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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행복 - 2018 국회정기학술세미나, 위즈덤교육포럼. 자료집 특별기고문 -

dd100 2019. 3. 5. 09:40

 

 

 

 

정치와 행복: 정치철학자의 행복론을 중심으로

                   

김영래 | 아주대 명예교수, 전 동덕여대 총장

 

   I.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의 목적은 무엇인가? 정치인들은 무엇을 위하여 정치를 하고 있는가? 정치인들이 추구하고 있는 권력은 과연 무엇을 위하여 행사하는 것인가? 정치지도자들은 사익을 추구하는가 또는 공익을 추구하는 하는가?  국가란 어떤 존재인가? 국가가 공동체 구성원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되는가?

   이런 질문은 아주 상식적이고 기초적인 질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답은 아주 다양하며, 또한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와 같은 질문은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사상가 또는 정치지도자들에 의하여 되풀이 된 질문이지만, 그러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답변은 아직까지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가 쉽지 않으며, 또한 수긍할 정도의 답변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는 논쟁적인 주제이다.

   이는 정치라는 용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의성에 우선 기초하고 있다. 정치란 주어진 환경과 지도자가 제시하는 비전, 정치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의 역사와 전통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에 의하여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점에서 합의된 개념을 도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치학자의 지적과 같이 정치학자의 수(數) 만큼이나 정치학이 존재하고 또한 정치체제가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다의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합의된 정치에 대한 해석은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Happiness)의 추구인 것이다. 행복이란 용어에 대한 해석, 또한 이를 위한 정치체제의 복합성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정치가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제1차적인 목적에 있다는 것에 대하여 정치지도자들은 물론 플라톤과 같은 고대정치사상가들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정치화의 시대(Age of Politicization)이며, 이는 정치가 우리의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을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이런 시대를 맞이하여 끊임없이 정치의 굴레 속에서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투쟁하여 왔다. 그리고 또한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구성원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을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등 공직에 선출하여 주면 행복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선거 때마다 무수히 공약하였지만, 그러나 이들의 공약(公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공약(空約)이 오히려 국민들은 정치에 실망하고 있다.

   한국은 오랜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과거 조선시대와 같은 왕조국가에 있어 백성의 행복은 전적으로 절대통치자인 왕의 통치방식 여하에 달려 있었다. 때문에 정치를 통한 행복이란 의미 자체가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이나 투쟁에 의하여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 수준에 대한 평가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절대왕조가 무너지고 민주국가가 성립된 이후 구성원의 행복의 개념은 정치지도자의 정치운영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구성원의 행복은 정치체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행복이 단순히 경제성장에 따른 부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고 자유, 인권, 정의 등과 관계를 갖게 되었다. 이는 이승만 정부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국민들에 의하여 요구되어 온 행복과 관련된 정치의 주요 의제였다.

   이러한 정치와 관련된 행복의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제2차대전 이후 신생국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수행,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가 되었다. 더구나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변하여 G20정상회의까지 서울에서 개최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소위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로 인하여 야기된 탄핵정국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정치체제는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여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고 그후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탄핵소추가 인용되어 대통령에서 파면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발표한 국정기조에서  ‘국민이 행복한 정부’라는 슬로건 아래 정부를 운영하였지만 탄핵사태 등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삶의 행복도는 더욱 낮아져 오늘과 같은 정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II. 정치화의 시대와 행복


   정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하나이다. 사회라는 커다란 공동체는 정치이외에도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여러 가지 분야가 한데 어울려져 이루어지는 단위이기는 하지만, 이중 우리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사회를 정치화의 시대라고 칭하고 있다. 정치를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가 선출되고 또한 이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법을 제정하고 또한 이를 집행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선거 때만 되면 입후보자나 정당들은 자신들만이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머슴의 역할을 하겠다고 역설하면서 동시에 국민이 행복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각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오히려 지도자가 정치를 잘못하게 되면 국민들이 행복은커녕 오히려 불행해지는 것이다.

   지난 10월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탄핵찬성과 탄핵반대로 분열되어 소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추운 날씨에도 참석하느라 고생을 하였다. 직접 이런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집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또는 각종 모임에서 탄핵여부에 대한 논쟁을 통하여 국민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보면 정치가 국민의 일상적인 생활은 물론 행복지수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정부 출범 이후, 4대 국정기조를 발표하였으며, 이는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명명하면서, '신뢰받는 정부'를 추진기반으로 명시했다. 즉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의 4대 국정기조를 정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들 4대 국정기조는 모두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한 생활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탄핵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정치가 오히려 공익(公益)을 위한 것이 아니고 특정인이나 특정정치세력을 위한 사익(私益) 위한 행위로 전락하여 국민의 공분을 삼으로서 오늘과 같은 국정혼란이 야기된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하여 신뢰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신 내지 증오의 대상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불행한 상황인가.

   최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신뢰도를 조사한 바에 위하면 이들의 신뢰도는 최하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3월 1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12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8월 동안 주요 7대 직업군(정치인·고위공직자·경제인·법조인·언론인·교육자·종교인)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정치인은 1.89점으로 전체 직업군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발표했다. ****  심지어 일부 조사에서는  “길가다 만난 낯선 사람보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런 사태는 국회 신뢰는 물론 의원들이 만드는 법에 대한 신뢰도도 낮추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한국행정연구원에서 한 사회통합 실태 조사도 들여다보면, 가족에 대한 신뢰 인식은 4점 만점에 3.6점으로 가장 높았다. *****지인(2.9점), 이웃(2.6점)에도 비교적 높은 신뢰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신뢰 인식은 4점 만점에 1.7점으로 가장 낮았고 중앙정부부처(2.0점), 검찰(2.0점), 법원(2.1점)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내 사람까지는 믿을 수 있는데 사회를 특히 공공기관을 믿을 수 없다는 정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수치가 더욱 충격적인 건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시가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조사된 데이터라는 것이라는 점에서 금년에 이런 조사를 하게 되면  정치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는 더욱 최악이 될 것이다. 이는 한국정치가 경제수준에 비하여 아직도 후진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되는 상황에 있음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III. UN행복보고서와 한국인 행복지수


   유엔(UN)은 매년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을 발표하여 세계 각국의 행복에 대한 관심을 지구촌의 주요한 관심사로 부각시키고 있다. 유엔은 해마다 국가별 행복지수를 계량화해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20일 발표한 '2017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155개국 중 56위이다.

   한국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5.838점을 기록했다. 가장 행복한 국가는 노르웨이로 7.537점을 받았으며, 지난해 조사에서 1위였던 덴마크는 7.522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아이슬랜드,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 등의 순이었다. 가장 불행한 나라는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이었다. 150위권에는 이 밖에 토고, 시리아, 탄자니아, 브룬디가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5계단 높은 51위를, 중국은 79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미국은 14위, 독일은 16위, 영국은 19위, 프랑스는 31위를 차지했다.

   유엔세계행복보고서는 2014년부터 2년간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진행한 기대수명, 자유, 소득, 사회적 지원 등의 조사 결과와 유엔 인권지수 등을 토대로 순위를 정했다. 유엔의 행복지수 분석에 따르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이 상위권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지역적으로 같은 경제 공동체에 속해 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행복 지수는 이들 국가에 비해  훨씬 뒤져 있다.

   유엔에서 조사하는 행복지수는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기대 수명, 삶에서 선택의 자유, 관대함, 부패인지도 등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개인의 행복은 개인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아닌 다른 외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지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상식적인 수준에서 행복지수를 평가하는 자료는 될 수 있다..

   동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행복지수의 표준편차는 2.155로 전체 조사 국가의 표준편차 순위에서 9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표준편차가 가장 작은 국가인 부탄의 1.294과 크게 비교되는 것으로 이와 같이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행복 불균형도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수치가 2005~2011년과 비교해 0.011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점점 나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유엔 보고서에서 행복지수가 84위인 부탄이 가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언급되곤 하는 데, 그 가장 큰 이유가 행복에 편차가 작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조사의 대표적 사례의 하나는 '자살'이다. 선진국 모임으로 불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 부문에서 부동의 1위로서 이 분야에서 13년째 가장 높다. 지난 2016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8.7명으로 OECD 국가의 평균인 12명에 비해 2배 이상 많고, 두번째 순위인 일본의 18.7명과 비교해도 큰 격차가 난다.

   이는 경쟁에 지나치게 노출된 환경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 편가르기나 빈부격차에 따른 소외감, 경제적인 준비가 덜 된 노년층의 확대 등으로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유엔의 세계행복지수 2017 보고서 내용과 유사하다.


    IV. OECD와 행복보고서


   유엔 이외에도 OECD에서도 유사한 행복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즉 OECD는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만족도를 합쳐 계산하는 OECD의 ‘더 나은 삶(BLI) 지수’에서 한국은 38개국 중에서 2011년 26위, 2012년 24위에 이어 2016년 발표에서 28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주관적 만족도만을 비교한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158개국 중 2010~2012년 평균 41위로 이웃 일본이나 대만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러나 2012~2014년 평균 47위, 2013~2015년 평균 58위로 계속 낮아지며, 이런 결과는 일본과 대만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2013년에 31위였고, 2016년 29위였던 것에 비한다면 소위 행복을 기준으로 한 우리 삶의 질은 경제적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행복지수에 대한 조사는 지난 4월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서도 나타났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OECD 국가의 복지 수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 수준은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 2011년 23위에서 2016년 21위로 두 계단 올랐다. 이는 연구원이 ‘경제 활력’과 ‘복지 수요’, ‘재정 지속’, ‘복지 충족’, ‘국민 행복’ 등 5개 부문의 23개 지표로 각국의 복지수준을 측정한 결과다.

   그러나 이 중에서 삶의 만족도와 국가 투명도, 자살률, 합계출산율, 여가, 출생 시 기대수명 등으로 측정한 국민 행복도는 0.348점에서 0.133점으로 크게 떨어졌으며, 국가순위도 30위에서 33위로 하락했다. 즉 이는 OECD 회원국 34개국 중 행복도 33위를 나타내는 것이며, 한국의 복지 수준은 지난 5년 동안 소폭 개선됐지만,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청소년에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인 OECD 회원국 22개국 중 가장 낮은 점수인 82점으로 확인됐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 중 20%가 ‘자살충동’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최근 OECD 조사 결과가 나왔다. OECD가 지난 4월21일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5년 학생 행복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 지수는 10점 만점에 6.36점을 기록했다. 한국 학생들의 만족도 지수는 OECD 회원국 평균(7.31점)보다 낮았다.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회원국은 오랜 반정부 시위로 정국이 불안한 터키(6.12점) 뿐이었다.****

   한국 학생의 22%는 가장 낮은 만족도를 뜻하는 4 이하 점수를 줬다. 이는 OECD 평균(12%)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또 한국 학생의 75%는 ‘학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해 OECD 평균(66%)보다 9%p 높아 한국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학습 성취 욕구는 높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은 학생들,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한국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 역시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보도가 있었다. 교사도 학생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 우리 교육에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와같이 한국인의 ‘행복 지수’ 아닌 ‘불행지수’는 이제 성인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미래 한국사회 발전에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될 과제인 것이다.


    V. 정치체제와 공동체 행복관계


   행복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러나 정치사회 환경의 변화에 의하여 행복지수는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 때문에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정치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한 삶도 영위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 공동체 구성원들은 정치지도자들의 선거공약이 다분히 정권장악을 위한 임기응변적이고 또한 현실서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일시적으로 현혹되어 특정 후보자나 정당을 지지, 행복한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선거 후 이런 유권자의 착각은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정치지도자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불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때로는 정치체제의 변화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의 삶의 질은 변화될 수 있으며, 또한 이런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한 삶을 향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구성원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 정치체제, 경제구조, 사회구조와 같은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국정 평가의 기준과 선거 공약, 정책결정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되며, 이렇게 하기 위하여 정치지도자들은 공동체 구성원들과 더욱 많은 대화, 토론, 발표를 해야되고 이런 과정에서 단순히 경제적 측면의 국내총생산(GDP) 수치보다는 지니계수, 노동시간, 삶의 만족도, 신뢰 수준과 같은 일상적인 삶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주제들을 논해야 된다.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처럼 경제가 성장하고 GDP가 늘어나면 국민들이 더 행복해진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더 행복해져야 경제도 성장하고 GDP도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시켜주어야 한다. 과거에 주택이 부족하고 도로가 없던 시절에 주택을 건설하고 도로를 확장하는 것은 GDP와 삶의 질을 모두 높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주택 건설이나 도로 확장 등 GDP 증가보다는, 오히려 교육환경, 문화여건, 환경보존과 같은 문제가 더욱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한 삶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정치제도 이런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치체제가 형성되는 것이 오늘날 각국이 지니고 있는 과제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정치체제의 실험,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정치지도자의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치세력의 정치운영에 대한 경험 등이 상호 조화를 이루어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에는 지금까지 정치에 대한 각종 철학이나 이론을 정립한 정치철학자들의 행복론을 우선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정치이론도 그 근원을 보면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정치철학자들의 이론을 기초로 그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 또는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VI. 정치철학자들의 행복론


   행복이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심신의 요구가 충족된 상태를 말하고 있으며, 이런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여러 가지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행복을 개인의 감성적 요구의 만족, 즉 쾌락과 동일시하는 공리주의적 시각, 소극적으로 고통이나 불쾌함이 없는 상태, 또는 자족, 무욕과 같은 정신적 독립의 상태를 생각하는 스토아학파의 시각, 자아나 인격의 전체적·영속적 만족이라고 간주하는 플라톤적인 시각 등 여러 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

   물론 이들이 주장하는 행복에 대한 시각에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며, 또한 이를 위하여 정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치와 행복에 대한 논리적 이론은 정치철학자들에 의하여 제공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소 변화는 있지만 근본적 이론체계는 유지되면서 오늘날 민주정치와 같은 각종 정치체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플라톤의 행복론


   정치철학자 중에서 정치와 관련된 행복의 문제를 가장 먼저 구체적으로 다룬 철학자는 플라톤 (Plato:기원전 427~346)이라고 볼 수 있다. 플라톤은 정치뿐만 아니라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그의 국가론은 정치와 행복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저서이다.  ‘국가론’ (The Republic)은 플라톤의 철학과 정치학에 관한 주저로, 기원전 380년경에 스승 소크라테스 주도의 대화체로 된 것이며, 이 저서는 철학과 정치 이론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며, 플라톤의 저작 중 가장 잘 알려진 책이다.

   플라톤의 허구적 대화에서 주인공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다양한 아테네인과 외국인들은 올바름(正義)의 정의(定意)에 대해서 논하고, 철인왕(哲人王: Philosopher King))과 수호자들이 다스리는 이상사회를 지칭하고 있으며, 정의로운 사람이 불의한 사람보다 더 행복한지를 논하고 있다. 또 이 저서는 철학자의 역할, 이데아론, 시가(詩歌)의 위상, 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스승 소크라테스와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잇는 서양철학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플라톤은 국가와 정의가 무엇인지,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이상국가를 실현하려 노력하는 철인정치를 주장하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철인왕이 지배하는 이상국가를 논하고 있으며, 철학자가 마음만 먹으면 권력과 철학이 결합하여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어 이상국가를 건설, 공동체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와 ‘철인왕’에서 행복과 관계된 정치를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왜 인간은 정의롭게 행동해야 하는가? 형벌이 두려워 정의롭게 행동하는가? 신의 보복이 무서워 떨고 있는가? 왜 강자는 약한 인간들을 법의 이름으로 다스리는가? 정의는 상벌과는 상관없이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는가?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에 정의가 필요한 것인가?” 등과 같은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이런 과정에서 국가가 구성원의 행복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은 이런 차원에서 이데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로 진리를 추구하는 자가 아니라 진리 자체가 된 자로서 항해를 떠난 배의 선장으로 비유, 당시 유행하던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당시의 민주주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와는 달리 일종의 선동주의나 다수주의에 가깝다고 보면서 다수의 투표로 뽑은 선장이 해로(海路)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그 배는 좌초하고 말 것이라고 보고 철인왕에 의한 정치를 주장하고 있다. **

   플라톤이 제시하는 최선의 통치는 법률에 의한 통치가 아니다. 최선의 통치는 지혜를 갖춘 ‘왕도적 치자’에 의한 통치를 말하고 있으며, 이를 동굴에 우화에 비유하여 철학자의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플라톤은 철인왕은 누구보다도 정치를 잘 할 수 있으며, 이는 진리를 알 뿐만 아니라 사사로운 욕심이 없기 때문이기에 공동체 구성원은 행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려는 플라톤의 철인왕은 현실세계에 존재하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인간의 행복을 우선시 한다는 측면에서 철인왕의 존재를 이해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2.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는 오늘날 학문세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상사가로서 ‘만학(萬學)의 아버지’로 지칭할 정도로 여러 가지 학문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정치학>(The Politics)에서 정치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선의 추구이며, 이는 덕의 정치(The politics of virtue)로서 이를 통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정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

   그는 행복의 문제를 주관적인 쾌락에서가 아니라 이성적 활동의 측면에서 논의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복이란 이론과 실천의 지속적 병행을 통한 자기실현이다. 플라톤과 그의 사상을 계승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올바르게 행위하는 윤리적인 삶이라고 규정하며 여기에서 행복에 대한 논의가 윤리적 논의로 이행했음에 주목하여, 윤리적 삶을 위해 몸소 도덕적 행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한 행동을 직접 함으로써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 도덕 강의만 듣는다고 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 행위가 행복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의 성취는 역시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행동을 지속적으로, 억지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리고 다른 실리적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덕적 행동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행복의 보편적 정의를 잘 말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인간의 행위는 여러 수단과 목적의 연쇄체계로 구성되어 있고, 그러한 수단과 목적의 연쇄체계의 마지막 단계에는 인간의 궁극 목적에 도달할 것이고, 그 궁극 목적에 이르면 그것은 가장 좋은 것, 즉 최고선이며, 최고선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최고의 행복이라고 주장하면서  궁극목적은 최고선(Goodness)이며, 이것에 의하여 행복이라는 방정식이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있어서 공동체와 이성을 강조하였다. 즉 공동체 사회 속에서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것을 나누면 공동체의 행복이 달성되고, 다른 사람에게 먼저 베풀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함으로서 공동체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인간의 이성적 기능을 통하여 얻어지는 즐거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공동체의 행복 추구에 있어 입법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입법가의 역할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선행에 익숙해져 올바른 성품을 형성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는 입법가는 자신에게 부여된 목적 달성에 실패한 것이며, 이런 차원에서 좋은 정치체제와 나쁜 정치체제가 구분된다고 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 서구 정치체제의 사상적 기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바, 특히 행복추구를 위한 정치체제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개인이 도덕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해도 사회제도나 전체적인 사회구조가 비도덕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바로 개인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도덕성도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치체제가 도덕성을 지킬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런 정치체제의 하나가 일종의 공화주의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누구나 동일한 품성 바탕을 갖고 태어난다고 본다. 성선설 입장도 아니고 성악설 입장도 아니며, 따라서 성선과 성악은 오로지 성장과정과 교육이 어떠한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다. 탁월한 품성은 성장과정에서 여러 감성과 행동의 경험과 학습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주장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훌륭한 감정과 행위들이 반복해서 이루어지도록 습관화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따라서 자발적 노력이 어려운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탁월성으로 유도해 내기 위한 규제적 입법 및 정치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정치체계를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적 요소와 귀족적·과두적 요소의 혼합을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로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으로 하여금 유덕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폴리스(polis)이며. 이것이 인간에게 행복을 조장해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따라서 아리스텔레스는 정치는 국민을 일정한 성질의 인간으로, 즉 선한 인간, 고귀한 인간, 아름다운 행위를 할 수 있는 인간이 되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니코마커스의 윤리학>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곳에서 최고선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최고선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자체가 목적인 궁극의 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의 목적은  바로 이와 같은 최고의 선으로서 행복에 추구에 있다는 것이다.


   3. 벤담의 공리주의 행복론


   벤담(Jeremy Bentham: 1748-1732)은 영국의 공리주의를 대표하는 사회사상가이다. 본래 법학자였는데, 정치 · 경제 · 교육 등 다방면에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변호사가 되었지만 기존의 해석법학에 흥미를 잃고, 로크(John Locke)와 흄(David Hume)의 경험론철학의 연구에 몰두하였다. 프리스틀리(J.Priestley)의 「정부론」(1968)을 읽고 이 책에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구절을 발견하였으며, 그는 이에 대하여 '공사(公私)의 도덕에 관한 나의 주의가 확립된 것은 이 소책자의 이 구절에서였다'고 말하고 있다.

   1776년 「정부론 단편」을 익명으로 출판하고 그 후 1789년에는 「도덕 및 입법원칙에 대한 서론」을 공표하였다.** 그는 이 저서에서 공리의 원리를 가지고 개인적 도덕행위 및 사회적 입법을 구명하고 있다. 벤담에 있어서 도덕과 법률은 일치하는 것이며, 양자의 기초원리는 공리주의,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프랑스 혁명이 무정부적 혼란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프랑스 혁명사상, 즉 혁명의 기초를 이루는 자연법사상에 반대하고 이에 대한 비판을 가하였다. 또한 그는 1808년 밀(J.S.Mill)을 알게 되었으며, 벤담의 사상은 밀에 의하여 한층 더 발전되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 쾌락을 행복과 동일시한 벤담의 공리주의 행복론은 20세기 후반 개인의 성격 등을 중시하는 심리학에 의해 허점이 노출되었다. 즉 이는 외향적 성격·신경증적 성격·내적 통제·낙천주의·유머감각·자부심·삶의 목표·천성과 환경 등이 개인의 행복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벤담의 철학은 쾌락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쾌락주의에 따르면 사람들의 행동은 쾌락과 고통이 지배하며, 쾌락은 곧 선이며 행복이라는 것이다. 반면 고통은 악이고 불행임으로 따라서 올바른 행위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쾌락의 양을 늘리는 것이고, 잘못된 행위는 쾌락의 양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행위가 옳고 잘못되었는지는 쾌락을 계산해 밝힐 수 있으며, 그 기준은 강도· 확실성· 근접성· 생산성· 지속성· 순수성 등 6가지이다.

   벤담은 여기에다 쾌락의 일곱 번째 기준으로 범위를 추가한다. 사람에게는 이기적 쾌락뿐만 아니라 인애(仁愛)라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얻는 쾌락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에게 쾌락을 주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이며, 이런 윤리적 행위는 공동체의 최대 행복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저서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은 처음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같은 해 일어난 프랑스 혁명에 온통 쏠렸던 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선거, 비밀선거 등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던 벤담의 사상은 뒤몽(Pierre Étienne Louis Dumont)에 의해 혁명의 핵심 세력에게 충분히 영향을 끼쳤다. **** 이런 이유로 1792년, 프랑스 국민 의회는 벤담에게 명예시민 자격을 부여했다. 벤담의 저작도 뒤몽을 통해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영국보다 프랑스에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4. 밀의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이 주창한 철학사상은 행복으로서 표현된 쾌락주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공리주의 철학의 대표자로서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과 플레이스(Francis Place, 1771~1854) 등의 도움을 받아 고전을 폭넓게 읽어 그의 사상의 영역을 넓혔다. 사회주의 사회개혁가인 생 시몽(Saint-Simon, 1760~1825), 콩트(Auguste Comte, 1798~1857)등 과의 교류를 통하여  영국 사회에 실증주의 사상을 확산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준 밀은 공리주의 사상과 정치경제학, 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할 수 있었으며, 이는 <자유론(On Liberty)>(1859)등에 잘 나타나 있다. *****
   밀은 철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논리학, 윤리학 등의 분야에서 방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자신의 대부이자 스승이었던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의 영향을 받아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를 사상의 기초로 하였으나, 쾌락의 계량 가능성을 주장한 벤담과는 달리 쾌락의 질적인 차이를 주장하며 벤담의 사상을 수정하였다.

   밀은 인간이 동물적인 본성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질적으로 높고 고상한 쾌락을 추구한다고 보았다. 법률에 의한 정치적 제재를 중시한 벤담과는 달리 양심의 내부적인 제재로서 인간이 가지는 인류애를 중시하였다. 이러한 밀의 사상은 벤담의 ‘양적(量的) 공리주의’와 구분하여 ‘질적(質的) 공리주의’라고 불린다.
   또한 그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비판하며 사유재산을 보장해 주면서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시정하기 위한 제한적인 정부개입을 옹호하는 경제학 사상을 주장하였다. 그가 저술한 <정치경제학 원리>는 고전경제학의 완결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경제학을 계승하면서도 사회주의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여 분배의 개선과 사회의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이론을 담고 있다. 논리학에서도 실증주의적인 사회과학 방법론을 체계화하는 성과를 남겼다. 

   밀은 행복, 쾌락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 오히려 도망간다고 말하면서,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고 행복이 행위의 기본 동기이자 준칙이 되는 것이긴 하나, 자기만을 위한 행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타인의 행복, 이를 테면 인류의 진보와 개선, 기술, 직업 등 그 자체를 하나의 이상으로 하여 그것을 목적으로 전심전력을 기울일 때에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보다 질적으로 높은 행복을 얻으려면 현실적인 바깥 것이 눈치를 보지 말고 나만의 고유함, 나만의 내적 이 피가치를 존중하는 자기 수양과 훈련 필요하다고 밀은 강조하고 있다. 즉 '쾌락의 진정한 고급화를 추구하라' 가 공리주의 완성자로서 밀이 제시하는 진정한 행복론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다.

   밀은 사회적 입법을 통한 개혁을 주장하며 현실 정치에도 직접 참여하였는데, 특히 노동입법이나 단결권의 보호, 지대(地代) 공유 주장 등을 통해 민주주의적 정치 제도와 사유재산 보호의 틀 안에서 점진적인 분배의 평등을 강조하는 영국 사회주의 사상의 발달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사회적 공리의 실현을 위해 보통ㆍ비밀선거에 기초한 의회와 선거제도의 개혁을 주장하였으며,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뿐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자유와 경제적 기회도 똑같이 제공할 것을 주장하였다. **
   밀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는데, <자유론>에서 밀은 ‘다수의 전제’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사상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선택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강조한다. 어떤 사상이 옳든 그르든 사상의 자유와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는 인간 정신이 토론과 경험을 통해서 잘못을 시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없다면 개인의 행위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보면서 개성이 발달되면 한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 전체도 더 활기 넘치게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개인이 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한 자발적 선택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그는 사회나 국가가 개인에 대해 행사하는 권력이 도덕적으로 정당성을 지닐 수 있는 한계에 대해 논했다.

   밀은 행복의 정의와 실현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한걸음 더 나아가 공리성의 원리와 자유의 원칙이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과 보완을 통해서 더 큰 행복을 산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으며, 행복은 공리성의 원리와 자유의 원칙의 상호의존과 보완을 통해서 더 큰 행복에 도달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밀이 궁극적으로 의도했던 것이며 자유의 증진을 통한 개인의 행복이 사회 전체의 발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보는 그의 진보적 사회관의 근본 원칙과도 부합한다. 한다.

   밀은 공리성의 원리와 자유의 원칙을 규명하고 개별성을 행복의 근본요소로 보고 자유는 행복과 상충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공리성의 원리와 자유의 원칙의 상호의존과 보완을 통해서 행복의 최대화를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밀은 ‘좋은 정치’를 추구했으며, 이것을 이상적인 정치라고 보면서, 그이 <대의정부론>에서 정부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 형태는 최고의 권력이 국가 구성원 전체에 있는 것이며, 또한 모든 시민이 전국 차원에서 공공의 임무를 수행하며, 정부에 일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바, 이를 통하여 구성원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


  5.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론


  20세기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행복론(The Conquest of Happiness)에서 인간의 삶을 통한 행복을 주장하고 있다. **** 러셀은 그이 저서에서 불행한 현실의 벽이 왜 만들어졌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그 벽을 부술 수 있는지를 알려주며, 그 벽을 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등을 이야기 하고 있어 일종의 행복지침서라 할 수 있다. 러셀은 어려운 철학 용어나 딱딱한 논리는 배제하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필가답게 쉽고 명확한 문장으로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비결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러셀은 자기몰입, 염세주의, 경쟁, 권태,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두려움 등 아홉 가지를 불행의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행복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삶에 대한 열정과 폭넓은 관심, 사랑, 가족 등을 행복의 비결로 꼽으면서 특히 러셀은 삶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바깥 세상으로 돌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의 행복관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러셀은 모든 불행은 의식이 분열되거나 통합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면서 반면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한 성원임을 자각하고, 우주가 베푸는 아름다운 광경과 기쁨을 누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을 좇아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에 충분히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셀은 사소하고 즐거운 일에 집중함으로써 경쟁에서 문제에서 벗어나 상당한 시간 눈을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에 더욱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셀의 경험과 주장대로 취미는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며, 열정은 행복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열쇠라고 보면서 러셀 특유의 행복론을 펼치고 있다.


  VII. 국가와 행복


   개인의 행복은 시대적 환경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각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서구의 경우, 앞에서 고찰된 바와 같이 정치철학자들은 개인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삶의 방식에 따라 행복에 대한 수준의 차이는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자유주의적 사고를 가진 서구 정치철학자들은 국가와 개인을 대립시켜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개인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더욱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근대국가관이 형성되면서, 특히 국가의 존재가 더욱 증대되면서 국가와 행복에 대한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2차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정치체제에서는 국가에 의한 정치관이 개인의 행복과 깊은 관련성을 나타내고 있다. ***** 국가의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고 외부로부터 안보의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은 행보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점증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목적, 기능, 그리고 존재 양식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정치라고 해석하는 기본적 전제하에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기원을 언제부터 기준하느냐에 따라 해석상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어느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 국민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정하는 법률에 따라 권리와 의무가 있으며, 이를 통하여 개인의 삶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현상설에 기초한 개인의 행복관은 국가가 어떠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운영되느냐에 따라 개인이 행복 수준도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국가가 행하는 모든 것이 정치라고 본다면 이에 구성원인 개인은 국가가 하는 일에 따라 운명을 같이 하게 되면 따라서 개인의 행복 수준도 결정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국가의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국가의 권력이 왕조시대와 같은 개인의 사유물로 취급되어 사용될 때 구성원은 왕과 백성의 주종관계로서의 위치에서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개인의 존재는 무시된 상황에서 생활, 불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민주정치체제에서 선거와 같은 정치과정을 통하여 구성원의 선택에 의하여 국가를 운영, 수평적 관계로서 상호의존적 관계로 인식되고 또한 권력의 사용이 사익을 아닌 구성원 전체의 공익을 위하여 사용되며, 이런 과정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 소속감을 가질 때 행복도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 지도자의 국가 경영철학은 현대 민주정치에서 추구하는 이념인 것이며, 우리는 이를 통하여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개인보다는 사회가, 개인주의보다는 공동체주의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될 방향이다. 공동체와 이성을 강조한 고대 정치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 같이 불행한 사회 속의 개인의 행복은 결코 행복일 수 없다는 것을 정치지도자들은 깊이 인식해야 될 것이다. 특히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시대정신에 따라 개인보다는 공동체가 행복한 것이 선진복지사회라는 인식 하에 정치지도자는 물론 정치제도 역시 이를 추구하는 정치운영 방식을 고민해야 될 것이다.


 


*. 정치의 기본 개념은 「정치학 대사전」(서울:박영사, 1975); 참조.

**. 이극찬, 「정치학개론」(서울: 법문사, 1999), 8쪽.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재석의원 299명 중 234명 찬성, 부결 56명, 무효 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되었음. 

**** 「연합뉴스」(2017.3.16.)

***** 「프레시안」(2017.4.11.)

* 「연합뉴스」(2017.3.20.)

** 「중앙일보」(2017.4.5.)

*** 「매일경제」(2016.5.3.)

**** 「경기일보」(2017.4.24.)

***** 이극찬, 「정치학개론」(서울: 법문사, 1999). 81쪽.

* 플라톤 저, 이병길 역, The Republic(국가론)(서울: 박영사, 1996) 참조.

** 「주간조선」 (2017.1.23.) 참조.

*** 서병훈,「위대한 정치」(서울: 책세상, 2017), 17-18쪽.

**** Aristotle, The Politics (나종일 역)(서울: 삼성출판사, 1981) 참조

***** 이극찬, 앞의 책, 83쪽.

* Aristotle, Nicomachean Ethics (최명관 역)(서울 서광사, 1984) 참조)

** 제러미 벤담(강준호 역),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 (서울:아카넷, 2013) 참조

***「경제학사전」, (서울: 경연사, 2011) 참조

**** 스위스의 정치가·저술가인 뒤몽은 1782년 보수파의 압박으로 스위스를 떠나 페테르스부르크를 거쳐 1786년 런던에 건너갔음. 1789~1790년 파리에 머물다가 프랑스혁명에 관계하고, 잡지를 편집하였으며, 1814년 제네바로 돌아와 시의회 지도자로서 법제정비에 힘썼음.「두산백과사전」(2010)참조.

*****  존 스튜어트 밀(서병훈 역),「자유론」 (서울:책세상. 2005) 참조.

* 이정호 엮음, 「행복에 이르는 지혜」, (서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부, 2013), 참조

** 서병훈, 「위대한 정치: 밀과 토크빌, 시대에 부름에 답하다」(서울: 책세상, 2017) 참조

*** 서병훈, 위의 책 참조 

**** 버트런드 러셀(황문수 역),「러셀의 행복론」(서울: 문예출판사, 2001); 버트런드 러셀 (이순희 옮김), 「행복의 정복」 (서울: 사회평론, 2005) 참조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공저, 「정치학의 이해」(서울: 박영사, 2002)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