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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컬럼] 2012년 총선 노려 밀실서 나눠먹기 선심,변칙처리 악습 몰아내야 - 세계일보 2011.11.20 -

dd100 2011. 11. 21. 09:57

2012년 총선 노려 밀실서 나눠먹기
선심·변칙처리 악습 몰아내야
  • 정기국회 회기가 불과 20일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음에도 새해 예산 등 중요 안건 심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국회 운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심의할 가장 중요한 안건은 새해 예산안이다. 내년도 국가 살림살이 규모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국회가 지니고 있는 유일무이한 권한이다. 국회의 동의 없이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 예산 규모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담세액이 정해지므로 예산심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지대하다.

    정부는 지난 10월 초 총수입 344조1000억원, 총지출 326조1000억원으로 책정한 2012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및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응해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면서도, 단기적 경기 대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예산심의를 보면 과연 국회가 이런 국정방향을 염두에 두고 예산심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남유럽에서 시작된 최근의 경제위기로 내년도 국가 재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오히려 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보다 지출을 확대하는가 하면 일부 상임위에서는 국회의원 간에 나눠먹기식 또는 포퓰리즘적인 예산 심의를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예로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통과된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의원들의 행태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 예산 사업만 290여개가 되는데, 이 중 87개 사업 6000여억원은 정부 예산안에도 없던 신규 사업을 편성하는 식으로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철도·도로·항만 등과 관련된 민원성 예산을 챙겼다. 이외에도 호남고속철도 건설 450억원을 증액하는 등 당초 24조4768억원 예산에다 무려 3조9772억원을 증액했다.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는 아예 문까지 걸어 잠그고 회의를 열어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밀실 회의를 했다고 하니 국민의 세금을 아낄 생각은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닌가.

    이런 현상은 다른 상임위도 비슷하다. 보건복지위에서는 선심성 복지 예산 증액 요구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졌으니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와 수급액을 늘리기 위해 5800여억원의 관련 예산 증액 등 1조원의 증액을 요구한 대신, 정작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인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 관련 사업비는 오히려 1692억원의 감액을 요청했다. 국회의원은 비록 지역구에서 선출되기는 하였으나 지역대표 이전에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가의 재정운용 여건이나 국가발전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지역구 사업이나 챙긴다면 이를 진정한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가. 무차별적으로 선심성 복지예산만 늘린다면 당장은 좋겠지만 그 뒤처리는 과연 누가 감당할 것인가.

    국회는 오늘(21일)부터 예결위 소위를 개최,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새해 예산을 검토한다고 한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가급적 감액해 국민의 세금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인데 오히려 국회가 예산을 증액, 국민에게 더욱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한다면 이는 순서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예결위는 증액된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해야 할 것이다. 최근 수년간 국회는 예산안 심의를 법정기일인 12월2일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 국회도 한·미 FTA 비준 문제로 여야가 충돌, 파행을 하게 되면 또 법정기일을 넘겨 변칙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을 지키지 못하면 누가 법을 지킬 것인가. 국회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음을 국회의원은 심각히 인식하기 바란다.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