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언론기사 및 기고문)

[김영래의 정치이야기] 지방선거 유감(有感)

dd100 2022. 6. 2. 15:03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리스트 =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여당인 국민의힘 대승으로 끝났다. 4년 전 실시된 지방선거와는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완패하고 국민의 힘이 대승을 거두었다. 총 유권자 44,303,449명 중 25,567,766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여 50.9%를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8년 지방선거 60.2%보다 9.3% 하락했다. 투표율이 하락한 주요 요인은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과 지방선거의 대선 연장화로 인한 유권자의 실망감과 피로감 표시로 분석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유권자의 심판이 4년 전과는 반대이다. 4년 전 국민의힘은 2대14(광역단체장 17석 중 무소속 당선자 1석 제외)로 참패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대12로 오히려 참패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서울시, 인천시를 포함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압승했다. 경기도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0.1% 차이로 신승했다. 영남과 호남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구태의연한 지역주의 덕에 승리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1949년 7월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됐고,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4월25일 시·읍·면 의회 의원 선거 및 같은 해 5월10일 시·도 의회 의원 선거가 처음 실시됐다. 이후 제2회 지방선거는 1956년에, 제3회 지방선거는 1960년에 각 실시됐으나, 제3공화국 이후 1962년부터 지방자치는 중단되었다.

그 후 1991년 3월26일 시·군·구의회 의원 선거, 1991년 6월20일 시·도의회의원 선거가 각 실시돼 지방자치제가 부활했고, 1995년 6월27일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들이 선출하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교육감, 시장과 군수,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총 4125명(국회의원 7명 별도)을 선출했다. 전국적으로는 1.8: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불리고 있는 지방자치는 민주정치 발전의 핵심인 지방선거로부터 출발한다. 지방선거에서 지역발전을 위하여 자치단체장과 이들을 감시할 지방의원을 잘 선출해야 지역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 실시되어 지방정부가 갖는 예산집행권, 인허가권, 인사권 등이 상당히 강화됨으로써 주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기 때문에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더욱 강조되었다.

 

대선 연장전이 된 지방선거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방자치가 선진국과 같이 정착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이 끝나고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 실시되었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2일 만에 실시되는 선거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풀뿌리 생활정치의 지방선거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상태로 중앙정치의 영향이 강하게 미친 선거가 되었다.

특히 지난 3월 실시된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각각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입후보, 당선됐다.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였던 김동연 후보는 경기지사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전 의원은 대구시장 선거에,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출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아닌 대선 연장전이 되었다.

 

정책이 실종된 지방선거

중앙정치의 압도 속에서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이 되니 유권자들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의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중앙정치 프레임에 이끌려진 선거가 되었다. 지방선거가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대결이 아닌 여야 정쟁 프레임에 의해 대선 연장 선상에서 선거가 실시되니 결국 그 피해는 지역주민이 입게 된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역민의 의하여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이지, 결코 대선 연장 선거가 아니다. 지방선거를 통하여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지역의 살림과 복지· 안전· 환경· 교육 등 여러 가지 여건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음에도 아직도 영남·호남은 탄탄한 지역주의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320곳 선거구에서 508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6월1일 기준). 이는 2018년 지방선거 시 89명에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나온 후보자들이고, 또한 영남·호남지역에서 양당에 몰표가 나온 것 역시 양당 카르텔에 의한 지역주의 소산이다.

필자는 2006년 2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를 조직, 상임공동대표로서 제4회 지방선거부터 일명 ‘참 공약’이라고 지칭되는 매니페스토(Manifesto)를 한국에 도입, 시민운동을 전개하여 그동안 정책경쟁을 통한 선거문화 발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그러나 이번 선거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정책경쟁이 되지 못했다.

 

‘깜깜이 선거’가 된 교육감 선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향후 4년간 600만 학생들의 교육 사령탑을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17개 시도의 교육감은 총 57만 명의 교사·교직원 인사권을 갖고 한 해 다루는 예산만 82조 원에 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실시되어 미래세대를 이끌어 나갈 학생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되었다.

교육감 선거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정치·정파에 따라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살려 자치단체장 선거와 달리 후보자는 소속 정당이 없고 별도의 기호 또한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현실은 특정 정당과 연계, 이념 투쟁장이 되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광역단체장 후보와 러닝메이트 제도로 변경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 선거는 정당 공천제를 없애는 방법도 연구 과제이다. 국민 여론은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 공천에 대하여 폐지 여론이 상당히 높으며, 국회에도 이를 폐지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이들의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반대, 표류하고 있다. 기초단위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여 중앙정치 지배 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정치 선진화는 중앙정치를 움직이는 정치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일 때 가능하다. 개인의 사리사욕과 정치적 계산만 생각하는 권력 중심의 정치공학만 염두에 두게 되면 풀뿌리 민주정치의 근간인 지방정치를 통한 지역발전은 이룩할 수 없다. ‘지역민에 의한, 지역민을 위한, 지역의 선거’가 뿌리내리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래 news1@gokorea.kr

출처 : 공감신문(https://www.g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