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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의 정치이야기] 대통령 선거와 정치공학 - 공감신문 2022.03.07 -

dd100 2022. 3. 10. 10:20


김영래 전 동덕여대 총장/내나라연구소 이사장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리스트 = 앞으로 이틀 후면 지구촌에서 가장 역동적인 ‘대한민국’호를 이끌 대통령이 선출되는 투표일이다. 선거 종반 돌발변수가 등장하여 예측 불허의 초접전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대선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어, 유권자들은 지난 2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만 알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유력 후보 간 오차범위 이내 접전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8%,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39%로 1%포인트 오차범위 이내이다. 정당 지지도 역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38%씩으로 똑같기 때문에 최소한 2일까지의 여론조사 분석으로는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단일화와 사전투표의 돌발변수 등장

이런 초접전 상황 하에 단일화와 사전투표의 두 가지 변수가 등장했다. 첫째는 단일화이다. 지난 1일 이재명 후보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책임총리제 등을 골자로 하는 단일화 수순을 취했다. 공동선언 이후 김동연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 이재명 후보를 위한 지원 유세를 했다. 지난 2월2일 이재명·김동연 후보 TV토론을 개최하여 단일화의 가능성이 예견되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단일화를 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심야회동을 거쳐 지난 3일 오전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발표했다. 불과 수일 전까지 안철수 후보가 제안했던 여론조사 방식에 의한 단일화 제안이 윤석열 후보 측에서 받아지지 않자 결렬을 선언,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했던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단일화를 발표했다. 안 후보 역시 후보직을 즉각 사퇴, 5일에는 윤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까지 했다.

두 번째 변수는 사전투표율이다. 2014년 제6회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등장한 사전투표는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사전투표는 지난 4일-5일 실시, 36.9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26.69% 보다 무려 10.24%포인트 높다. 이런 추세를 보면 9일 투표에서도 투표율이 높아 총 투표율은 80%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유권자들의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팬데믹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중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지구촌은 초불확실성 시대가 되고 있다. 이에 국내도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시험발사, 경제침체, 부동산 폭등, 실업률 상승 등 국가적 난제가 도사리고 있어 국민들은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이런 난제의 해결을 기대하며 사전투표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선 결과, 정치공학으로 예측 가능할까

1977년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를 저술한 하버드대 갤브레이스(John K.Galbraith) 교수는 “시간은 사회과학자를 망신시킨다”라고 하면서 돌발변수에 따른 정치사회 현상 분석에 대한 예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거 때마다 정치분석가들은 역대 선거통계, 최근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선거결과를 예측하고 있지만, 갤브레이스 교수의 말과 같이 돌발변수가 등장하면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긍정평가율이 40% 내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정권교체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이재명 후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긍정평가율을 뛰어 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양 후보의 한계성은 제3후보인 안철수 후보가 그동안 10% 내외의 지지율을 보임으로써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윤 후보와 전격적으로 단일화 선언을 함으로서 대선 판도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단순히 산술적인 정치공학에 따르면 윤·안 단일화에 따라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러나 위기의식을 가진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역풍도 만만치 않아 단일화에 따른 결과 예측은 쉽지 않다.

사전투표율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으로 사전투표율이 높을 때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민주당으로서 호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었으며, 최근 호남지역에서 윤 후보 지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예측과는 다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보수층의 영남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도 있어 높은 사전투표율에 따른 유불리는 예측하기 힘들다.

 

선거의 최종 책임은 유권자의 몫

이번 대선은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높은 비호감 후보들의 경쟁장이 되고 있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이 무려 100여건에 달해 유권자들은 극도의 피로감에 쌓여 있다. 국내는 물론 외국 언론까지 이번 대선은 ’최선의 후보자‘가 아닌 ’차악의 후보자‘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혹평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하여 주인인 유권자가 대표자를 선출, 대의정치를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단순하게 산술에 의한 정치공학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에 따른 참의미의 정치공학에 기초하여 국민통합·공정과 정의· 시대적 가치를 실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후보가 국가지도자로 선출되어야 할 것이다.

루소(Jean J. Rousseau)의 “국민은 오직 투표일만 자유로울 뿐이다. 투표일이 지나게 되면 곧 노예가 되기 쉽다” 라는 경구가 새삼 음미된다. 유권자가 명실공히 주인이 되려면 남은 기간 후보자의 됨됨이, 공약, 선거운동과정 등을 꼼꼼히 살펴 올바른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결국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 기권하지 말고 깨끗하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필진 약력]

- 전 동덕여대 총장

-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 전 한국 NGO학회 회장

- 전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아주대 명예교수/내나라연구소 이사장

출처 : 공감신문(https://www.g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