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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링컨의 포용적 리더십과 국민통합 - 경기일보 9.18 -

dd100 2017. 9. 20. 09:58

국가의 흥망성쇠는 어떠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이끄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북한 김정은이 무모하게 전개하는 북한 핵실험과 더불어 사드배치, 탈원전, 복지정책 등 각종 국내외 산재하고 있는 첨예한 쟁점으로 인하여 계층·세대·지역·이념적으로 갈등이 심화되어 국론분열의 위기까지 대두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국민통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때 새삼 되새겨지는 것은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포용적인 리더십이다. 미국 켄터키 산골 통나무집 단칸방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환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좌에까지 오른 링컨은 미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지도자이다.


경쟁자를 국무장관 등에 임명

노예해방선언을 통해 오늘의 세계 최강국 미국을 건설하는 기초를 다진 링컨은 남북전쟁 시 게티즈버그 연설을 통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김으로써 민주정치의 원형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를 신봉한 지도자로서의 링컨의 리더십은 그의 인사정책을 통한 포용력이 있는 국민통합 리더십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링컨은 어려운 생활만큼이나 정치역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수차례 걸쳐 하원, 상원 등 총 7차례의 선거에서 패배를 경험했다. 그러나 링컨은 노예제로 인한 남북분열로는 미국은 번영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국민통합의 비전을 가지고 공화당내 유력 정치인인 뉴욕 상원의원 윌리엄 슈어드, 오하이오 주지사 새먼 체이스, 미주리 주의 유명정객 에드워드 베이츠 등과의 후보 경선에 승리, 대통령까지 되었다.

고난의 정치역정을 통해 최고권력자가 되면 대부분 선거운동 시 도움을 주었던 캠프인사들을 주요 직책에 임명, 이들을 중심으로 국정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링컨은 주요 각료임명에 당내 경선했던 경쟁자, 또는 반대당인 민주당의 지도자에게 중책을 맡겨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했다.

국무장관에 슈어드, 재무장관에 체이스, 법무장관에 베이츠, 그리고 전쟁장관은 민주당 출신의 애드윈 스탠턴을 임명했다. 앞에 3명은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거나 적(敵)이었던 인물들이다. 스탠턴은 민주당 출신으로 링컨을 ‘숲 속의 고릴라’라고 놀릴 정도로 무시했지만, 그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중용했다.

특히 국무장관 슈어드는 쓸모없는 땅을 살 필요가 없다는 국내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의 안보전진기지이며,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는 보고(寶庫)인 알래스카를 단돈 720만 달러에 러시아로부터 사들었다. 알래스카는 제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 때 공식적으로 사들었지만 협상은 링컨 재임 시 진행되어 성사된 것이다. 알래스카에 가면 슈어드라는 명칭의 하이웨이, 항구 등이 있을 정도로 링컨이 임명한 슈어드가 미국 국가발전에 남긴 업적은 탁월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는 불변의 진리

링컨의 포용적 리더십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최강 미국이 건설될 수 있었을까. 국론이 분열되어 남북전쟁의 상처도 아물지 못했을 것이고 또한 흑백갈등은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다. 자기를 업신여긴 경쟁자들을 정부의 각료로 임명한 링컨은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실천한 포용력 있는 위대한 정치지도자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 벌써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7명이 낙마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선거운동 캠프 중심으로 인재의 폭을 좁히게 되면 능력있는 인사가 등용될 수 없으며, 이는 국민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불멸의 진리를 새삼 심각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은지.

김영래 
前 동덕여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