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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의 정치이야기] 대선 후보들, 매니페스토로 정책대결 펼쳐라

dd100 2021. 11. 8. 14:20

 [공감신문] 김영래 칼럼리스트 = 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주요 정당들의 대선 후보가 사실상 결정되었다. 지난 11월5일 국민의힘은 전 검찰총장 윤석열 후보를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지난 3월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걸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정치권에 뛰어든 ‘강골 검사’ 윤석열은 ‘0선 정치신인’으로 불과 8개월 만에 제1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지난 10월10일 전 경기도지사 이재명 후보를 선출하였으며, 당내 경쟁 후보들이 참여한 매머드 선거운동본부를 꾸며 내년 3월 본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이미 돌입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0선’의 후보이지만 이미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으며,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시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현 대통령과 경쟁을 한 ‘정면 돌파’ 정치인이다.

이들 대통령 후보 이외에도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의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을 대선 후보로 등장시켜 내년 3월9일 대선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지난 7월2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아, 11월7일 현재 총 22명이 등록했으나, 현재 여론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과 국민의힘 윤석열 간의 양자 대결이 유력시되고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실망을 준 당내 경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수개월 동안 대선 후보들 간의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토론회와 정책발표회를 개최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대규모 대중집회가 어려운 상황 하에서 전개된 TV토론은 국민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TV토론회를 13차례, 국민의힘도 10차례 열었다.

그러나 그동안 개최된 토론회나 정책발표회 등을 보면 아주 실망스럽다. 물론 후보자로서는 제1차 관문인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거캠페인 차원에서 구사한 전략이지만, 품격있는 정치언어의 사용이나 실현성 있는 정책을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보다는 때로는 시중잡배들과 같은 비속어를 사용, 상대방을 인신공격 내지 비판으로 일관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일삼아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뿐만 아니다. 국가장래를 위한 미래 비전이 제시보다는 과거의 문제만을 확대재생산하여 과연 이들 후보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근거도 없는 가짜뉴스를 가지고 상대방을 비난하는가하면, 경쟁자를 향해 ‘지X하는 놈’, ‘범죄공동체’, ‘조폭’, ‘개쓰레기’ 등과 같은 막말 퍼레이드를 펼치는 민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최악의 ‘비호감 후보 대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4일 전국지표조사(NBS)가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비호감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60%, 윤석열 후보는 56%가 나왔다(한국일보 11.5 참조). 특히 이들 후보들에게 얽힌 각종 의혹과 설화, 고발과 고소, 포퓰리즘 논란 속에 아직도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3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선거환경이다.

포지티브 캠페인으로 매니페스토 정책 대결해야

20대 대통령 선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비춰 어느 때보다 국가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백신독점 등 각국의 국가고립주의가 팽배해지고,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는 북한의 핵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언제든지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서민들의 주거난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방황하고, 정치권은 민생에 치중하기 보다는 진영논리에 몰입하여 정쟁만 자행하고 있으며, 젠더갈등·지역갈등·세대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대선에서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에 어떤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이 선출되느냐는 한반도 장래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후보는 후보자 수락 연설에서 ‘적폐를 일소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완수하겠다’ 고 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후보자 수락 연설에서 ‘공정과 정의를 다시 세우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대한민국을 정상화하여 멈추어버린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겠습니다’고 약속했다.

이들 대선 후보들이 약속한 공약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과 후보들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예산까지 담보된 ‘참 공약’인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작성, 제시하여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인신공격과 같은 네거티브 캠페인으로는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필자는 2006년 2월 한국의 선거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를 조직,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매니페스토운동 확산에 상당히 노력했다. 2006년 5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매니페스토운동은 언론과 NGO들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선거법까지 개정되면서 상당 부분 제도화 되었다. 금년은 유권자와의 약속의 상징인 매니페스토가 도입된 지 벌써 15년이 된다. 내년 대선에서 후보자들은 유권자가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매니페스토를 작성,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여 한국정치문화를 선진화시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은 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무한책임을 지는 막중한 자리이다.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4개월 후 실시된다. 각 정당에서 최종 후보자로 선출된 대선 후보들은 이런 막중한 책임의식과 시대적 소명감을 가지고 국가발전을 위한 미래비전을 담은 매니페스토를 제시, 치열한 정책대결을 하여 코로나 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바란다.



▲필진 약력

- 전 동덕여대 총장

-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 전 한국 NGO학회 회장

- 전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아주대 명예교수/내나라연구소 이사장

출처 : 공감신문(http://www.gokorea.kr)