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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의 정치이야기] 대한민국 국회, 과연 민의(民意)의 전당인가

dd100 2022. 5. 6. 10:01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국회가 개원된 지 금년으로 74년을 맞이하고 있다. 국회 74년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같이 모진 풍상을 겪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48년 5월10일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돼 5월 31일에는 역사적인 제헌국회 개원식이 거행됐다. 제헌국회는 1948년 7월 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헌법을 7월 17일 공포, 이에 따라 8월 15일에 역사적인 대한민국 정부수립이 선포됐다

74년의 세월은 결코 적지 않은 기간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와 같이 발전하는 하는데 있어 국회의 역할도 컸다. 그러나 국회가 민의의 전당, 민주정치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특정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한 사례도 많아 통법부(通法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 정권 교체기에 국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 입법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 입법행태는 국회가 과연 민의의 전당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지난 5월3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한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일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가결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안을 의결했다. 따라서 관련 법안은 공포 뒤 4개월 후인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가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입법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문제점은 헌법적 가치,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누구를 위한 입법인가 등으로 볼 수 있다.

헌법적 가치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법안으로 지칭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무엇보다도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로,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상기 헌법 조항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권의 헌법적 근거로 인식돼 왔으며, 이런 영장 청구권은 당연히 수사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압수·수색영장청구권 주체를 경찰로 국한한 것은 헌법(제12조 3항과 제16조)에 정면으로 헌법적 가치에 배치되는 위헌 조항으로 볼 수 있다. 헌법은 최상위법이며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은 하위법임으로 하위법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

절차적 정당성

국회에서 하나의 법안이 입법되려면 법안 발의, 심의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된다. 국회의 입법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되며, 민주적 정치과정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검수완박’ 관련법은 이런 과정이 생략된 상태로 졸속 입법돼 의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수완박’ 관련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행한 입법 폭주다. 168석의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친여성향의 무소속 의원들과 같이 관련법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채 법안 발의 (4.15)에서 국회의결·공포(5.3)까지 단 18일 만에 군사작전과 같이 밀어붙였다.

이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편법과 꼼수 등 각가지 수법을 동원했다. 입법 예고 규정, 안건조정위 구성, 본회의 개의 시간을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으로 행해 국회법 절차를 무시했다. 최장 90일의 숙의기간을 거쳐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는 17분 만에 끝났고, 법사위 표결은 8분, 본회의 표결은 10분도 안 돼 종료했다. 청와대 역시 관련법 공포를 위해 국무회의 시간을 늦추는 편법을 동원, 강행 처리에 동참했다.

누구를 위한 입법인가

법 제정의 기본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 보다는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전제돼야 한다. 오는 9월부터 상기 법안이 시행되면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수사권 중 부패·경제만 두고 모두 경찰에 넘어가게 된다. 이는 74년 만에 형사 사법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변화다.

'검수완박' 관련법은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범죄에 대해 검찰 수사를 손을 떼게 함으로써 거악이 판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 권력자들의 공직범죄, 선거범죄는 이제 검찰의 칼날에서 벗어나게 됐다. 정치인, 권력자, 재벌 등은 대형 로펌 동원해 법망 빠져나가고 힘없는 서민들만 피해 볼 수도 있다. ‘무권유죄, 유권무죄’(無權有罪, 有權無罪)의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변협이 변호사 11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작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후 ‘경찰 조사 지연 사례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약 74%나 됐다. 경찰에 사건이 몰리면서 현장에서는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이미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다. 과연 ‘검수완박’ 관련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가를 의심케 한다.

국회의원 소환제도 도입 필요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검수완박’관련법에 대해 무려 60%이상의 국민들이 반대했다. 대한변협은 물론 참여연대와 같은 많은 시민단체들도 반대했다. 무리한 졸속입법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취지에서 국민여론 등을 수렴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입법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대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묵살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입법과정에서 범한 절차적 반민주성과 부당성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했으며, 검찰도 곧 권한쟁의심판청구와 효력정지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밖에 대한변협 등 수많은 법조 및 시민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일단은 헌재 판단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이번 ‘검수완박’ 관련법 입법과정을 보면서 새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회가 민의(民意)의 전당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탄핵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 국회의원을 견제하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글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내나라연구소 이사장

- 전 동덕여대 총장
-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 전 한국 NGO학회 회장
- 전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 현 아주대 명예교수/내나라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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