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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칼럼] 재외국민 투표 이대로 할 건가 - 세계일보 10.17 -

dd100 2011. 10. 17. 08:05

26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유권자만이 투표하는 것임에도 이미 전국선거가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전초전이 돼 여야 정당은 물론 대선 예비주자가 총동원돼 선거판이 전국 규모로 확대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관심은 국내뿐 아니다. 필자는 지난달 동덕여대미국 대학의 학술교류협정을 맺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 교민과 담소할 기회가 있었다. 여야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기도 전임에도 현지 교민의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은 국내 못지않았다. 특정 예비 후보에 대한 구체적 평가와 더불어 선거결과에 대한 예상이나 분석은 국내보다도 더욱 뜨겁고 예리한 것 같았다.

최근 재외국민의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과거에도 국내 정치에 대한 재외국민의 관심이 컸지만 특히 내년부터 총선과 대선에 재외국민의 투표권이 행사되기에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적은 가지고 있으나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참정권을 제한받은 것은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는 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마지막으로 재외국민 투표제도를 채택한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재외국민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되고 권익신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재외국민은 미국 거주 교민 약 88만명을 비롯해 세계에 약 230만명이 산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중 10%인 23만명만 투표해도 2002년 대선과 같은 박빙 선거전에는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돼 여야 정당은 재외국민투표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공정하고 효율적인 선거관리와 투표 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공관에 선관위 직원을 파견, 상주시키고 일부 지역에서는 모의투표를 하는 등 준비에 철저함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재외국민투표를 규정한 현행 선거법이 그대로 적용될 때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제대로 반영될지 의문이 제기돼 개선책이 시급하다.

우선 투표에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되는 투표자 등록에 관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재외국민은 투표장이 설치된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 등록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단순히 투표자 등록만을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하면서 먼 거리까지 가서 등록할 재외국민이 얼마나 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투표자 등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우편이나 온라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투표자로 등록했더라도 실제 투표의 어려움이다. 이는 투표소가 해외 현지 공관에만 설치돼 실제로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

그 예로 재외국민 중 약 38%를 차지하는 미국의 투표소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 12곳뿐이며, 중국도 약 34만명이 있는데 투표소는 베이징, 상하이 등 9곳에만 설치된다. 이들 지역에 살지 않아 영토 넓은 곳에서 자기 돈을 들여 때로는 비행기까지 타고 공관을 찾아가 투표하는 수고를 할 재외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따라서 투표소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선거 관리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금품수수, 향응제공 등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감시와 처벌 문제, 외국 시민권자로서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은 불법 복수 국적자의 투표 참여 등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모처럼 실시되는 재외국민 투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국회는 물론 중앙선관위가 이런 문제점 해결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