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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정감사와 국회의 적폐청산 -경기일보 10월 17일 -

dd100 2017. 10. 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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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0일간의 일정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실시하는 국정감사다. 지난해와 달리 여야가 서로 바뀐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 국정감사권은 외국 의회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권한이다. 국회가 감사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또한 올바른 정책중심의 국정감사를 실시한다면 추락한 국회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그러나 매년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지난 며칠간 실시된 국회의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민들의 평가는 ‘혹시나’ 했던 기대와 달리 ‘역시나’ 실망 그 자체다. 우선 국정감사장을 국회의원 자신들의 홍보수단이나 또는 애꿎은 기업인들을 불러 국회의원의 권위주의적 위세를 과시하는 장소로 착각하고 있는 구태의연하고 잘못된 의원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증인 신청 자제해야
국회 개혁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묻지마식 증인 신청’을 막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증인 신청 실명제’는 오히려 국회의원들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증인 실명제로 인해 증인 신청이 줄어지기보다는 올해 국감에는 역대 최다 인원의 기업인이 국회 출석요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증인 신청을 홍보수단으로 악용, 기업 실무자를 불러도 되는데 굳이 기업 총수를 고집하고 있어 내실 있는 국감보다는 국회의원의 홍보 또는 지역구 민원 챙기기 등과 같은 사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기업 경영에 바쁜 기업인이 증인으로 참석, 의원들로부터 질문 하나 받지도 못하고 또는 여야가 국정감사 운영방식을 놓고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국감장의 광경이나 구경하다가 돌아가는 씁쓸한 모습을 이번 국감에서도 볼 것 같다.

공무원들은 하반기만 되면 국정감사 준비와 출석으로 대부분 시간을 빼앗겨 정상적인 공무 수행이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만 하면 열람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여 자료 복사비만도 상당하다. 오랜 기간 준비한 자료에 대한 질문 한번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도 있고, 심지어 질문한 의원은 이미 회의장을 떠나고 없는 상황에서 허공을 대고 답변하는 경우도 있다.

금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서로 ‘적폐청산’을 가지고 대결하는 양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을 최우선 화두로 삼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무능을 강력 비판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해 ‘적폐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여야 서로 상대방에게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국정감사장이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

국민들의 시각에는 여야의 ‘적폐청산’ 주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적폐청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며 당연히 바로잡아야 되며, 이를 국정감사장에서 따져야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안보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국회가 여야 간의 서로 ‘적폐청산’ 운운하면서 안보는 뒷전으로 놓고 정쟁을 하는 것이 올바른 의정활동인지 묻고 싶다.

‘적폐청산’의 의원행태 없어져야
지난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국내 7대 직업군별(정치인, 고위공직자, 경제인, 법조인, 언론인, 교육자, 종교인)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에서 정치인은 만점 기준에 1.8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신뢰도는 현재 최악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 간의 ‘적폐청산’ 운운하면서 서로 싸움만 하지말고 심각한 안보위기 대비책에 대한 국정감사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 구태의연한 재탕, 삼탕식의 큰소리치는 국정감사, 무분별한 증인 신청과 같은 의원 행태는 국회의원 스스로 버려야 할 ‘적폐청산’ 대상이 아닌지.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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