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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아냐, 트럼프 독자적 결정…문대통령 촉진외교 적극 나서야”

dd100 2018. 5. 28. 10:40

- “패싱 아냐, 트럼프 독자적 결정…문대통령 촉진외교 적극 나서야”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25일 “의제 조율이 잘 안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나라연구소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학술토론회에서 “표면적인 이유는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의제 문제였던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교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하느냐 마느냐, 순서를 어떻게 잡느냐, 선폐기 후보상이냐, 폐기와 보상을 동시 교환할 것인가 등에 대해 북측과 충분한 교감이 없었고 그런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실패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6.12싱가포르 회담 일정을 밝힌 후 북미간 실질적인 실무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에도 보도됐지만 북미회담 제의 다음주에 실무자 예비접촉하려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북측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는 의구심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것이 5월 8일”이라며 “이후 북측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모두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 이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에 대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발언 등을 되짚으며 문 교수는 “큰 대사를 앞두고 메시지 관리를 좀 잘해야 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기싸움인지는 모르겠으나 잘못된 언술을 교환해 사태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취소 결정의 배경에는 펜스 부통령이나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추정했다. 

문 교수는 “두 사람은 미국내에서 네오콘으로 분류된다”며 “폼페이오 장관도 네오콘 성격이 강하지만 CIA국장을 하면서 북한과 대화 통로를 열었고 지금은 국무장관으로 상당히 대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폼페이오 축과 펜스‧볼턴 축이 논쟁을 하다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네오콘들이 유리한 고지를, 승리라면 승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문 교수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맥락이 좋은 상태이기에 돌발적인 상태로 가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 바뀌면 편지나 전화하라’고 했다”며 “또 북한이 계속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컨넥션이 살아있다”며 “미국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백악관에서도 예비 접촉 인사들을 다 선정해 놨다. 비서실 차장, 안보실 부보좌관을 중심으로 한 라인업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백악관 고위인사와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문 교수는 “일괄 타결에서 점진적 접근으로, 선폐기 후보상에서 동시교환원칙의 가능성, 준비 잘하고 있는 점이 트럼프 모델의 요소들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의 역할과 관련 문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 외교는 아니더라도 소위 촉진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교수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얘기하고 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과 얘기하고 이렇게 하면서 판을 살리는데 적극적 역할을 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의 패싱 주장에 대해 문 교수는 “회담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우리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코리아 패싱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재자 역할에 대해 부정적 함의도 많이 있으니 화해와 협력의 촉진자, 대화의 촉진자를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