 파편화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공익에 우선한 공동체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 개인보다는 정당, 정당보다는 공동체라는 공익의식이 정치인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공동체 발전 없이 개인의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제4의 물결 시대에 우선돼야 할 것이다.

총선과 대선의 양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치환경을 형성하는 2012년 새해부터 한국정치에 제4의 물결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