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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評>국가 청렴도 높일 기구 필요하다. - 문화일보 2017-04-06 -

dd100 2017. 4. 6. 15:31

지난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돼 한국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들 세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공통의 죄목(罪目)은 ‘뇌물수수’ 혐의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개최해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이 됐지만 아직도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만연한 부정부패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서구 선진국들이 투명한 사회를 통해 국가 발전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이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한국 사회가 아직도 부정부패의 사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 1월 25일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2016 부패인식지수(CPI)’에 잘 나타나 있다.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국가 순위는 전체 176개 조사 대상국 중에서 52위이다. 이를 2015년과 비교하면 부패인식지수는 3점, 국가 순위는 무려 15단계 떨어졌으며,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9위로, 지난해 27위보다 2단계 밀렸다. 이번 평가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기 전에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앞으로 재판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에 CPI 관련 평가가 진행되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더 낮아져 국가 순위는 최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CPI 국가 순위를 보면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90점으로 공동 1위, 핀란드 3위, 스웨덴 4위로 2015년에 이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84점(7위), 홍콩 77점(15위), 일본 72점(20위), 대만 61점(31위) 등이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 60점(35위)보다도 CPI가 뒤처진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 아닌가.

청렴하면 나라가 번영한다는 사례는 북유럽의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은 물론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등에서 잘 나타난다. 싱가포르는 1950년대 초까지 부패가 일상화한 나라였으나, 리콴유 총리가 집권하고 부패행위조사국(CPIB)의 기능을 강화, 강력한 반(反)부패운동을 전개해 지금은 아시아에서 가장 청렴하고 번영된 나라가 됐다. 리콴유는 부패 척결을 국가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총리가 된 뒤 가장 먼저 부패방지법을 개정하고 부패행위조사국을 통해 부패 사범에 대한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 오늘의 청렴한 싱가포르를 건설했다.

보츠와나 사례도 유사하다. 강력한 반(反)부패법 제정은 물론 ‘부패 및 경제범죄원’을 설립하고 부패 관련 범죄자만을 전담하는 반부패법원까지 신설했으며, 초등학교에서도 청렴 관련 수업을 하고 있다. 청렴 사회를 지향하는 보츠와나는 1966년 독립 당시 국민소득이 70달러에 불과했는데, 최근 민주화와 청렴 정신을 바탕으로 연평균 9%나 성장해 지금은 약 7000달러의 1인당 국민소득(GDP)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도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반부패특별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를 설치, 청렴 의식 확산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2008년 2월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국가청렴위원회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와 통합해 국민권익위원회로 출범, 현재 반부패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을 제정, 청렴 사회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의 부패 방지, 청렴 의식 확산 등을 통한 국격을 제고시키기 위해 ‘국가청렴위원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별도의 독립기구를 부활 또는 신설, 운영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아직도 상당수 국민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를 혼동하고 있을 정도로 반(反)부패독립기구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하다.

오는 5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로 출범하게 되는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청렴 사회를 구현해 국가신인도를 드높이는 일이다. 만연한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수사권을 가진 독립된 반부패 국가기관 설치를 대선(大選) 후보들이 대선 공약(公約)으로 제시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