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언론기사 및 기고문)

총선 선택 삐끗하면 미래 더 위험하다 - 문화일보 오피니언 컬럼 - 2020년 04월 13일 -

dd100 2020. 4. 16. 17:56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前 동덕여대 총장

총선이 이틀 뒤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부동층이 전국적으로 약 30% 정도가 돼 이들의 향배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 같다.

역대 선거 중 투표일 직전까지 부동층이 가장 많은 선거는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인 것 같다. 부동층이 이렇게 많은 것은, 이번 4·15 총선은 시작부터 정치권이 유권자를 우롱하는 정치 행태를 보여 정치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정당과 후보자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자유스러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던 것도 주요 요인이다.

이번 총선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과거의 정치 관행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에 의해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됨으로써 선거판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거대 여야 정당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정치학 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위성 비례정당’을 꼼수로 자당 소속 국회의원을 탈당·이적시키면서 급조했다. 이런 선거용 정당을 자매정당이란 이름 아래 유권자로부터 심판을 받겠다니, 유권자를 주인이 아니라 일종의 ‘졸(卒)’로 보는 정치 행태 아닌가.

제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답게 4년 내내 정쟁만 하고 선거구 획정도 자신들이 만든 선거법을 교묘하게 어기면서 선거일을 불과 39일 앞둔 시점에 개정했다. 이는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하게 하며, 동시에 정치 신인들에게 선거운동을 할 기회를 최소화하려는 기득권의 횡포다. 또한, 지역구 입후보 예정자들은 선거구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희한한 선거판이 됐다. 더구나, 일부 급조된 선거용 정당들은 3월 중순에 창당하는 사례도 있었으니, 언제 정책을 만들어 유권자에게 알릴 수 있었겠는가.

주요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당 간 이합집산(離合集散), 당내 공천 파동 등으로 공약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과거의 공약을 재탕 삼탕 해서 발표했다. 또한, 일부 급조된 위성 비례정당은 후보 등록 때까지도 정당 홈페이지에 당의 정책과 공약을 올리지 못했는가 하면, 여러 개의 급조된 정당이 연합해 만든 비례용 정당은 공천에 불만, 탈퇴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당의 정책을 그대로 올리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이런 정당들의 행태를 본 유권자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해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오히려 정상(正常)이 아닌가. 구시대적 투표 행태인 지연·학연·혈연·금연(地緣·學緣·血緣·金緣)에서 탈피해 실현 가능한 참된 공약인 매니페스토(Manifesto)로 정책 경쟁을 하겠다던 정치권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오직 집토끼만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진영논리와 지역주의·세대갈등·가짜뉴스·막말 경연 등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정치꾼들의 행태에 유권자는 상당히 지쳐 있다.

선거를 통해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할 정치지도자와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자 동시에 책무다. 이제부터라도 부동층을 비롯한 유권자는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인물·국가 비전 등을 꼼꼼히 살펴, 평가한 후 투표장에 가서 깨끗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후보자는 정책으로 말하고, 유권자는 표로써 답해야 한다. 4·15 총선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나라 경제를 조기에 살릴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