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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의 정치이야기] 20대 대선과 유권자의 고통(苦痛)

dd100 2021. 12. 27. 11:51

김영래 전 동덕여대 총장 / 내나라연구소 이사장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리스트 =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 20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7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선거 시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분석하여 보면 투표일 2개월 전에는 많은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투표할 후보자를 정해 부동층은 점차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유권자 투표 성향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선거가 임박해옴에도 오히려 부동층이 증가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이 2주마다 진행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30-40%를 오르내리며 박스권에 갇힌 반면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즉, 머니투데이 the300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지후보가 없다’는 부동층을 의미하는 응답이 11.0%로 2주전 조사보다 1‘5% 늘었다. 특히 20대에서 이런 부동층은 무려 24%에 달한다.

최근 전개되는 대통령 선거 운동 양상을 분석하여 보면 당분간 부동층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가장 부동층이 많은 20대 유권자의 경우, ‘지지후보를 교체할 수도 있다’가 70%가 넘어 앞으로 전개되는 선거운동 양상에 따라 혼전은 물론 마지막까지 부동층의 향배를 속단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선거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중대선거’가 ‘이상한 선거’로 변해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특히 지난해 초부터 팬데믹을 야기한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정치사회질서가 요동치는 초불확실성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에 살고 있다. 개인은 물론 개별 국가들도 각자도생이라는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 하에 급격한 질서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 시기에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의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거친 풍랑에 좌초하지 않고 순항할 선장을 뽑는 20대 대선은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가 아닐 수 없다. 내년 3월9일 어느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어 AC시대 (The Age of After Covid-19)를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한국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달성하느냐 또는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느냐에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고 있는 대선 정국을 보면 20대 대선이 ‘중대선거’가 아닌 ‘이상한 선거‘(Strange Election)인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양대 정당의 후보, 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의정 경험이 없는 ’0선 후보,‘ 또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법률가‘ 출신이라는 것은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지금과 같이 국회의원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0선 후보‘는 오히려 참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언론에 보도된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각종 의혹과 그들이 쏟아내는 정치언어를 살펴보면 역대 대선 중에서 가장 이상한 선거가 될 것 같다. 선거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후보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의혹과 자질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 양대 정당 후보는 치열한 당내 경선과정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되었으나, 이후 제기되는 의혹과 설화(舌禍)를 보면 당내 경선에서 어떻게 이들이 최종 대선 후보로 선택되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정도이다.

유권자들의 고민 아닌 고통이 깊어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은 계속하여 터지고 있다. SNS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초정보사회(Hyper-Information Society)에 있어 유권자들은 비대면 하에서 후보들의 과거와 현재 움직임과 성장 과정을 잘 파악할 수 있으며, 또한 후보자의 가족들에 관한 과거의 활동과 신상정보도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2명의 인사가 자살을 하여 더욱 의구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국회에서의 특검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이에 이 후보의 아들까지 불법도박 의혹에 연루되어 후보가 사과를 표명했으며, 기본소득, 부동산 정책, 탈원전정책 등 각종 공약에 있어 일관성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윤석열 후보도 ’아직까지 ‘고발사주’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부인의 허위경력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공정성의 가치를 강조하는 후보의 정체성이 문제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중요 이슈에 대한 설화로 자질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준석 당대표가 선거대책위에서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리더십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의 ‘비호감’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리서치와 KBS여론조사에 의하면 비호감도는 이재명 59.1%, 윤석열 60.5%로 나타났다(중앙일보 12.25 참조). 따라서 지난 수개월 양대 정당 후보의 비호감도는 줄지 않아 역대 대선 중 ‘비호감 대선 후보 대결’ 선거가 될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자조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이들 양대 후보에 대한 실망으로 제3지대 후보에게로 지지를 이동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7.5%, 정의당 심상정 후보 4.7%,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1.3%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어, 돌발변수가 없는 한 이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선거의 최종 책임은 주인인 유권자 몫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는 대선과정을 보면 유권자들은 코로나로 힘든 세월을 보내는 우울한 연말과 같이 대선 후보 선택에 있어 고민 아닌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곧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를 맞이하게 된다. 20대 대선 후보들이 새해를 맞아 용맹한 호랑이 같은 기운으로 국운을 융성시킬 희망의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줄 수는 없을까.

[필진 약력]

- 전 동덕여대 총장

-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 전 한국 NGO학회 회장

- 전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아주대 명예교수/내나라연구소 이사장

출처 : 공감신문(http://www.g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