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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의 정치이야기] 3고(高)·3무(無)·3존(存)의 20대 대통령 선거

dd100 2022. 1. 25. 15:19


김영래 전 동덕여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리스트 = 이번 주말부터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델타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정부가 6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방역조치를 취했지만 설 명절에 가족과 친지들 간의 만남은 상당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전화 또는 SNS를 통한 새해인사 과정을 통해서라도 오는 3월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이다.

이번 설 명절의 민심은 20대 대통령의 선거에 있어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역대 대선 시 추석, 설과 같은 민족 대이동이 있는 시기에 형성된 민심은 당해 연도에 실시된 대선과 같은 중요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때문에 후보자와 정당 대표들은 고향에 내려가는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에서 선거 캠페인을 과거와 같이 벌릴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된 대선 캠페인 과정을 살펴보면 과연 이번 설 명절을 기해 3월9일 20대 대선에서 당선 유력한 후보자가 나올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될 지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선 50일 전후이면 유력한 1위 후보자가 등장했는데,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아직도 1위 후보자의 윤곽도 잡히지 않은 혼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설 명절 여론 형성도 지극히 미지수이다.

리스크·비호감·네거티브의 3고(高)선거

이번 대선은 역대 선거에 비교할 때 가장 리스크가 높은 선거이다. 첫째 대통령 당선에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양대 정당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관련된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후보와 관련된 고소·고발도 가장 많을 뿐만아니라 가족들과 관련된 리스크는 언제, 어디에서 튀어 나올지 몰라 대선 막판까지 후보와 소속 정당은 좌불안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둘째 비호감 후보들의 대선 경쟁으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양대 정당 후보는 물론 기타 정당의 후보들도 역대 대선 후보에 비하여 아직도 높은 비호감도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대선 후보들의 비호감도는 거의 60% 전후로 선거 초반과 비슷한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셋째 선거운동 과정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은 필요악적 요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선거운동 초반에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전개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정책대결의 양상을 띠게 마련인데,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종반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일관되는 고단위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더욱 확대,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책·시대정신·지지후보 없음의 3무(無)선거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정책 부재의 선거이다. 대선 후보들은 연일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각종 직능단체, 향우회, 청년집단 등을 찾아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엇을 하겠다고 공약을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예산이 뒷받침된 실행계획 없이 임기응변적인 차원에서 중구난방으로 제시하는 공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한국선거에 매니페스토(Manifesto)가 도입된 지 16년이 되었지만 아직 각 후보와 정당의 정책을 집대성한 공약집을 볼 수 없다.

둘째 각 후보와 정당이 제시하는 대선에 임하는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미·중패권경쟁,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변하는 국내외정세 하에서 ‘대한민국’호를 어떠한 시대정신을 가지고 항해를 하겠다는 국가발전의 비전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 공정· 정의· 자유· 평등· 민주주의 등 각종 수사는 모두 동원했지만 유권자에게 각인된 시대정신은 혼미스럽다. 이재명의 ‘새로운 대한민국’, 윤석열의 ‘ 책임있는 변화’, 안철수의 ‘더 좋은 정권교체’, 심상정의 ‘다당제 책임연정, 김동연의 ’기회공화국‘과 같은 슬로건이 과연 시대정신이 될 수 있을까.

셋째 대선 투표일이 불과 40일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아직도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무응답자가 역대 선거 중 가장 많다. 즉 최근 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연합뉴스 01/20/2022) ’지지후보 없다‘ 등 무응답한 비율이 무려 17%에 달하고 있다.

녹취록·퍼주기·진영논리의 3존(存)선거

이번 대선은 민주화 이후 실시된 역대 대선과 비교하면 리스크·비호감·네거티브의 3고(高)와 정책·시대정신·지지후보 없음의 3무(無)선거로 인해 선거 캠페인 막판까지 남아있는 것은 리스크가 담긴 후보자 또는 가족과 관련된 녹취록, 1000조가 넘는 국가부채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세금을 마구 선심 쓰듯이 경쟁하는 퍼주기 공약시리즈, 보수 대 진보· 이대남 대 이대녀· 세대대결과 같은 갈등심화와 진영논리에 의한 3존(存)선거운동만 전개될 것 같다.

20대 대선에서 이런 3존(存)선거 캠페인만 남게 된다면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대한민국‘호를 이끌 후보를 ’최선의 후보‘가 아닌 ’차악의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런 선택에서 오는 피해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인인 유권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번 설 명절 민심을 통해 과연 어떤 후보가 3월 대선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는데, 설 명절에 강자로 부상한 후보자가 최후의 승자될 수 있을지. 또는 후보와가족 리스크가 수차례 반전되면서 혼전을 거듭할지 여부에 대한 설 명절 민심이 궁금하다. 후보 관련 리스크가 아닌 국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악의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설 명절 민심을 통하여 부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필진 약력]

- 전 동덕여대 총장

-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 전 한국 NGO학회 회장

- 전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아주대 명예교수/내나라연구소 이사장

출처 : 공감신문(http://www.g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