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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칼럼] 국회 청문회 제도, 개선책 없나 - 경기일보 2017.05.29 -

dd100 2017. 5. 30. 14:49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정책 방향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청문회 벽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 같다. 상당수 국민은 물론 야당으로부터 이낙연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하여 ‘탕평과 통합인사’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던 대통령의 총리 지명이 후보자의 위장전입문제 등으로 쟁점이 되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구성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이 시작된다.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29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6월2일, 그리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6월7일 인사청문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지명자 인사청문회도 곧이어 열릴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이낙연 총리후보자가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곧이어 신임 총리의 제청으로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각부 장관들이 후보자로 임명되어 6월 국회는 뜨거운 초여름 더위만큼이나 청문회 열기로 가득 찰 것이다. 특히 야당은 청문회를 통하여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는 물론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또는 송곳 같은 질문을 통해 청문회 스타가 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의 준비 등으로 정국은 뜨거워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바라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심이나 평가는 국회의원들의 열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청문회 제도 자체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측면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능력 있고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등용해야 됨으로 검증에는 이의가 없지만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회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제도인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흠집내기식 인사청문회 지양해야
우리나라에서 총리, 대법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등장한 것은 2000년 2월 국회법 개정과 동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을 통해서 실시되었으며, 국무위원의 경우, 2005년 7월부터 청문회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 제도는 민주화 이후 고위공직자 임명에 있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정실인사, 편중인사를 배제, 능력 있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등용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특히 미국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논리를 적용한 인사청문회제도를 모델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최된 인사청문회를 보면 도입취지인 견제와 균형의 논리에 입각하여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었다고 보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견제와 균형 원리에 의거 진행된다면 여야의원들의 질문 방향이 대체로 비슷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방어와 야당의 공격 위주의 상반된 입장에서 질문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더구나 여야정당이 대통령 선거 이후 정당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 질문 내용도 여야가 완전히 뒤바뀌는 사례가 너무 많아 청문회 본질이 왜곡,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장이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아니라 여야 간 정쟁의 무대로 급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후보자의 능력이나 전문성 검증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생활, 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 청문대상자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망신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사한 질문이 계속되거나 때로는 청문대상자가 부실 자료를 제출, 또는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여 청문회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인사청문회 원칙, 국회가 새로 합의해야
청문회 준비는 청문대상자는 물론 국회의원들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되며, 흠집내기식보다는 후보자의 능력이나 전문성 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후보자도 관련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 의혹을 해소시켜야 하며, 국회의원들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성 자료로 인격모독이나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발언은 삼가야 된다.

개인의 병력(病歷) 등과 같은 사생활에 관련된 사항은 비공개로 검증한 후 잘못이 있을 경우,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될 것이다. 대통령도 인사원칙이 선거캠페인 시와 다소 차이가 있을 경우, 조속 입장을 정리,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된다. 국회도 협치정신에 의거 변화된 정치사회 환경에 따른 청문회운영 규정에 대하여 여야합의를 도출, 생산적인 청문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