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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 시대와 한국 외교의 위기 - 경기일보 2017.01.09 -

dd100 2017. 1. 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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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에워싼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소위 스트롱맨(strongman)으로 포진하고 있어 한국 외교가 중대한 시험대에 놓여있다. 그러나 우리는 탄핵정국으로 인하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로 국정을 운영, 강력한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인 상태이기 때문에 외교정책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년 벽두부터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여러 가지 반갑지 않은 외교적 행태가 전개되고 있어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우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 ‘미국 우선(America First)’ 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이익을 강조하면서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무기 경쟁을 하겠다’며 핵 능력 강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다분히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국무장관, 국방장관을 비롯한 외교·국방·통상 등 주요 고위직에 보수 강경론자들을 임명한 것을 보면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논리에 의해 외교정책을 전개할 것 같다.

트럼프와 시진핑, 일전불사의 강경모드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2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통하여 ‘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을 정도로 미·중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통상정책에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공장의 멕시코 건설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정도로 자국이익 중심의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한국과는 주한미국 방위비 분담 증액, 한미통상협정(FTA)개정 문제 등에 있어 강력한 미국의 입장을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27일 막을 내린 제18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당의 ‘핵심’으로 등장, 강력한 지도력을 확인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미국과 한판 승부를 치를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 미국에 접근하려는 대만엔 무역·외교 보복을 했는가 하면, 한국이 미국과 합의, 사드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 내의 한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제재하는 가하면, 한국행 관광비자 발급 강화를 통하여 ‘유커(遊客)’의 한국관광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은 2000년 대통령 취임 이후 무려 16년의 이상 장기집권을 통하여 쟈르 제정시대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푸틴은 이미 ‘전략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힐 정도로 군비강화를 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편들며 시리아 내전에 개입, 수많은 민간인 희생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 국제정치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일본 역시 아베신조 총리가 역대 어느 총리보다 보수세력의 절대적 지원 하에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장기집권의 모드에 돌입하고 있다. 2006~2007년 제1차 집권을 포함 6년 이상 재직하고 있는 아베는 미국의 대중국정책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하여는 최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운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주한일본대사를 불러들이는 등 강경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북아 균형추의 외교적 역할 필요
한반도 주변 국가의 스트롱맨의 등장은 우선 자국의 실리를 최대한 추구하려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부를 향한 공격을 통해 세계 질서를 흩뜨려 언론의 주목을 받아 국민적 관심을 끌어들여 내치의 취약성을 상쇄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무시될 수 없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로 경제는 파탄 났음에도 푸틴이 80%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는 이런 스트롱맨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외교가 어떻게 활로를 찾아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强對强) 대치 구도에서 어느 편에도 치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한국은 지금 동북아의 균형추로서의 외교적 역할을 어떻게 전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느냐의 중대한 시험기에 놓여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부는 물론 국회가 협치를 통해 외교적 난관을 극복, 동심동제(同心同濟)의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