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언론기사 및 기고문)

<포럼>물가·국채 위기 부를 ‘묻지 마 공약’

dd100 2021. 11. 16. 09:06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前 동덕여대 총장

여야 정당의 대선 후보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됨으로써 내년 3월 제20대 대선에서는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박빙의 승부를 겨루게 될 것 같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이 있지만,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이-윤 후보 간 경쟁이 될 것이다.

이들 두 후보는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와 검사로 활동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이른바 ‘0선’ 후보다. 그리고 두 후보 모두 강성의 이미지를 주고 있다. 이 후보의 ‘정면돌파’, 윤 후보의 ‘강골검사’ 이미지는 정책 추진에 강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의 기본인 타협과 대화에는 약점이다. 더구나 지난 6∼7일 넥스트리서치가 조사한 비호감도에서 이 후보는 60.4%, 윤 후보는 54.6%로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최고의 비호감도를 나타냈다.

 

이러한 두 후보에 대한 각종 평가와 분석을 통해 볼 때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은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장동’과 ‘고발사주’ 의혹 등으로 고발·고소가 돼 있어 앞으로 4개월 남은 기간 어떤 변수가 생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권자는 ‘최고(最高)’가 아닌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택하는 데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비호감 후보들이 경쟁하게 되니 이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최대한 감추고 대신 돈 풀기와 같은 인기영합 식 경쟁을 통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든 표를 얻겠다는 선거공학에 매달린다. 특히, 두 후보는 34%의 가장 많은 표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부동층이 많은 2030세대 청년층을 향해 무차별 식 매표행위를 공약으로 발표하고 있어 국가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려는지 우려된다.

대표적인 인기영합 식 정책은 이 후보의 가상자산 소득 과세 유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가상화폐·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점을 내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하고 양도차익 공제 한도도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와 정부가 논의를 통해 내년부터 연 250만 원 초과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적용하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으며, 당·정·청이 지난 9월에도 “예정대로 과세한다”고 재확인한 정책이다.

과세 문제는 아주 민감한 정책이다. 따라서 의회와 행정부는 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여러 과정을 통해 상당 기간 문제점을 검토한 다음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어렵게 결정된 정책을 후보자가 2030세대의 표를 의식해 하루아침에 뒤집는다면 정부 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런 세수를 근거로 만든 내년도 예산안은 무엇이 되겠는가.

윤 후보가 지난 8일 제안한 ‘50조 원 소상공인 추가 손실 보상’ 역시 국가채무가 날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 곳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공약이다. 이는 국민의힘과 정책 조율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 징후가 심상치 않고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후보가 고물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는 돈 풀기 공약을 ‘묻지 마’ 식으로 쏟아내면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