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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世宗의 소통·개혁 리더십 절실하다 - 문화일보 2017.05.05 -

dd100 2017. 5. 8. 13:12

世宗의 소통·개혁 리더십 절실하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前 동덕여대 총장

광화문광장은 이제 세종대로에 있는 단순한 광장이 아니고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됐다. 이번 ‘장미대선’은 광화문광장에서 지난해 10월 29일 개최된 촛불 시위가 도화선이 돼 치르게 됐다. 광화문광장에는 성군(聖君) 세종대왕과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 이 두 분은 민족의 우상이고 대다수 정치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특히, 세종대왕은 창조적이며 개혁적인 애민(愛民)정신을 가진 리더십을 보여준, 우리 민족의 가장 자랑스러운 성군이다. 만약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없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과학적·문화적으로 융숭한 대한민국이 건설되지 못했을 것이다.

세종은 현대정치에서 일컫는 민주정치 제도 형성에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왕조시대이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 제도는 없었지만, 국민 여론을 경청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민본(民本) 제도를 세종이 시행했다는 것은 소통 리더십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세종실록을 보면, 세종은 587년 전인 1430년(세종 12)에 한국 역사에서 최초로 민주적 절차의 하나인 국민투표를 실시한 왕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세종은 ‘공법(貢法)’이라는 새로운 세법 시안을 가지고 백성에게 찬반 의사를 직접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며, 의견 수렴 안건은 토지 1결당 일정하게 10두의 세금을 정하는 것이었다.

당시 세금 제도는 관리가 직접 논밭을 돌아보면서 농사의 수확량을 확인, 세금을 정하는 방식이므로 관리들의 주관적인 판단 때문에 세금이 들쑥날쑥해 백성의 원성이 많았다. 이에 세종은 신분 고하와 관계없이 모든 백성에게 의견을 묻기로 했으며, 5개월에 걸쳐 당시 총인구의 4분의 1인 약 17만 명이 찬반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국민투표 결과, 17만여 명의 참여자 중 9만8000여 명이 찬성, 7만4000여 명이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에 약 57% 찬성의 국민투표 결과 이후에도 찬반 의견이 워낙 팽팽했고 여러 가지 제안이 들어와 세종은 바로 세법을 결정하지 않고, 이후 17년간 다양한 절차를 걸쳐 세법을 확정함으로써 백성의 조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었고, 동시에 가장 많은 국고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제 왕권의 시대에 국민투표와 같은 민본에 의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은 세종의 애민정신 실천 과정이다. 한글을 창제한 주요 이유도 백성이 어려운 한문보다는 쉬운 한글로 상호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세종의 애민정신은 국가를 다스리는 데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다.

세종의 애민을 위한 리더십은 백성과의 소통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세종 스스로 보여줌으로써 관리들도 성군 세종의 애민정신을 본받아 민원을 처리함으로써 태평성세를 누릴 수 있었다. 출산휴가의 실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의료기관인 ‘제생원’에서 돌보게 하는 등 세종은 애민정신을 통해 소통 리더십을 발휘, 지도자의 표상(表象)이 됐다.

최근 TV 토론이나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대다수 후보자는 세종의 애민정신을 예로 들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머슴으로 봉사하겠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선거 유세장에서 유권자에게 큰절까지 하면서 국민을 위한 최적의 봉사자는 자신밖에 없다고 한다. 선거 홍보물도 모두 국민과 친근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 집중돼 있다.

최근 광화문에 있는 ‘세종이야기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선거: 대한민국을 만들다’라는 유권자의 날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세종의 국민투표 이야기부터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선출 과정, 역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거 포스터, 투표용지, 탄피와 같은 투표 용구 등이 전시되고 있다. 역대 대선 후보자들 모두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세종과 같은 애민정신을 가지고 소통 리더십을 발휘한 대통령이 과연 누구였는지, 선거 포스터에 실린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새삼 재평가하게 된다. 앞으로 닷새 후 유권자들은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지적처럼 투표일 하루만이라도 주인 행세를 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갈 것이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광화문광장에 정좌하고 계신 세종대왕께서는 애민정신을 가진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계실까. 애민정신을 가진 후보자가 선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